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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책들

기존의 일본어 공부와는 전혀 다른 신개념의 책! <통문장 일본어 말하기 중독 훈련>



   1. 당신이 일본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당신은 책 하나를 사게 될 것이고, 그 책 앞에는 반드시 히라가나와 가타가나의 소개와 함께 <これは何ですか。>로 시작되는 긴 글의 연속을 보게 될 것이다. 어쩌다가 사운드 트랙이 있는 책을 틀다 보면, 지루하게 지문 내용만 계속해서 들려주는 아나운서의 소리를 듣다보면 지겨움마저 느끼게 된다. 그럼 일본어 공부가 지겨워지고, 결국 당신은 책을 덮는다.

   안타깝게도 내가 만나본 일본어 공부 책의 상당수는 이 지루한 지문 방식을 넘어서는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다. 물론 <3년 배운 일본어 3일만에 따라잡기>(김수정 외, 넥서스, 2006)라는 새로운 접근 방법을 사용한 책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초심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담벼락들이 여럿 있고, 그 담벼락에 부딪히다 보면 어느새 힘을 잃어버린다. 나도 그 사람들 중의 하나다.

   2. 이렇게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위드블로그에서 소개받은 <통문장 일본어 말하기 중독 훈련> 책은 하지만 기존의 책과는 다른 접근법과 책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책 내용 자체부터 새롭다. 기존의 설명문이나 짧은 이야기, 또는 흥미가 별로 없을 듯한 접근과는 달리, <통문장 일본어 말하기 중독 훈련>은 <공휴일>, <일본음식>, <버스>같은 간단한 주제로 된 일곱개의 문장을 매 과마다 수록하고 있다. 따라서 문장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책의 디자인 자체도 많은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분명히 보인다. 위의 사진은 책의 표지의 빛을 주어 찍은 사진이다. 책 표지에 엠보싱 효과가 되어 있는데, 이러한 효과는 사실상 일반적인 책에서도 많이 쓰지 않는 효과, 특히 언어와 관련된 책에서는 더더욱 어려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출판사인 <사람in> 쪽에서 책에 신경을 썼는지를 단번에 인지할 수 있다. 파격은 이 뿐만이 아니다. 보통의 외국어 교재에서 책과 CD를 분리하던가, 아니면 CD없이 mp3 파일만 배포하던가 관행도 출판사 측에서 깨뜨려, 책 뒤에 mp3 CD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아래의 책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일반적인 일본어 공부 책과는 달리 디자인이 잘 되어 있다. 정말 "이 책이 일본어 교재가 맞아?" 싶을 정도이다.


   또한 이 책의 교수법은 책의 제목 <통문장 일본어 말하기 중독훈련>이 말해주듯이 주어진 지문들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숙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외국어는 절대로 쓰면서 외우면 안되"며, "'귀와 입으로도 충분히 단어와 문장, 이야기를 외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외우기의 방식으로 "많은 문장 - 1만개 이상의 문장 - 을  통째로 외어야만 스피드 있는 말하기가 가능해진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이러한 외우는 방식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통째로 외우기'를 추천한다.

   이러한 집중 훈련을 통해 저자는 일본인과의 실전회화를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우리에게 남긴다. 그리고 그 실행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일본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일본어 공부법이 아닐 수 없다.


   3. 다만 이 책이 일본어 말하기 훈련을 우선으로 하고 있어서 발생하는 약간의 어려운 점이 있다. 아직 JLPT N4급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수준의 나로서는 책이 다루는 단어들의 수준이 약간 버겁다. 실제로 책을 받아들고 처음으로 공부를 하려고 하는 순간, 첫번째 Activity로 나온 한국어에 대응하는 일본어 단어를 쓰는 란에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의외로 한국어로는 쉬운 단어들인데 왜 나는 모르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공부가 잠시 망설여졌다. 일단 이 책의 교수법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까 넘어가자.

   하지만 다음 페이지의 Step 2를 바라보는 순간, 이건 혼자서 시간을 두지 않고 공부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바라본 때가 수련회였고, 최근 사업신청서를 내야할 게 있어서 (그게 오늘까지였다) 아직 제대로 시도를 해보지 않았지만, 스크립트 보고 말하기, 스크립트 없이 mp3만 듣고 따라서 말하기, 한국어 문장을 일본어로 만들기 등의 다양한 Activity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로 이 책의 훈련을 다 따라할 수 있다면 정말 일본어 회화 자체가 정말 쉬워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두려움을 의식한듯 저자는 <머리말>의 마지막 Tip에서 이러한 훈련이 '앞부분의 이야기를 완전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반복 훈련을 통해 제대로 된 말하기 훈련을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즉, 일본인과의 대화에서 서 이야기가 나오기 쉬운 내용에 대한 자기 의사 표현을 잘 하게 하기 위해 훈련을 하는 것이지, 굳이 문장을 외워서 그 이야기만 쓰기 위해 대화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4. 이제 결론을 낼 때가 된 것 같다.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면. <통문장 일본어 말하기 중독훈련>이 가지고 있는 교수법과 책의 내용은 매우 좋다. 하지만 (영어 교육에서도 그렇지만) 기존의 쓰기-읽기 중심의 공부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질 정도로 약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말하기-듣기 중심의 언어 공부가 강조되고, 멀티미디어 시대를 통해 말하기 능력이 더욱 중요시되는 지금, 언제까지나 단어 이해 자체 중심의 일본어 공부에만 빠져있을 시간은 없다. 수천개의 단어를 알아도 말할줄 모른다면 쓸모가 없듯이, 단순한 일본어 공부를 반복한다고 해서 좋은 일본어 유저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는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적인 부름에 제대로 부응하려면, 그리고 더 이상 말 못하는 언어 전문가가 되지 않으려면, 이 책을 깊게 읽어보고 지금부터 말하기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네이티브 한국인이 일본어, 나아가서 영어 화자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발걸음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