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썼던 'the Buhl Collection'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 당시의 그 글을 썼던 목적은 글에서 넌지시 언급해놓은 것처럼 <공연예술문화연구> 수업의 일환, 즉 레포트였다. 이번에도 지난 8일에 <Jazz and the City>를 다녀왔던 내용을 바탕으로 감상문을 쓰고자 한다. 벌써 한달 가까이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사실 <공연예술문화연구> 수업을 위해서 가야하는 수업이라 처음에는 '왜 이 공연이 중요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도 KT에 대해서는 (종량제 문제로)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처음에 선택되었다가 결국 예약 문제로 취소된 <커피 콘서트>보다 더 나은 게 뭐가 있나 싶었다. 거기다가 공연의 주 주제였던 Jazz는 KBS 1FM에서 어느정도 들어 익숙해져 있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공연을 다녀와고 나서 보니 마장동 푸줏간의 그 공연, 그리고 KT Art hall 자체가 내게는 호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공연을 더 들어봐야 알겠지만, KT Art hall의 시스템이 나에게는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뭐가 그리 좋냐고? 몇가지 점을 들어보기로 하자.
우선, 공연료가 단돈 천원이다. 돈을 안 받지는 않지만, 그 돈 마저도 나중에 모아서 후원금으로 쓰는 모양이니 사실상 KT가 얻는 수익은 적자일 수 밖에 없다. 중간에 커피숍이 있어서 거기서 수익이 생긴다고는 하지만 그게 어찌 비용을 다 절충할 수 있겠는가? 사실상 이건 공짜다. 하지만 공짜라고는 해도 '의미있는 공짜'다. 고정석을 원칙으로 하긴 하지만, 어짜피 연주 실황을 공연장 바깥으로 중계까지 하니 그만큼 자유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둘째로. 공연장 좌석의 자유도가 높다. 보통의 극장 좌석을 생각해보자. 아니 강당 같은데도, 고정식에다가 폭이 한정되어 있어서 좁다란 좌석에서 공연을 보는게 꽤 불편하다. 근데 KT art hall에서는 고정식 의자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앞쪽의 모든 좌석이 접이식 의자로 되어 있다. 뒤쪽의 좌석은 더하다. 한 1m 폭을 사이로 계단식으로 꾸며두어 아예 발을 뻗고 공연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우리 모두가 그 자리에 앉았다.)
셋째로, 공연장 내에서의 적극적인 프로젝터 활용이다. 나중에 연주하신 분들에게 연주 내용을 녹화해서 제공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벤트나 중요한 공지 사항들을 시끄럽게 사람들이 알려주지 않고 단순하게 앞에 있는 스크린에 프로젝트했던 것은 나에게 있어서 한가지 충격이었다. 물론 공연 앞에 10분 분량의 영어자막으로 된 KT 홍보영상을 내보낸건 좀 그랬지만..(아예 영어를 모르면 광고를 보지 말라는 건가?) 프로젝트 쇼잉에도 실수는 보이지 않았다. 나처럼 가끔 가다 실수를 하는 경우는 거기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사진 찍는거 뭐라고 안한다. 요즘은 왠만한 전시나 공연에서는 사진 촬영하는게 금지다. 심지어 요즘은 예배에서까지 사진 찍는걸 뭐라고 하는 실정이다. 사진은 자신들이 찍어서 공개하겠다면서, 찍은 사진들은 자유저작권으로 풀어주지도 않는다. 즉 자신들이 참석자의 동의 없이 맘대로 찍어서 초상권 및 저작권 모두를 자신들이 활용하는 방식인데 이건 명백하게 문제가 있다. 하지만 KT Arthall의 공연에서는 이런 문제때문에 찍고 싶은 사람들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찍으면 된다. 덕분에 이번 글에는 사진을 많이 보여주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제 공연에 대한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날 Jazz and the city의 공연을 맡은 마장동 푸줏간은 국악 재즈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말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물론 '프로젝트 그룹'이기는 하고, 내고 있는 정규 음반은 없지만, 어느정도 전문적으로 연습하고 연주하는 단체인것은 사실인듯 했다. 연주 수준이 뛰어났다. 뭐 후반부 연주에서 몇가지 miss가 나긴 했지만 말이다.
