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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모래성과 기네스북, 그리고 한국 방송


   오늘 일어나자마자 몇년 전의 TV 프로그램이 생각이 났어요. 얼마전에도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며 결국에는 잊어버렸던 이야긴데, 올려야겠지요.


   몇년전에 KBS-2TV에서 실제로 방송되었던 내용이어요. 아마 주말 저녁대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 한창 "기네스북을 경신하자" 이런 프로그램이 있던걸로 기억해요. 근데 그 프로그램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장 어이가 없는 듯 싶군요.

   일단 그 날 방송의 주제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모래성을 쌓자! 이런 거였어요. 그 당시 기네스 기록은 6.5m였던가? 하여튼 그정도 높이의 모래성이었어요. 분명히 재미있는 계획이었죠. 이 계획을 성취하기 위해 (여기부터 어이가 없는데) 방송국에서는 두 대학생 그룹을 불렀습니다. 두 그룹 모두 인서울에 있는 해양과학과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이들에게 누가 가장 높은 모래성을 쌓는지 경쟁해서 기네스북에 올리자는 것이었습니다. 장소는 서해안의 어느 해수욕장. 썰물 때부터 시작해서 밑물이 들어오기 전까지 시간 안에 둘이서 경쟁하자는 겁니다. 여기서부터 뭔가 핀트가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핀트냐면..
   첫번째로, 모래성을 굳이 밑물과 썰물이 난무하는 바다 한복판에 세워서 비효율적으로 하지 않아도 됐어요. 그 당시 기네스북에 등재된 모래성은 제가 알기로는 하나의 창고 안에 세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바람이나 파도의 경향성을 받지 않게 할 수 있잖아요. 오히려 밑물이 와도 문제가 없는 곳에서 했다면 그 두팀 모두 별로 개삽질을 할 필요는 없었어요.
   두번째로, 둘이서 경쟁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 두 팀 모두 4~5m를 쌓아올렸는데, 그럴 필요 없이 그 두팀 하나로 모아서 성을 쌓았다면 그 정도라면 8m로 곧바로 기록 경신을 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좀만 더 한다면 10m도 얻을 수 있었을 거고요 -_-;
   셋째로, 바다의 모래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그래서 초대받았던 각 대학생들은 모래와 염수 관계를 열심히 조사했었죠), 그에 비해서 아이디어를 뒷받침할만한 지원은 없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차라리 중간에 만들더라도 한 1m정도 틀을 만들어서 모래성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대안을 제시한다든가 하면 좋겠는데, 그에 비해서 그 대학생팀들은 그냥 개삽질만 하도록 부르심 받았어요.

   그래서 이런 잘못된 핀트들로 인해 결국 이 팀들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지요. 제가 기억하는 결론에 의하면, 그 조사한 바에 의해 과학적으로, 한쪽은 4m, 나머지 한쪽은 5m를 쌓아올렸는데, 밑물이 올라오자 모두 갈라지자 작은 쪽을 퍼서 큰 쪽으로 옮겨보려고 시도했는데, 결국은 밀려오는 파도에 밀려 시도 실패됐어요.

   그럼 이 결과에 대해서 (지금 들어졸 수 있는 책임자가 있다면) 저는 방송사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 처음부터 기네스 경신이 되지 않도록 애매하게 설계한게 아닌가요? 그래서 결국은 "도전"만 강조했던 어이없는 경우였죠. 몇년 전부터 방송하기 시작한 기네스북을 깨뜨리는 CCTV 방송에서는 오히려 전문적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배려했어요. 예를 들어서 기네스 사 기록 측정관을 모셔서 기록을 검증한다든지 해서 세계신기록이 경신되는 과정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배려했다던지,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게 한 것이었죠.

   그런데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 방송국은 오히려 그러한 도전을 하는 사람들을 돕는게 아니라 방해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불공정하게 기준을 적용해요. 그래서 오히려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죠. 과연 그런 일들이 <놀라움의 아라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을까요?

   (<놀라움의 아라시>는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과학자 11분이 질문한 질문들을 스탭들이 확인 검증 가능한지 몸을 바쳐 검증해 주는 Special Program으로, 과학자들의 질문들을 최대한 검증해주어요. 근데 이들의 검증에는 오히려 전문성이 내재되어 있어요. 각 프로그램마다 관련 전문가들을 모셔서 제작을 도와주지요. 그런데 방송회사가 돈이 없어서 도와주지 못하는 경우는 몰라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경우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SBS의 초기 프로그램이었던 <불가능은 없다>도 그런 의미에서 한국 방송계의 한계점을 드러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100시간 안자기 도전. 오히려 도와주면 모르겠는데 회사에서는 방해하는 방식을 사용했어요. 어떤 거냐고요? 예를 들자면 도전 중에 최면술사를 불러서 "당신은 자게 됩니다" 이런 걸 시키는 거에요. 그럼 도전자들은 죽어대라 막아야죠. 이게 정상적인 방송사에서 할 수 있는 짓인가요?

   그리고 한가지 더. 이것도 KBS-2TV에서 있었던 일이여요. 두 팀으로 나뉘어서 한 팀은 최수종씨가, 그리고 나머지 한 팀은 이휘재씨가 리드해서요 추석SP로 한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프로그램이었냐면 연예인들이 어려운(아크로바틱으로 작은 상자에 들어간다든지 등의) 과제에 도전해서 많이 점수를 먹는 (한 사람의 도전이 1점으로 계산되는거죠.)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최수종씨는 개인이 잘하는 마술을 시켰고, 이휘재씨는 접시 돌리기를 시켰거든요? 그럼 최수종씨는 거의 100% 성공 (Cube-zag을 시켰으니 말할 것도 없죠), 그리고 이휘재씨는 그에 비해 낮은 확률. 그럼 최수종씨 팀이 1점 앞서가는 겁니다. 오히려 최수종씨에게도 어려운 도전과제를 줘서 어느정도 형평성이 맞는다면 프로그램이 재미있었겠지만, 이건 뭔가 이상한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굳이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SBS의 <아빠의 도전>도 그런 수준에서의 경쟁이었던 것아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저는 이게 한국 사회의 결정적인 근본 사상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참 기분이 안 좋아요. "뭔가 도전하는 건 좋다. 그런데 우리는 방해요소를 많이 준비했으니까 너가 잘해서 도전에 성공해봐라. 성공하면 좋은 거고 안되면 안타까운거고. 근데 거기서 발생될 수 있는 심리적, 물질적 책임에 대해 우리는 책임 안질께. 그건 너의 잘못이다." 이게 한국 사회의 숨어있는 공통적인 마음인듯 싶어요. 즉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인거죠. 그리고 20 : 80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고위층의 마음일지도 모르겠고요.

   과연 이런식으로 계속해서 방송을 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이로울까요? 100시간 안자기 도전을 할 때 효율적으로 넘어갈 수 있는 도움을 주었다면 과연 이런 안타까운 이야기를 연출할 수 있을까요? (아, 그리고 뭔가 불면 프로젝트를 할때도, 꺠어났을 떄부터 측정하는게 오히려 공정하지 않을까요?) 모래성 쌓을 때 10m 되는 주위 방어막을 쳐주고 두 그룹이 모여서 모래성을 만들게 시켰다면 우리나라가 그 때 세계기록을 갱신하지 않았을까요? 아빠의 도전도 그냥 도전과제를 안겨주는게 아니라, 사람의 단계에 따라 프로젝트를 안겨주었다면 문제가 발생했었을까요?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들이 별로 안 생겼으면 해요. 아니, 사람을 겁먹이고 나서 약주는 형태의, 방송사의 인간 학대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발 말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