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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ARIA가 끝났다 - 그리고 나의 대학생활



   오늘 하루는, 종일을 쉬면서 지냈습니다. 솔직히 내일까지 논문제출이라는데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나도 좀 놀랍지만, 이렇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상당히 제 기억에 있어서도 상당한 분수령이 될 것 같네요. 드디어 대학교 2학년때부터 보기 시작한 아리아 (ARIA) 애니메이션의 전체 3부작 (이라고 하지만 4쿨이니 1년 분량이군요)를 다 보았습니다. 물론 아직도 2기의 20화 이후, 그리고 3기 1화, 2화 도 봤는지 안 봤는지 햇갈리기는 하지만, (아,OVA 하나도 아직 못봤네요) 나중에 보정할걸 다 날리고서라도 1년 분량의 애니를 본 기억이 이게 처음이지 싶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있어서 ARIA는 대학생활 4년을 대표하는 하나의 애니메이션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카리가 페어로 아리아 컴퍼니에 들어왔던 것도 어느새였던지.. 이제 아카리가 아리시아를 대신하여 아리아 컴퍼니의 사장이 되어... 그 이후로 아이를 맞게되어 (눈치채지 못했어요!) 이야기가 끝나니 놀랐었고.. 그리고 아리시아가 은퇴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약간 눈물을 흘렸었더랍니다. 2기에 보면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을 때 이후로의 눈물.. 그리고 다시는 흘리지 못할 눈물이군요.

   다른 글을 보니 많은 분이 이 마지막 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으신 느낌이더라고요. 저도 2006년 ARIA를 처음 보기 시작해서,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고물이 된 HP 노트북을 교체해서 현재의 쓰기 좋은 Xnote로 바꾸었고, 저희 집도 과거의 단층 좁은 공간을 벗어나 이제는 거실 넓은 (넓어서 별로 쓰이지 않는) 새로운 장막으로 이사했고, 우리 교회도 지루했던 감독님 시대에서 감격의 목사님 시대로 전환했고(정말 지금도 목사님 시대라는 것이 기쁩니다), 그 사이에 저도 ARIA the Animation을 이용해 코스와 연계해서 종민형과 함께 ppt 작업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ARIA를 보면서 느꼈던 점을 바탕으로 google earth(한글판도 없었던 때)로 프랑스 동부를 뒤져가기도 하면서 비꼬는 소설을 써서 (그렇다고 해서 ARIA 자체를 비꼰게 아니어요!) B+맞고(그것도 중견 소설가님의 평가로), 그리고 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동시에 저도 참으로 많은 일들을 벌였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졸업하는 이 시점 앞에서, 한숨에 열 두화를 보며 비로소 오늘의 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는 이제 써야하는 논문과, 앞으로 4차 학기동안 계속될 대학원에의 길이 남아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ARIA의 끝을 보니, 저도 그 시점의 아카리와 동일한 시점에 서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 아니 뭔가 그렇습니다.

   그만큼 대학생활을 통해서 ARIA를 통해 얻은 느낌(?)은 제 삶에 있어서 일정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이제 '보아야 하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이미 본, '다시 볼 수 밖에 없는', 즉 아우라가 사라진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삶에서 이 아우라를 다시 느낄 수 없다는 것.. 얼마나 안타까운 것일까요? 물론 어머니는 이 애니메이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셔서, '애니메이션 열심히 보니 사람이 뭐 됐다'라고도 하셨기도 하지만, 저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게 하신 하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람의 일생을 통하여 이렇게 좋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 그리고 그 시간을 허락해 주신 사실 자체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부분입니다. 하나님 너무 멋져요.

   그리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주신 만화가 미즈나시 아카리님과, 사토 준이치 감독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니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3탄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요..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것. 작은 것을 놓쳤다는 것, 그리고 주변이 너무 빠졌다는 것..)

   누군가 이 좋은 만화를 실사로 옮겨주기를, 혹은 리메이크해주기를, 그리하여서 빠진 부분들을 다시 채워주기를, 그리고 혹시 가능하다면 내가 그 자리에 있기를 기대하면서, 영광을 다시 한번 하나님께 돌립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으로도 요동하지 않고 주님을 바라볼 수 있기를, 사랑으로 가득 채워 나누는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세상과 부딪혀 나아갈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p.s
 
#1. 다음 애니는 아마 <앨리슨과 리리아>를 보겠지만 (이미 1화를 봤습니다), 그만큼의 감동은 없을 겁니다. 이건 단언할 수 있습니다.

   p.s.2 오늘 애니를 보면서 느꼈던 거 한가지. 왜 아리아 사장은 노화하지 않는 걸까요.. 이미 죽었어야 마땅한데..

   p.s.3 마지막으로 이 블로그 답지 않게.. 캡쳐들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