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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어

색깔로 글을 읽다 - colorAlphabet, 그리고 생각들

 보통 하나의 문자는 읽을 수 있는 기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호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구성할 수 있는 손놀림들로 구성됩니다. 다만 그 기호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유니코드같은 것도 나왔죠. 그리고 그 유니코드의 크기가 상당하지만 앞으로 인공 문자들이 나오면 채워질 날도 멀지 않을듯 싶군요. 그러니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글자'의 세계는 방대합니다. 하지만 쉽게 만들지 않을 뿐이죠.

 그런데 여러분은 색깔로 글을 구성하고, 그 구성된 글을 읽을 수 있다면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일을 시도한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 데니슨 대학 ] (Denison university)에서 일하면서 전시를 하고 있는 미술가 크리스챤 파우(Christian Faur)는 자신의 미술 작품을 위해 직접 알파벳을 위한 colorAlphabet (Omniglot의 표기에 의거했습니다)을 제작하여 이를 이용한 작품을 제작, 전시, 게제하고 있습니다.

알파벳을 위한 colorAlphabet

출처 : http://www.omniglot.com/writing/coloralphabet.php 1)


알파벳의 구성

 처음 이 알파벳을 보게 된 곳은 인터넷 인공문자 및 바벨 텍스트 전문 사이트인 [ omniglot ]에서였습니다. 처음 이 문자를 봤을 때에는 "이런 문자가 있을 수 있어?"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복잡하면서 쓰기 어려운 글자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 작가 사이트 ] 에 접속해서 들여다보니, 나름대로 의미있게 구성을 한 것이 보였습니다.

 그는 알파벳의 사용 빈도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라 이러한 작업을 했던 것 같더라고요. 아시다시피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알파벳이 E고, 그 다음이 T, 그리고 A, O, I, N, S 등의 순서등으로 사용빈도가 집계됩니다2)([ 그림 보기 ]). 이에 근거하여 우선적으로 모음이 '가장 두드러져 보이도록' 원색으로 작업하였고, 다음 TSLH, VJWF, 나머지 색깔까지 RGB값을 사용하여 만들어 냈습니다. 상대적으로 쓰이지 않는 X, Q, Z는 어둡게 처리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군요. 그리고 스페이스는 흰색으로 표시, 한 단어나 문장 사이의 간격을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 더 보기 ]

문장부호

 그런데 알파벳이라면 ,이나 ., 또는 ", :, ; 등의 글자도 표현할 수 있어야 겠지요? 여기에 대해서 작가도 생각했습니다. 그는 일정 폭에 대하여 색깔 안에 문양을 넣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colorAlphabet은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특정 폰트를 사용하고 있어서, 그림파일이나 pdf로 보여주는 이외에는 방법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용례를 그림파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왼쪽은 원래 영어 텍스트고, 오른쪽은 이에 대응하는 colorAlphabet입니다.

colorAlphabet 부분을 제외한 모든 내용의 저작권은 본 블로그에게 있음.

 이거 하나 만들기 위해 한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만, 어쨌든 보시면 거의 대부분의 문장부호가 처리되고 있음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 '가 적용이 안되고 있는데, {}의 사용이 없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제일 중요한 ' (줄임형이나, 따옴표 자체로서도 사용됩니다)의 사용이 안되는 것에는 약간 좀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다행인 것은 '이 없어도 문장을 작성하는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겠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를 -의 역상으로 처리하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또한 문두 부분도 적절히 수정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용례

그럼 이러한 alphabet을 어떻게 사용할까요?  책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고, 또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작가의 홈페이지 ] 에서 가져온 사진들을 인용해 봅니다.

colorAlphabet으로 만든 그림


위 그림의 의미


colorAlphabet과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Sample page의 모습


문제점들

 그러나 이러한 colorAlphabet이 적용되는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스스로 몇가지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 전체 남성의 10%이 색맹이다(여성은 1% 이하).
• 인간은 색기억력이 매우 좋지 않다 (또는 최소한 개발되어 있지 않다.)
• 색으로 된 텍스트를 "읽는 것"을 배우는 것이 힘들다.
• 컴퓨터에서 정확한 색깔을 쉽게 표현하도록 설정하기 쉽지 않다.
• 인쇄물에서 색 데이터를 읽기 위해 많은 양의 빛이 필요하다.
• 많은 그림물감들은 "내광성"(빛을 견디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아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 색이 그것을 보는 빛의 색에 따라서 달라진다.
• 색들이 비슷한 색들과 상호작용해서 서로의 나툼을 가시적으로 변화시킨다.
• 몇몇 전통적인 폰트보다 색이 한 페이지에서 더 많은 표면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까 문장부호 그림파일을 다시 보시면 문장부호의 모양에 있어서도 문제가 드러납니다. 즉 알파벳 다음에 문장부호가 들어가거나, [], <>, () 등의 문장부호의 경우에는 일부러 거리를 두었지만 그럼에도 문제가 없는 반면, example 문장의 -(i) 부분을 보시면 보기보다 많은 공간이 발생하게 됩니다. /의 경우에도 저렇게 띄어서 글을 만들어야 했냐는 생각이 들고, -도 스페이스를 넣게 되면 이상하게 되어버립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ll, ss같이 두 글자가 겹치는 경우인데, 이럴 경우에는 글을 읽는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에서 겹자음을 없애버릴 수 없는 일이고요.

