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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컬처/생각+

한밀아 최대의 위기는 어떻게 일어났나?


   최근 애니 덕후들을 중심으로 한국어판 확산성 밀리언 아서(이하 한밀아)의 바람이 뜨겁다. 한밀아는 2012년 12월 20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최근 몇 주간 전체 한국 앱스토어에서 유료화 기준 매출 1위를 차지하고, 구글플레이에서도 6위를 기록하고 총 5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용자들이 해당 게임에 가입해 플레이를 하고 있다. 특히 10대-20대 남자를 중심으로 하는 트위터 'TL 문화' 사용자들의 상당수가 모두 가입해서 이 게임을 즐기는 현상이 목격되고, 트레이드 카드 게임에는 관심이 없던 여성층이나 4,50대 일반인들도 한밀아를 즐길 정도이며, 네이버 액토즈소프트 주주게시판에는 자신이 수백만원을 털어서 뽑기에 전부 투자했다는 소리가 들려오니 게임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한밀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트위터에는 어느새 한밀아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계속되는 서버 점검과 이에 따른 보상의 부족함으로 한밀아를 떠나 일본어판(이하 일밀아)에 가입해서 게임 활동을 이어간다는 사람들도 쉽게 목격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일밀아로 전환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을 뿐, 어쨌든 확산성 밀리언 아서(이하 확밀아) 라는 콘텐츠에는 만족하고 있음에는 이들이 확밀아라는 콘텐츠 내용 자체에는 크게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 확밀아를 하는 한국인들은 퀄리티도 떨어지고, 이미 플레이를 선점한 일본인들에게 그 세력이 밀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밀아로 이동하는 것일까?

   분명히 한밀아는 일밀아의 뛰어난 콘텐츠 내용을 더 발전시키고, 한국에 맞는 추가 콘텐츠도 개발해서 제공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는 앱스토어 다운 1등이라는 급격한 유저수 증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한밀아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용자들은 그럼 콘텐츠 자체에 만족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러한 만족도가 떨어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에는, 사실 콘텐츠의 특성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확밀아는 AP(액션 포인트)/BP(배틀 포인트)와 시간을 연동해 탐색과 요정과의 전쟁을 통해 카드를 얻어 카드의 스킬을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레벨을 높여 AP/BP를 추가 확보해 다른 사람들과의 싸움에서 이겨 '1인의 아서'가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는 게임이다. 따라서 시간에 맞추어서 탐색을 하거나 배틀을 하여 카드의 스킬을 높여야 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확밀아는 24시간 어디서나 모바일로 접속 가능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특성과 그에 따른 유저의 필요를 지니고 있다.

