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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컬처/생각+

케이크스퀘어, 한국 동인 생태계의 미래를 바꾸다


문제 : 그 코믹월드The Problem : the Comic World

   어떤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콘텐츠와 그 캐릭터를 좋아하게 되어 이들을 이용한 비공식적 미디어 믹스 차원에서 책이나 소설, 또는 기타 문화콘텐트를 저작하는 행위를 우리는 동인 활동이라고 칭하고, 그리고 그러한 활동의 결과물로 도출된 결과물 중의 일부를 동인지라고 한다. 그러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비용이 들어가고, 그리고 이 제작비용을 일정 부분이라도 회수하기 위해서는 판매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집중된 시간 내에 동인지를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경제 활동의 결과의 집대성이 바로 동인지 판매 행사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판매 행사에 있어서 국내에서 거의 반독점 상태로 동인지 판매 행사를 독점하다시피 한 회사가 있다. 그 곳이 바로 코믹월드다. 한국의 코믹월드는 결코 높은 서비스 질을 제공하는 곳은 아니나, 국내 내 대표성을 가진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에 성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동인지 소비자들과 스어들, 그리고 동인들에게 어쩔수 없이  마음을 끌고 있으며, 가장 많은 부스를 제공하는 곳으로서 그동안 수백 회의 행사 진행에 성공하며 한국 동인지 판매 행사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문제는 코믹월드가 그동안 반독점적 시장을 구축하면서 도전자들에 대한 불공정한 횡포, 코스어들에 대한 불법적인 개인정보 취득(실제로 코믹월드는 코스어들에게 등록시에 개인정보 수집을 요청하면서 대한민국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절차를 전혀 따르고 있지 않으며, 이는 위법행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코믹월드를 이용하는 많은 이용자들에 대한 대화 거부 등의 심각한 단점을 가지고 있는 데 있다.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고액의 부스 등록비와 코스어 등록 강요 등으로 높은 입장료 등을 수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코스프레 탈의장에 대한 배려 자체가 부족하다던가, 스탭들의 고압적인 움직임이 보인다던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함으로서 기본적인 소비자 마케팅 마인드 자체의 결여를 보이고 있다. 즉, 코믹월드는 동인과 코스인 공동체를 단순히 돈벌이의 대상으로 인식해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초짜 코스인들은 전혀 모를 서울 코믹월드의 흑역사.

2009년 11월 14일, 89회 서코의 aT센터 ↔ 양재시민의숲 간 다리 입구 임의강제폐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그동안 몇 가지 시도가 있었다. 코믹월드와 비슷한 크기의 행사를 진행한 몇몇 행사들이 있는데, 2005년 코믹스피리츠(코스피)는 3회 정도 동안 거의 코믹월드와 비슷한 크기로 행사를 진행했으나, [ 결국 흑자 전환에 실패하여 행사를 접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 또한 비슷한 시기에 하나의 행사가 더 있었고, 또한 여러 행사들이 더 열리는 시도가 있었으나 코믹월드는 해당 일자에 동일하게 행사를 잡는 등의 행동으로 대안적인 행사가 일어나는 것을 막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만화-애니메이션계 문화가 코믹월드라는 단 하나의 요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결과를 낳았고,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다양한 대형 행사가 공존하며 발전하는 상생발전이라기 보다는, 동인문화의 주인이어야 할 대한민국의 네오컬쳐 구성원들이 최근의 남양유업 사태나 배상면주가 사태와 같이 '슈퍼 갑'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을'로서의 생활을 향유할 수 밖에 없게 하는 단점을 낳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코믹월드에 의해 코스인과 동인들이 모여서 네오컬쳐 생활을 향유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기형 동인문화 생태계 구조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이해해야, 왜 현재의 상황 속에서 케이크스퀘어를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앞으로 케이크스퀘어가 대한민국의 동인문화에 끼칠 영향이 어떤 정도의 크기가 될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케이크스퀘어, 희망이 되다

   케이크스퀘어는 코믹월드를 재해석해냈다. 아니, 코믹월드가 동인시장에서 독주하다 보니 당연히 그들 입장에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국내 동인들에게 있어서는 턱없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부당했으나 코믹월드 체제 하에서는 개선할 수 없었던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 내었다.