마장동 푸줏간이 몇가지 이채로웠던 점이 있다. 첫째로 연주 악기다. 국악 재즈 프로젝트 그룹이기는 했지만 국악뿐만이 아닌 서양 악기도 섞어 사용하고 있었다. 가야금, 해금, 소금 뿐만이 아닌 기타, 베이스, 신디, 퍼커션까지 총동원된 연주는 다양한 흥취를 보여주었다. 둘째로는 레퍼토리다. 기존의 국악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음악을 마장동 푸줏간은 보여주었다. 특히 'Take 5'나 'Sing Sing Sing'같은 곡은 "저걸 진짜 국악으로 연주하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나를 놀라게 하였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사진들을 소개하면서 연주를 들으면서 느낀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다.
처음 와서 봤을 때 본 순서지였다. 순서지가 A5정도 되는 작은 크기였다. 확실하게 이렇게 순서지가 간편하다는건 좋은거다. 보통 일반 클래식 공연에 가보면 티켓 값에다가 더해서 순서지까지 구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순서지도 티켓값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공연인 KT의 Jazz and the City는 이래서 대단하다.
이건 첫 연주하시고 나서 멤버 소개하는 장면이다. 중간에 기타하시는 분이 리더급이신데, 원래 소금을 불고 계셨는데 다음곡인 Entertainer를 위해 잠깐 기타를 드셨다.() 멤버소개는 약간 재미있기도 했지만, 조금은 두려워지기도 했다<- 그만큼 멤버 소개가 솔직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1
마장동 푸줏간의 연주에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레퍼토리의 일관성이라고 생각한다. 첫곡이 여인의 향기처럼 '멜로 곡'이었다가, 갑자기 엔터테이너가 나오고(l8dd+eb+4eb+4eb+&b+2. 로 시작되는 유명한 곡이다) 그다음에는 '국악 프로젝트'라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갑자기 창부타령을 들려준다. 물론 후반부에는 주요 재즈곡들을 들려주어서(Take 5나 In the mood, Sing SIng SIng 모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곡이다.) 좋은 감상을 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일관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다양한 곡을 들려준다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스토리에는 스토리텔링이 따라야 한다. 그게 아쉬웠다.
중간에 퍼커션 하시는 분이 나와서 보컬로 두 곡을 불렀다. '님은 먼 곳에'와 'Killing me'였는데, 두 곡 다 나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님은 먼 곳에'의 경우는 '밝은 분위기에 맞지 않는 곡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밀고 갈 예정'이라고 하는데, 물론 보컬과 함께 하는 연주가, 주로 연주만 하는 단체에서 내놓은 새로운 시도였고, 좋은 시도였지만, 듣기에는 뭔가 편하지 않음이 남아있었다.
KT Arthall의 무대가 특이했던 점 중 하나가 무대가 크게 두개로 구분되어 있어 평상시에는 안쪽만을 공연장소로 쓰지만, 그 옆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지도 않아 비상시 옆에서도 동시 중계하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리 공연 티켓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도 바깥쪽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대단한 포인트이다.
어쨌든 앵콜까지 포함해서 총 11곡의 음악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결론적으로 "매우 좋은데!"였다고 아까 썼듯이, 전반적인 음악회의 분위기가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었음에는 분명히 틀림이 없다. 덕분에 좋은 음악을 거의 공짜로 들을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KT art hall 운영자 여러분들과 당일 음악을 들려 주신 마장동 푸줏간 멤버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마지막에는 포토타임이 있었다. 포토타임이라고 해서 다른 연주자 분들도 계실 줄 알았는데, 베이시스트 한분만을 남기고 나머지 분들은 어디론가로 사라지셨다. 다른 분들과도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물론 다른 분들이 베이시스트분들과 사진을 많이 찍기는 했지만... 뭔가 부족하긴 했다.
가장 궁금했던 퍼커션. 예상 대로 많은 악기가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찍었던 또 한장의 사진.. 별도의 악보를 편곡해 각자의 파트보까지 만들어 두었다. 거기다가 연주시간 몇분 몇초까지 씌어져 있다. 마장동 푸줏간이 얼마나 연주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내용은 흐릿하게 해두었다.)
간단하게 결론을 내보자. 한번의 공연으로 Jazz and the City를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여러번 공연을 들어보아야 Jazz and the City를 평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장동푸줏간의 공연과, 그 공연을 통해 본 Jazz and the City는 나에게 있어서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p.s 마장동 푸줏간의 홈페이지는 http://www.mapu.co.kr 이다.
- 그러고 보니 한국 공연의 멤버소개, 매우 정형화되었다. "자 저희 멤버를 소개하겠습니다. 베이스에 ***!, 일렉에 @@@! 드럼에 ###! 그리고 저는 보컬 ~~~입니다." 이건 소개를 넘어서 삶을 닮아내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의 마푸 멤버소개는 뛰어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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