   한밀아는 2012년 12월 20일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한 달포가 지난 지금까지 있었던 서비스 점검의 수는 100회 가량이 될 것으로 추측되며, 이러한 서비스점검에는 단기 서버점검 이외에도 몇 시간에 이르는 장기 서버점검 등이 포함되었다. 이를 들어 어떤 트위터러는 아서 3대 유파의 3대명검이 '긴급점검, 임시점검, 정기점검'(여기에 연장점검을 포함하는 유저도 있다)이라면서 점검을 밥 먹듯이 하는 한밀아측을 비판하였다. 이러한 점검 문제에 대해 서버에 접속하는 사용자는 점점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버가 제때 제때 증설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것이 한밀아 서버 다운현상에 대한 정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밀아 측에서는 '서버 증설을 하겠다' '죄송하다'라는 말 이외에는 사용자들에게 정확한 서버 문제에 대한 대책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점검의 세기에 비해 그에 따르는 보상이 일밀아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트위터러에 의하면 일밀아의 경우에는 20분 서버 다운에도 불구하고 가챠 티켓이 다섯 장이 나왔다'면서 한밀아가 그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보상을 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트위터러들은 '점검을 자주하면 가챠 티켓이 자주 나온다'면서 기쁨이 섞인 조롱을 하기까지 한다. 우리나라의 서버 사정과 일본의 게임서버 사정을 그대로 연동하여 보는 것은 일부 무리가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일본보다도 더 뛰어난 한국의 인터넷 및 서버 운영 사정을 볼 때, 이러한 모습은 한국인들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봐줄 수 없는 사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 유저들은 당연히 서버 운영도 제대로 못해 정상적인 성장의 가능성이 적고, 그에 따른 서버 보상도 적절하지 않다고 느끼는 한밀아보다는, 언어의 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시스템이 어렵지 않아 참가도 가능하고, 한밀아보다도 유료 결제를 위한 가격이 높게 나오지도 않아 꺼리낄 것도 없는 일밀아 쪽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밀아 사건은 한밀아 같은 단순한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온라인 게임 콘텐츠에서 빚어지는 통상적인 모습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사용자들의 욕구 충족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게임 플랫폼을 변경했다가 해당 프로그램이 몰락한 경우는 한밀아 이외에도 한국 인터넷 초기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2000년 개발되어 수많은 사용자들을 모은 소프트맥스사의 포립(4leaf)은 주사위의 잔영과 채팅 시스템으로 많은 사용자들의 참여를 불러일으켜 성공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이끌어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소프트맥스 측에서 포립과 연동할 예정이었던 테일즈위버가 브라우저 내에서의 연동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제작되게 되는 등의 사정으로 2003년 당시 프로그램의 기반이었던 전용 브라우저 프로그램과 그 서버(이를 브라우저 포립이라고 한다)를 폐쇄하고 웹 기반(웹포립)으로 전환하였다. 사용자들은 브라우저 포립보다 재미도 없으면서 내용도 없는 웹포립을 쓰지 않기 시작했고, 결국 해당 서비스는 1년도 되지않아 유저들이 방문하지 않는 사이트가 되었으며, 결국 2009년에 소프트맥스사는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소프트맥스의 이러한 결과는 유저 경험(User eXperience)를 무시하고 단순히 콘텐츠가 좋으면 사용자들이 따라올 것이라는 회사 측의 가설이 옳지 않다는 분명한 사실을 알려준다. 특히 소프트맥스는 이후에도 웹포립을 브라우저포립으로 환원하면 사용자들의 재참여를 이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자존심에 의해 이를 거부함에 따라 전민희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밀한 설정과 그에서 비롯될 수 있는 고차원의 환상적인 경험을 전부 폐기해야 하는 사정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빈발하게 발생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본다면, 사용자들의 유저 경험과 여기에서 나오는 게임 운영사를 위한 제안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이를 듣지 않는 대한민국 거의 대부분의 게임 개발 회사의 고질적인 습관과도 연관성이 깊다. 실제로 2002년 당시 <피시플레이어>의 온라인 게임 전문 내부 소책자였던 <온플레이어> 등을 보면, 당시 리니지의 개선에 대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제안이 매달 2건씩 실렸던 것들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러한 공표된 의견에 대해서 당시 NC Soft측이 이러한 제안을 기반으로 어떠한 개선을 실행하였다던가, 기타 의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다는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들은 다양한 직업등의 제공을 통해 환타지 라이프를 제공한다고 처음에 사용자들에게 떠벌였던 넥슨의 마비노기가 처음에 음악, 아르바이트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한 부분들에 대한 업데이트는 등한시하고 모험과 던전, 전투 등만을 중심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전투를 선호하지 않는, 특히 음악 쪽의 사용자들을 몰아냈던 것 또한 이러한 고질병이 나타난 충분한 근거가 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후속 기고 내지 연재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지만, 현재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밀아 최대의 위기는 한밀아 자신이 만들어낸 셈이다. 한밀아가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유저성 확충을 통해 다시 한밀아의 성장을 정상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저자, 아니 일개 확밀아 유저의 바람이기도 하다.

이 글은 잉여잉여한 한국의 '오덕'들을 위한 국내유일의 [ 대한민국 대표 덕후 언론, 오덕의 소리 ] 에 게제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