   첫째로, 동인음악이라는 장르의 활성화로 대표되는 동인문화 참여 범위의 확대이다. 현재 tacat의 프로듀싱으로 동인음악계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는  이노센트 미디어Innocent media의 발단이 2007년 당시 시드사운드S.I.D-Sound의 첫 정규앨범인 <Innocent Eyes>를 64회 서울 코믹월드 내에서 판매하기 위해 문의 중 코믹월드측이 일방적으로 부스 배정을 취소하고 참가비를 환불한 결과 이에 대한 반발로 상업화를 선언한 데에 있다는 사실은 코믹월드가 '만화 종합행사'라는 명목 하에 불필요한 규제를 일관적으로 적용한 것이 얼마나 한국 동인문화에 해를 끼쳤는지를 상기하게 해 준다. 이에 비해 케이크스퀘어는 행사 초반부터 장르나 매체, 성격을 아우르는 모든 동인 창작활동을 허용한다는 원칙을 밝힘으로서 현재 대한민국의 동인음악 씬의 거의 전부(인 2개 회사((주)이노센트 미디어, (주)MVZ Production)와 1개 단체(Crost ensemble))가 2회 행사에서 신규 앨범을 동시 발표하는 등 자발적인 동인활동을 오히려 유발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참여성의 확대는 코믹월드의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동인문화의 출몰 가능성 또한 높이며, 이로서 향후 동인문화의 다양성 또한 넓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앞으로 케이크 스퀘어 행사를 이용한 전시나 미디어 아트, 또한 새로운 개념의 제품 판매도 가능하게 되어 새로운 방향성을 지닌 상품을 시험하는 아마추어 동인이나 신진 예술 작가들의 활동 공간으로 재활용될 가능성 또한 있는 것이다.

제2회 케이크스퀘어 당시 (주)이노센트미디어 부스에서 이루어진 이노센트 스타즈 런칭 기념 사인회.


   둘째로, 새로 생긴 네오컬쳐 기업 생태계와의 접촉에 있어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주)아트림미디어를 필두로 (주)SBT(사보텐스토어를 운영하는 주식화사), MO'FUN, 또한 상기 동인음악 회사들의 새로운 사업자가 생기는 시점을 케이크스퀘어는 놓치지 않았다. 케이크스퀘어는 이들 전부와 협력관계를 맺고 기업 부스를 차려주면서 여기에서 공간 제공료를 받아 이득을 챙기는 대신, 기업 부스들은 이에 따라 자사 홍보나 제품 판매 등을 실시하여 이득을 얻는 구조가 성공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에 비해 코믹월드 초기에만 해도 <tomak>을 개발한 'SEED9'사나 반지의 제왕 번역 출판사인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기업 부스가 차려진 적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한 번도 기업부스가 차려진 적이 없는데, 이는 코믹월드가 기업 부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업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높은 금액을 부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로, 동인 문제에 있어서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19금 회지에 대해서 보다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점 또한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코믹월드의 경우 19금으로 되어 있는 잡지를 판매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부스 참가자에게 떠넘김으로서 사고가 발생할 시에는 판매자에게 무한 첵임을 부과하였는데, 이는 코믹월드가 기본적으로는 중개자-방관자 역할을 하지만 자신에게 손해가 될 때에는 곧바로 이득을 챙기는 이해관계적 장사자로 전환하는 것에 비해 케이크스퀘어는 처음부터 동인 활동의 동반자를 자처하면서 19금 문제를 미성년자들이 악용하지 않도록 분명한 조치를 취하는 결과를 이루어 냈다.

