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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컬처/코스

코스에서 관계란


   최근에 트위터를 보다가 어떤 코스어의 자기소개글을 리트윗하게 되었다. 그 트윗의 내용은 자신을 폴로잉하고 싶은데 부끄럽다면 RT하면 폴로잉을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RT를 하고 나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곧바로 그 코스어 분이 폴로잉해주셔서, 시간을 두고 폴로잉에 추가하게 되었다. 코스어 관계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전례 등을 살펴보면 주위에 너무 많은 지인 내지 친구를 만들어두면 결국은 어느 시점에서 그 관계를 잃어버리는 경향성이 많아 항상 많은 사람들을 사귀려고 하지는 않는데, 혹시나 해볼까 싶어서 한 RT가 좀 우연의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코스판 활동은 지금까지 나의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중한 취미이다. 중학교 때 슬픈 상황들로 인해 공부를 내버려치고 그냥 집에서 쉬다가 놀다가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코스프레라는 게 있다는 것을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고, 또한 코믹월드가 있다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후 36방짜리 1회용 카메라를 사다들고 내 일생 처음으로 코믹월드에 참가하기 시작한 것이 어언 10여년. 그 동안 많은 것들을 얻기도 했지만 많은 것을 잃기도 했다.

   그동안 코스판에서 얻은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본다면, 무엇보다도 인간관계에 대한 대응 능력이 아닐까 싶다. 인간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어느새 사람들과 사귀는 방법을 알게 되고, 그 관계를 어떻게 하면 잘 유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코스판을 통해서 기존의 사회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몇년 지기'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 또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10년 지기, 20년 지기 같은 사람들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대부분의 기간 동안 (최근에는 대학원 연구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좀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적어도 대학교까지는 '아싸'에 속했다고 생각한다) 아웃사이더로 살아왔던 나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나마 해도 나아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도움을 준 변인으로 하나님과 가족을 제외한다면 코스판이라는 하나의 사회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그와 비슷한 정도로, 그 관계를 배워가기 위해 또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했다. 정확히 확인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코스판에서 지금까지 만난 지인이 한 300명이 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 지인 중에서 지금까지 관계를 맺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그닥 많지 않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개인마다 서로 사정이 달라서 표준화하는 것은 힘들지만, 서로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꺠닫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힘들다. 그리고 코스판에서도, 같은 코스라는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좀 더 친해지고자 다가서면 그 때부터 서로와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리고는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해주기 위해 나아가기보다는, 서로가 다른 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 사람을 버리는 것 또한 쉬워진다. 사귀기 쉬운 만큼, 또한 그 정도로 멀어지기 쉬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황을 이해해주고 중재해 줄 수 있는, 누군가 대화할만한 사람이 없다면, 그 짐은 혼자서 져야 한다. 그런 과정을 수백번 거쳐온다고 생각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슬픔이나 우울함, 그리고 사람에게서의 버려짐에서 나오는 슬픔이 쌓이면서, 동시에 개인에게 상당한 양의 심적 부담이 가해져 온다.

   사람은 사람과 가능하면 많은 관계를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만큼의 심적인 대가를 치뤄야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언제부터 코스판에서 코스어를 사귀는 것은, 코스인들에게 있어서는 무언가 기쁨이기보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코스판에 있는 것이 일련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힘든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듯이, 난 이 코스판에 있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고 인정해주는 그런 사람들과, 계속해서 관계를 맺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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