 문장부호를 좀 더 고치면 문제가 끝나게 되느냐, 하면 아닙니다. 가령 이 알파벳으로 다른 알파벳에 적용시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marE의 경우 [ 25자 ]니까 그렇다고 치지만, 유럽언어만 해도 알파벳을 응용한 글자들이 [ 수십개 ]나 됩니다. (그러고 보니 marE에도 `나 ^옵션을 사용하고 있으니 8글자가 추가됩니다.)

 한국어나 일본어의 경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옛한글을 제외한 한글 낱자만 해도 초중종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자음 31자, 모음 21자니 52자, 초중종성을 다 고려한다면 초성 19자, 중성 21자, 종성 27자를 다 합치면 67자나 됩니다.3) 그 색깔들에 과연 쉽고 구별되게 색깔을 줄 수 있느냐의 문젠데.. 하게 되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되겠죠. 로마자를 사용하더라도 [ 매큔 ]은 ^ 이나 v 옵션을 적용하고 있고, [ 제 로마자 표기법 ]을 사용한다면 ~,@,., ^등의 문자를 어떻게 표현하는지의 상당히 어려운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ㅇㅁ 하물며 일본어는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기본 문자만 46자요, 작은 문자들도 사용되는 마당에..() 아, 그래도 한국어는 대충 [ 안드로메다어 ]를 적용시키면 해결될지도..

 따라서 앞으로 새로운 문자에 대해서 colorAlphabet을 지원하려고 한다면, 몇가지 지원사항이 있어야 합니다.

 • 알파벳과 다른 문자 (한글, 일본어)에 대해서 알파벳 색깔을 결정하는 방법
 • 유럽 문자의 경우 ¿ÀÁÂÃÄÅÆÇÈÉÊËÌÍÎÏÐÑÒÓÔÕÖØÙÚÛÜÝÞßàáâãäåæçèéêëìíîïðñòóôõöøùúûüýþÿ에다가 Œ, œ, Ÿ도 지원할 수 있는 방법.
 • ', {}의 지원, 문장부호들의 연속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처법
 • 기타 사항들

결언

 일단 지금까지 Color alphabet에 대해서 그 형태와 구조, 용례, 그리고 문제점을 가지고 설명드렸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 실용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된 연구가 필요하며, 이에 대해 제작자가 오픈 마인드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연구권을 풀어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듯 싶습니다. 랄까 그런 일이 쉽게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요 :)

바깥고리

• [ http://www.christianfaur.com/ ] colorAlphabet 제작자 사이트
   • [ http://www.christianfaur.com/color/ ] 공식사이트 1
   • [ http://www.christianfaur.com/conceptual/colorAlphabet/index.html ] 공식사이트 2

• [ http://en.wikipedia.org/wiki/Color_alphabet ] 영어 위키백과 아티클
• [ http://www.omniglot.com/writing/coloralphabet.php ] Omniglot 아티클

• [ http://www.christianfaur.com/TheRaven.pdf ] 색깔알파벳 - colorAlphabet 대조 text

TIP

 혹시 컴퓨터에 깔고 알파벳 문장을 만들어 사용하시고자 하는 분이 있어서 드리는 말씀인데, 일단 기본적으로한국어는 지원이 안되며, 무조건 영어 알파벳으로 된 문장만 사용하셔야 한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다만 안드로메다어는 여기에서 제외됩니다.

 이를 인지하시고 colorAlphabet 텍스트를 만들고자 하면 두가지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하나는 텍스트에 color를 붙여주어 변환시켜주는 변환기고, 나머지 하나는 여기에 적용되어 text를 colorAlphabet으로 변환시킬 폰트입니다.

 첫번째 변환기는 현재 기초적인 단계로 [ 제작자 홈페이지 ]에서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내용을 입력한 후 엔터키를 치면, .rtf 파일을 생성하면서 별 문제없이 글자가 변환되어 나옵니다. 다만 {}은 나오지 않으며, '도 지원되지 않으니 감안하시어 입력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그램이 좀 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곧바로 결과를 볼 수 있게.. 웹폰트 안될까요?)

 이후 지원하는 폰트도 [ 제작자 홈페이지 ]에서 링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생성된 .rtf 파일을 열면, 색깔에 변환되어 나온 색깔알파벳 텍스트를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텍스트의 폰트를 폰트를 까신 상황에서 'FAUR'로 변경시키면 색깔 알파벳을 그대로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 여기 ]에서 보시는 것 같이 문두를 어떻게 생성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_-;

각주

1) 재미있는 것은 위키미디어 공용에도 GFDL 1.2로 배포되는 [ 동일한 내용의 사진 ]이 올라와 있었는데, 이러한 관행이 허용된다면 한국어 위키백과 관리자분들은 "같은 내용을 '위키백과에서 배포되는 용도'로 자유저작권으로 배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고 하신 말을 정정 내지 사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본질적인 것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저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만, 이 글이 GFDL 저작권을 가지는 콘텐츠도 아니고, 대안이 있는데 괜히 GFDL 저작물을 삽입하기 그래서 저작권 여부가 불확실한 Omniglot의 사진을 인용하였음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2) 루돌프 키펜한, 암호의 세계, 이지북, 2001. pp. 114~5. 에 있는 분포도와 제작자 홈페이지의 [ picking colors ] 부분에 있는 부분을 대조하여 참조하였습니다. s 부분까지는 일치하고, 그 다음 h-r 부터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통계의 출처가 달라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3) 한국어 위키백과의 [ 한글 낱자 ] 스레드에서 참조하여 계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