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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about/시사

한나라당, 무상급식 투표에서 승리했다고?


   결국 기대하던 바대로 한나라당이 기획하고 준비한 무상급식을 막기 위한 투표는 무산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던 대로였다. 많은 우파쪽 사람들은 사람들을 투표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안간힘을 써 봤지만, 33.3%를 넘었어야 할 투표는 당연히 25.7%로 마감되었다, 분명한 패배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듯 하다, 투표가 망할 것으로 짐작되기 시작한 오후부터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4일 "투표율 25%만 넘으면 패배는 아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한나라당 서울시당에서 투표율 상황을 보고받은 뒤 "이번에 투표한 사람들은 전부 한나라당 지지층 아니냐. (25%만 넘으면) 내년 총선은 우리가 이기는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1]

   엄연히 이들은 졌다. 하지만 이들은 '패배하지 않았다'면서 씁쓸한 모습을 굳이 털어내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오세훈 시장이 '투표에서 33.3%가 넘지 않을 시 사퇴'라는 말을 했을 때부터 예상했었을 수도 있는 모습이었으니 그런 말이 나왔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24일 서울시의 무상급식주민투표 무산과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과 애국 서울시민사실상 승리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야당의 반민주적, 반헌법적 투표거부와 투표방해에도 신성한 주권을 행사해 주신 210만 애국 서울시민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

김 대변인은 "오늘 투표결과를 개함하지 못하게 된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전적으로 반헌법적 투표방해를 한 민주당 등 야당의 책임"이라며 "오늘은 야당의 책동으로 인해 국민의 참정권이 유린당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다만 "야당의 조직적 투표방해 책동에도 작년 교육감 선거시 곽노현 교육감의득표수(145만9535명) 보다 약 64만 더 많은 시민들이 투표한 점, 그간의 재보선 투표율에 비해 높은 수준의투표율,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오세훈 안 지지, 최소 50.7%에서 최대 75.9%), 2010년 6월 지방선거시 오세훈 시장의 득표율(총 유권자 대비 25.4%) 등에 비추어 보면 오세훈 안을 지지하는 서울시민의 의사는 명확히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2]

   이 글을 보면서 진정한 애국시민들은 통탄해야 한다. 왜냐고? 졌으면 분명히 졌으니 문제가 있었던 점이 있을 수 있고, 앞으로 조정해 나가겠다는 식의 잘못했다는 반성의 내용은 없이, '우리는 승리했다' 식의 발언을 내놓았다는건, 한나라당의 양심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분명히 투표 참가자 중에서도 반대표나 무효표를 찍은 사람이 있었고, 모두 찬성 투표를 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 참가자를 모두 애국시민으로 호칭하질 않나, 이전에는 [ 투표 불참 선동하더니 ] 이번에는 투표 불참을 '야당의 책임'으로 몰아세우지 않나, 수치상으로 더 많이 투표했으니 오세훈안의 지지여부가 확정되었다든지(물론 그 투표 개표 결과를 모르므로 결론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도를 지나친 투표 참가 선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답할지에 대해서는 잘못했다, 반성한다는 말은 없다. '내 탓이오'가 없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이 굳이 한나라당에서만 볼 수 있었던 모습일까? 이 모습을 보면서 내 머리 속에 곧바로 떠오른 다음의 곡을 소개한다.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하여 / 수많은 고지들과 하늘과 바다에서
사랑하는 조국 강토 용감히 사수하여 / 원쑤들을 쳐부시고 우리는 승리했네
빛나는 승리의 기 펄펄펄 날리며 / 래일의 찬란한 건설 위해 나가자(x2)
(석팔봉/리면상, 우리는 승리했네 1절)

  이 곡은 6.25 전쟁에서 북한이 정전 이후에 작사한 곡이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6.25 전쟁 이후로 기존의 산업시설이 다 폐허가 되고 망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재건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결국 6,70년대까지는 그나마 잘 부흥하다가 90년대부터 '고난의 행군' 운운한 아사가 횡횡하지 않았는가, 결국 사실상 북한은 패전했다. 그런데 이들의 노래는 '승리했다'라는 것만 외치고 있다. 뒤의 가사에는 그노무 '수령'놈의 '령도' 하에 승리했다는 찬양도 뺴뜨려놓지 않는다. 이 쯤 되면 우파측 애국시민들도 이들이 자랑스럽게 밝게 부르는 노래에 어이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지금 다른 곳도 아닌, 북한의 인권을 신장하고 무력 도발에는 적극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한나라당에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패한 것을 굳이 감추기 위해 '우리는 승리했다'는 식의 정신승리법은 결국 진실의 장벽 앞에서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동시에 왜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서라도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할까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간의 허무함을 깨닫게 된다. 이번 투표, 졌음에도 불구하고 지지 않았다고 계속 소리를 높이느니, 인정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의 민주당 분위기처럼 '쿨하게' 넘어가시라. 그것이 한나라당이 더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그리고 한나라당이 그리도 싫어하는 북괴의 모습(그리고 동물농장의 마지막 신)과 닮아지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