   우선 케이크스퀘어는 입장부터가 확실하다. 미성년자와 성년자를 나누어서 입장을 하게 하고, 입장 띠를 미성년자와 성년자로 나누어서 분명하게 규정을 하였다. 이 때 성년자는 신분증을 반드시 제시하도록 규정함으로서 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신분증이 없이는 입장할 수 없도록 분명하게 규정하였다. 미성년자가 성년이라고 하면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는 잘못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규정한 것이다. 또한 케이크스퀘어 내에서는 19금 존을 확실하게 만들어 놓고 그 존에 들어갈 때는 띠나 신분증으로 인증을 다시 하도록 하였다. 즉 미성년자가 성인 동인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 자체를 막아놓은 셈이다. 그리고 조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성인 동인지 판매 행위시마다 동인지 구매자가 해당 동인지를 미성년자에게 보여주거나 대여, 양도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본부에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로서 성인동인지 구매자가 (최소한 행사 내에서는) 동인지를 외부인에게 보여 주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상의 3단계 체계는 최종단계에서 성인동인지 구매자의 정직함을 필요로 함으로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없기는 하나, 행사 자체 내에서는 분명히 다단계의 절차를 둠으로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마지막으로, 피스 오브 케이크piece of cake 시스템도 기존의 판매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개념이다. 동인 그룹들이 서로 앤솔로지 그룹을 결성하여 케이크스퀘어 안에서 새로운 공간을 배정받는 행위는, 기존의 행사들의 한계점에서 동인들이 서로 온리전을 여는 점을 차용하였다. 즉 대형 동인행사의 특성상 '서로 핥는' 부분을 모두 고려한 부스 배치는 할 수 없으나, 그 중 일부라도 '파고 핥는' 이들을 위한 공간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PoC 시스템 자체가 동시 신청에 의해서 신청 결과가 정해질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는 하나, 이러한 문제 자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을 내고 있는 케이크스퀘어 측이 부스 물량을 늘림으로서 조금씩 해결되어 가리라고 생각한다.

한국 동인문화 2.0? : 코믹월드를 떠난 새로운 동인 생태계는 가능…
   
   글을 정리하면서, 현재의 한국 동인문화에 새로운 대안이 제시 가능하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그것은 바로 '포스트 코믹월드'와 '동인문화의 다양화'로 대표되는 한국 동인 문화 2.0이라는 개념이다. 기존의 한국 동인문화 1.0이 국내 유일한 사업체였던, 게다가 폭식자였던 코믹월드의 입김에 따라 흔들리는, 그래서 동인과 코스인들이 코믹월드의 눈치만 살펴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있었고, 그 바깥에서 자생적인 움직임을 일으키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이제 대한민국의 하위문화 구성원들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들고 일어난다면 외국 기업(그것도 일본 기업)인 코믹월드에 의존해 살아갈 수 밖에 없게 하는 이 구조를 집어 치우고, 케이크스퀘어나 곧 개최를 앞두고 있는 페피 등의 다양한 행사들에 의해 구성되는 다양하고 새로운, 창조경제적 동인 생태계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씨앗과 싹이 케이크스퀘어를 통해서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케이크스퀘어를 주목하고 앞으로 지지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물론 케이크스퀘어에서 일어난 현상들에 대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도 있고, 행사 진행에 있어서 보다 더 민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부분도 있으며, 또한 앞으로 대두될 수 있는 문제들도 누군가는 시뮬레이팅해서 대안과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기자가 안 되고 바꾸어야 할 부분에 대한 논의를 굳이 빼 놓고 케이크스퀘어의 장점만을 부각하는 장문의 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퀘이크스퀘어는 현재 한국 동인문화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자, 유일한 해결책이기 떄문이다.

이 글은 잉여잉여한 한국의 '오덕'들을 위한 국내 유일의 [ 대한민국 대표 덕후 언론, 오덕의 소리 ] 에 게제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