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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 그 인생의 애니메이션은…


  인생의 애니를 한편만 꼽아서 추천을 하라는 위드블로그의 공감 캠페인을 봤다. 어쩌면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 전체의 삶을 돌이켜 놓은 터닝 포인트와 같은 애니메이션, 그리고 나의 삶을 바꾸어 놓은 애니메이션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곧바로 떠오르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그것이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애니메이션인 ARIA이다.

 ARIA [아리아] 는 아마노 코즈에 (天野こずえ)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한국 어린이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한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ケロロ軍曹)의 감독인 사토 준이치 감독이 케로로의 감독직을 사퇴하고 뛰어든 애니메이션으로서, 23세기말 ~ 24세기 초 화성을 개조하여 만든 네오 베네치아의 3대 곤돌라 관광 안내 그룹 중 하나인 아리아 컴퍼니의 운디네(곤돌라 수상안내인)에 미즈나시 아카리가 지원하여 지구에서 건너오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처음에는 1기 13화의 애니메이션으로 기획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총 3기 52화, 즉 1년 분량의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되어 방영되었다.
 

<ARIA>의 주인공인 미즈나시 아카리. (만화 1권 표지)


 라운 것 중 하나는 이 애니메이션에는 대립 구조의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다. 적도 없고, 라이벌 그룹의 친구들끼리 오히려 협력도 한다. 사장은 사람이 아닌 지각이 뛰어난 화성의 고양이가 차지하고, 돈이 부족해 언제나 돈을 썩힐 필요가 없다. 심지어 아리아 컴퍼니는 한명의 선임 운디네(프리) 와 한명의 보조 운디네(싱글)만으로 운영되는데도 잘 돌아간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애니메이션을 '내 인생의 애니메이션'으로 추천하고 있는 것일까?

 째로, ARIA가 가지고 있는 탄탄한 스토리 구조와 캐릭터 구조를 들고 싶다. 스토리 구조에 갈등과 대결이 없다 뿐이지 모든 이야기는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스토리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캐릭터의 개성과 구조도 대단하다. 아리시아, 아카리, 아키라, 아이카, 아테나, 아리스로 구성된 세 그룹의 대표 운디네들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서로를 보조해가며 성장해 간다. 그리고 시간이 다 지났을 때 아리시아의 은퇴를 기점으로 한 세대는 지나가고, 새로운 한 시대가 지나는 것을 지켜보다보면 정말 이 애니메이션을 본 것이 감격스럽다는 느낌을 받게 될 정도이다. 하지만 감격과 함께 동시에 스토리라인에 개그 요소 (가령, 일반적인 모습과 개그용 모습이 다르다), 또는 고정적인 개그 대사를 배치하여 재미성도 고려했다. 한 화 한 화가 지나가면서 재미를 느끼고, 동시에 감성을 자극받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이만큼 좋은 애니메이션은 없다.
 

몇년전에 재구성해 본 ARIA의 인물관계도 (를 재작업)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이와 그랜마는 별도의 그룹으로 분리해야 하지 싶다; 


이것이 바로, 코믹 캐릭터의 진수다!


 째로는, 모든 연령층이 마음을 놓고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에 대립이 없다는 것은 일면 그만큼 매화마다 탄탄한 스토리를 배경으로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언제나 사건이 발생하고 적과 싸우며,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재미를 불러 일으킨다. 또한 이는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뛰어나다는 애니메이션들을 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마루치 아라치>, <로보트 태권V>부터 시작해서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마징가 Z>, <기동전사 건담> 등 대부분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대립 대상('우리'와 '적')을 정하고 그들과의 싸움을 통해서 승리를 이루는 근간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ARIA는 싸움이 아닌 협동, 그리고 일상을 그 근본 스토리에 두었다. 따라서 총칼이 난무한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아름다운 네오 베네치아, 그리고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모험이 강조되며, 따라서 모든 연령이 보기에 적당한, 그리고 서정적인 스토리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론 그러한 스토리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애니메이션을 볼 때 무기가 나오고, 싸우고, 피를 흘리고, 사람이 죽어나가고, 무언가 계속해서 잃어버리는 스토리 또한 재미있을까? 아니 무섭지 않을까?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대립 노선을 따른 탓에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왜색' 논란이 불러일으켜져, 현재까지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폐해가 인류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 또한 분명히 있다는 점에서 ARIA는 이러한 전형적 애니메이션을 넘어서고, 새로운 애니메이션 스토리의 기준을 제시하며, 이를 확산시키는 작용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실제로 이후에 코에이의 <금색의 코르다>, 호소다 마모루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5센치미터>등의 작품이 이를 따랐다)


ARIA는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공존, 성장해 나가는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을 추구한다.


 지막으로 ARIA를 '내 인생의 애니메이션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이 애니메이션이 내 대학생활을 표상해주는 단 하나의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대학 4년을 마치는 2008년에 [ ARIA를 다 보고 나서 썼던 글 ]은 그때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느끼고 있었는지 말해주고 있다.

아카리가 페어로 아리아 컴퍼니에 들어왔던 것도 어느새였던지.. 이제 아카리가 아리시아를 대신하여 아리아 컴퍼니의 사장이 되어... 그 이후로 아이를 맞게되어 (눈치채지 못했어요!) 이야기가 끝나니 놀랐었고.. 그리고 아리시아가 은퇴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약간 눈물을 흘렸었더랍니다. 2기에 보면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을 때 이후로의 눈물.. 그리고 다시는 흘리지 못할 눈물이군요.

   다른 글을 보니 많은 분이 이 마지막 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으신 느낌이더라고요. 저도 2006년 ARIA를 처음 보기 시작해서,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 그리고 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동시에 저도 참으로 많은 일들을 벌였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졸업하는 이 시점 앞에서, 한숨에 열 두화를 보며 비로소 오늘의 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는 이제 써야하는 논문과, 앞으로 4차 학기동안 계속될 대학원에의 길이 남아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ARIA의 끝을 보니, 저도 그 시점의 아카리와 동일한 시점에 서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 아니 뭔가 그렇습니다.


  짧다면 짧은 애니메이션 하나를 가지고, 지금의 지도교수님에게 학부때 받은 처음의 수업(2006년, 그러니까 4년 전이다)에서 아는 형과 함께 (무려) ARIA를 바탕으로 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OSMU 차원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지금 와서 보니 부끄러운 발표다), 그리고 같은 학기에 오신 한 중견 작가(지금은 어느 대학교에도 출강을 안하고 계신다)의 소설 창작 수업에서도 (내용을 비꼬기는 했지만) ARIA를 바탕으로 소설을 써서 제출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아키라의 말을 보다가 하나님 앞에 회개(?)의 눈물까지 흘린 적이 있다. 이 정도라면 내가 ARIA를 왜 강력 추천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 정도로 뛰어난 애니메이션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안 믿을 것 같아서 인증샷 업로드:)


 금까지 ARIA를 '내 인생의 애니메이션'으로 추천하는 세가지 이유를 적어보았다. 그 외에도 들 수 있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지금까지의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하신 여러분들이라면 ARIA를 직접 보고 그 감동을 경험해 보실 것을 추천드린다. 분명히 공감하실 수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원작자 아마노 코즈에님과 애니메이션 제작팀 (한국에서 작업하신 분들을 포함해서) 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