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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어

스텔로 2010년 사설에 대한 약간의 코멘트


이 글은 한국인 유일 인공어 카페 [ stelo ]의 스탭중 한분이신 별다를벗님이 올린 [ 2010년 스텔로 신년사설 ]에 대한, 스탭 엘리프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입니다.


 1. 유일한 한국인 인공어 커뮤니티 스텔로가 창설된지 벌써 4년째입니다. 그동안 스텔로가 있었다는 자체가 우리들에게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중 단지 인공어를 좋아하고 만드는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서 연대감을 회복한 것이 가장 큰 결과일 것입니다. 이제 스텔로는 멤버수 300명을 돌파하였고, 자신의 언어를 올리신 분들이 그 중 약 40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은 인터넷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하나의 큰 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2. 이제 2010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별다를벗님이 카페를 대표하여 신년사설을 올리셨습니다. 스텔로에 있어서 최초의 일이기도 하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본디 사설이라는 것이 여러개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면 저기 북*처럼 공동으로 사설을 써서 올리는 것이 원칙이니 단독적인 사설로서는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년에도 사설이 올려지게 된다면, 이러한 부분을 보정해서, 여러개의 사설을 엮어서 카페의 공식 입장으로 내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일 것입니다.

3. 이제 발표된 사설의 내용을 살펴볼 차례인데, 이 사설의 내용에 대해서 본격적인 제가 가진 생각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 생각의 차이는 특히 앞으로 stelo의 방향에서도 큰 발걸음의 차이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총의를 얻어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2009년의 다사다난하고 하나님 나라의 정의가 사라졌었던 모습을 체크하고 들어간 도입부의 내용이나 그 내용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분명히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소프트웨어' 보다 '하드웨어'에 치중한 한국의 역사나 이를 강화시키는 이명박 정부 모두 결국 하나님의 심판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 대한 대안을 세상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도 있습니다. 과연 그 비판자로서의 시각도 올바른 시각일까요.

 2) 그리고 나서 저자는 김구 선생님의 '높은 문화' 개념을 차용하여, 언어학을 공부해서 이러한 높은 문화를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또한 J.R.R. 톨킨 옹의 '신화의 빈곤' 개념을 차용하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었던 옛날 언어학의 가능성이 사장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안타까이 여깁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로, 어짜피 소쉬르 때문에라도 훈민정음의 언어학이 근대화 과정에서 인정되었을 가능성은 0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그동안 수고해오신 한힌샘 선생님이나 최현배 선생님, 공병우 선생님 같은 분들의 노고를 잊어서는 아니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사실 언어학으로 한국인의 높은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감이 몰려옵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바에 의하면, 총체적인 한국의 문화 개선은 생활 방식의 개선에서 일어났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생활 개선이 우선되어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동방의 등불만 강조하다가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롭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는 곳...' 을 놓치는 실수를 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3) 그런 고로 저는 언어학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만, stelo에서 활동하는 제 자신을 언어학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기호학도나 문화학도에 가깝고, 언어학에서 말하는 철저한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저는 저 자신을 artlanger로 규정합니다. 언어학과는 상관없이 '아름다운 언어'(art)를 만들기 위해 언어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요. 따라서 저는 최근 stelo 내부에서 몰아치고 있는 언어학주의를 경계하고자 합니다. 언어학을 알고 있으면 그 언어를 잘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막말로 하자면 언어는 언어학 없이 만들어질 수 있고,  marE는 그러한 구체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최근 marE 스터디에 참석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marE가 변변한 언어학적 설명 없이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동시에 탄탄한 구성이 되어 있음도 확인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4. 결론적으로, 따라서 stelo는 인공어를 빌미로 한 언어학 연구 카페가 아니라, 인공어와 인공어 제작자, 그리고 인공어 를 위한 장소이자, 그렇게 되어야 할 공간입니다. 카페 초기에도 그냥 인공어에 관심이 있거나 인공어를 만드는 사람들 끼리 모여보기 위하여 야콥님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었고, 이를 다시 블박님이 재건하여 현재에 이른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처음의 생각을 다시 잊지 않게 하기 위하여, 새로운 대안과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제 카페의 주축인 고3들이 내년이면 대학으로 올라와 활동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차후 온라인 중심의 모임이 오프라인화 될 가능성도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스텔로는 빠른 걸음보다 느린 걸음으로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걸음걸이를 보일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를 알지 않습니까.) 그 느린 걸음을 다소 빨리 하느냐, 아니면 느리게 하더라도 그 바탕을 견실히 할 것인지를 생가해야 할 때입니다. 다른것보다 이를 생각해보는 2010년이 되었으면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까지 다소 긴 코멘트를 써보았습니다. 제 논지에 약간의 반발이 있을 것을 생각하지만, 일단은 stelo의 대계를 세워간다는 입장에서 글을 던져 보았으니, 이제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진전을 이루어내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 2010, earp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