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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about/시사

과연 두줄 서기, 꼭 필요한 일일까?


 작년부터 에스컬레이터 정책이 갑작스럽게 한줄 서기에서 두줄 서기로 바뀌었다. 내용인즉슨 한 줄로 서게 되고 한 줄이 걸어 올라가게 되면서 실제로 사건과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등 사고가 발생하자 두 줄로 서게 되면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도에서 왼쪽 보행에서 오른쪽 보행으로 바꾸는 시기에 맞추어 정부 정책을 바꾸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두줄 서기 정책이 쉽게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두줄서기의 합리성을 따지기 앞서, 몇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중 본 아티클에서는 과연 에스컬레이터에서 두줄서기가 과연 얼마나 효율적이고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한줄 서기가 과연 부정적인 사고만을 발생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점, 그리고 정부 시책이 앞으로 적용될 가능성 등에 대해 가장 많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중점으로 논해보고자 한다.

 우선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빨리빨리 정신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찬반의견이 갈려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지만, 어쩄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고유 민족 성격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빨리빨리가 시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어 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6,70년대 대한민국의 경우 산업 발전에 있어서 많은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력이 많이 필요했었기 때문에 빨리빨리, 정확히 생산하는 능력이 필요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빨리빨리가 제 3의 혁명을 통해 급격히 서비스산업화되면서, 우리의 빨리빨리 정신은 새로운 부정적인 평가를 맞게 된다. 이제 이 빨리빨리 정신이 많은 사건과 사고를 불러일으키면서, 하나의 부정적인 '병'으로까지 자리매김하여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과연 가당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우리의 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역시 없어져야 할 병리적인 현상이냐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도 사라져야 할 수치이고, 대한민국은 선진국화가 되기 위해 전통적인 한국 문화는 박제화시켜서 관광용으로만 사용하고, 과거의 행동은 부정적인 것은 모두 없애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대한민국 정부의 기본 마인드이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다른 나라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역사를 선별해서 긍정적인 것만 수용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물론 마오쩌둥의 홍위병이나 아프카니스탄 탈레반의 불상 훼손, 또는 급격한 이슬람화 등의 행위가 있었지만, 이러한 행위 모두 다른 나라에서는 부정적으로 평가 받았고 결국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이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중단되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다르다. 급격한 서구화가 발생하고 있고 그 사이에서 많은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오히려 이러한 드라이브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 것일까?


결국 사람들은 지켜보는 사람이 있지 않은한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한민국에서의 두줄서기를 생각해보자. 첫째로, 한줄서기의 경우 빨리빨리 미학을 수용하여 빨리 올라가고자 하는 사람들과 느리게 쉬면서 올라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모두 중시함에 비해, 두줄서기의 경우 빨리빨리 올라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단지 안전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의 업무나 내용이 급박하거나, 수도권 내외에서 9시, 또는 8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에스컬레이터가 자주 쓰이는 지하철의 경우 환승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에스컬레이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특히 위와 아래와의 표고차가 높은 7호선 대림역이나 9호선 고속터미널역을 생각한다면, 한줄서기가 통근 시간대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무시하고 두줄서기만을 법적으로 강력히 적용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빨리 가고 싶은 사람은 계단으로 뛰어가거나 느린 속도로 이용하는데서 발생하는 시간 소모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대한민국인의 감성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되는 제도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한줄 전용 에스컬레이터가 적용이 되고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두줄서기는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시간을 갉아먹는 방해꾼이다,

 둘째로, 한줄서기는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관습적으로 적용되고 있어서, 이러한 관습을 변경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미 한줄서기가 홍보된지도 10여년이 넘었고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이미 편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미 내가 봤을 때에는 철저한 관습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1년이 지났는데도 많은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한줄 엘레베이터이지 않는 한) 중간에 어떤 분들이 왼쪽 선에 서서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발적으로 한줄서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관습은 빨리빨리 움직이기 좋아하는 대한민국인의 특성상 앞으로도 지속되어갈 것이다. 이것이 두줄서기가 쉽게 정착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셋째로, 두줄서기를 이루기 전에, 한줄서기가 정착하고 확장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 자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까 이야기한 사례를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 자체가 빨리 이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정착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확장되었으면 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을 해보자. 만약 내가 9시부터 일이 시작되는데 조금 늦어도 큰 제제를 받지 않으며, 그대신 업무는 그 이전에라도 간단하게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처리할 수 있다면, 굳이 빨리 출근할 필요가 있을까? 느릿하게 가지 않을까? 결국 한줄서기가 정착될 수 있는 이유는 사회의 기형 구조 때문이 아닐까?(이 부분에 대하여서 최근에 읽었던 데루오카 이츠코, 부자나라 가난한 시민, 궁리출판, 2007을 추천하고 싶다. 일본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자동적으로 대한민국의 현실과 오버랩될 것이다.) 그렇다면 빨리 가고자 하는 한줄 서기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자체에 대한 해결 없이, 쉽게 두줄타기 문화가 적용되기는 힘들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런 전광판을 보게 되면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한번 급행열차가 오기 몇분 전에 여기서 내려간다고 생각해봐라. 달려갈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지하철 타임테이블이 점차적으로 재정리되어야 하겠다. 특히 지하철 급행 열차의 경우 환승하는 지하철 열차와 시간표가 비효율적으로 짜여져서 같은 열차가 도착하고 나서 몇분도 되지 않아 환승하는 열차가 출발해, 뛰지 않으면 곧바로 다음 열차가 출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열차 간 시격도 줄여서 한 열차를 놓치면 8분, 어떤 때는 10분 이상도 기다려야 하는 비효율적인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어야 하겠다. 물론 현실상의 어려움도 인정하지만, 지하철 타임테이블이야 말로 승객을 위해 존재하므로, 이러한 점을 감안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강객이 입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대충 내가 가지고 있었던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에 대한 의견을 마침 좋은 기회가 되어 늘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다시 말하고 싶은 것은, 아무리 두줄 타기를 강조하더라도, 결국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두줄타기가 정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라는 점이다. 물론 두줄 타기로 사고는 막을 수 있겠지만, 빨리 가지 못해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가는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지, 보다 더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p.s 사진은 구글에서 찾아서 올렸습니다. 사진 저작권자들에게는 양해를 구합니다.

 p.s.2 장애인의 접근권 문제를 제기할 분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네요. 그럼 왜 엘레베이터에 20초나 되는 딜레이를 넣어서 속도가 왜이렇게 느리냐고요. 왜 신도림에는 아직도 휠체어 리프트가 활약하고 있냐고요. 문제는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 정말 장애인들과 어르신들을 배려하지 않는 유저 인터페이스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