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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뮤지컬] 룸메이트, 감동과 냉랭 사이쯤


뮤지컬 룸메이트
40000 /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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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나이를 울릴 정도의 콘텐츠가 어디 있을까? 개인적으로 누군가의 콘텐츠를 읽거나 보다가 눈물을 흘린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 밖에 없었다. 그것도 ARIA the natural에서 딱 한 번. 그 이외에는 한번도 예배를 제외하고는 흘려보지 못한 눈물이다. 그 눈물을 흘리게 만든 콘텐츠라면 대단한 콘텐츠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동시에, 무대가 빨리 끝나 곧바로 사람들이 이산하여, 그 느꼈던 감정을 곧바로 쏟게 만들어 버린다면 그 콘텐츠는 어떤 콘텐츠일까? 그건 굉장히 나쁜 콘텐츠 일 것이다. 왜냐하면 좋은 콘텐츠라면, 사람들이 받은 감동을 쉽게 쏟아버리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특성을 동시에 갖춘 뮤지컬이 여기에 있다. 그것이 오늘 내가 리뷰하려는 뮤지컬 룸메이트이다.

2. 솔직히 이 뮤지컬을 Joins-sm의 초청으로 갔다는 말부터 해야겠다. 그래서 이 뮤지컬이 어떤 뮤지컬인지 처음에는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냥 가보자고 해서 부랴부랴 같이 들어갈 형을 구해서(?) 들어간 공연에서, 그러나 나는 공연의 재미를 느꼈다. 정말 그들이 보여준 90분간의 공연이 얼마나 재미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재미있었던 것인지를 나는 잊지 않고 기억하려고 한다.

3. 내용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주인공에 상대주인공이 있고, 거기에 붙는 두명의 남자의 2:2 관계에 사랑을 맺었다가 헤어지는 그런 'cool vs. no cool'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내용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 사이에 숨겨진 재미 코드가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미있었던 곡이 바로 '밤, 밤: 굴, 굴: 눈, 눈:'을 가지고 만든 노래이다. 그 노래를 여러번 불러 나도 외어버리면 이 부분은 절대로 실수하지 않을 것 같다.

4. 다만 동시에 작품 내부의 서사 내부의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맨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간의 관계에 집중하여 주인공과 남자배우 1 와의 싸움을 배우 2의 구출로 사랑 이야기가 얼버무려졌다던가, 상대주인공의 행동 방식에 있어서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이다.

5. 그러나 나를 울리게 했던 '내 모습 그대로 (1st - reprise말고)'는 왠지 특정 종교를 떠올리게 하는듯 해 기분이 좋아짐과 동시에 내 눈물을 적셨고, VD=R나 wanna-be 개념은 '그렇구나. 결국은 현실은 꿈꾸고 정복하는 자의 것이구나!'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몇개 곡은 가능하면 채보나 악보를 받아서 외워서 내 레퍼토리에 추가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만큼 좋다. (기획사 쪽에서 OST 내줄 생각 없나요?)

6. 하지만 이 연극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실과 공연 사이의 갭이 크다는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연출의 행동 모습을 곱씹어 봤을 때의 왠지 연출된 관계도 어떤 의미에서는 무섭다. 또한 공연이 끝나고 같이 공연을 봤던 형이 화장실로 들어갔던 것을  기다리던 사이에, 사람들은 다 빠져나갔고, 어느새 형이 나오고 나니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와보니 대학로 청아소극장에서 내가 누군가와 공연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끈 따위는 고작 티켓 한 장이었다. 현실과 공연 사이의 갭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냉혹한 경험이었다.

7. 그래서 공연은 감동이었는데, 나오고 나니, 그들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냉랭한 현실을 돌아봐야 했기에, 결국은 이 글의 제목을 '감동과 냉랭 사이'라고 정했다. 정말 공연은 좋고, 몇몇 음량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자세한 사항은 기획사 측이 궁금해 하면 알려줄게요) 뛰어나도.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소극장이 좁아서 그랬던 것인지(그렇다면 이 불쾌한 사항을 '양해'해 줄 수밖에 없다), 아니면 의도적이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점프>나 <마리오네트> 같은 공연 후의 관계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불쾌하지만 두가지 모습이 동일한 공연에서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8. 그러므로, 향후 기획사가 이러한 부분들을 보정해 줄 수 있다면, 그래서 남자배우 1이 주인공에게 거짓 사랑으로 다가갔던 것이 왠지 이 공연을 설명하는 것이 되지 않게 해줄 수 있다면, 나는 이 공연을 다시 한번 더, 제돈 주고서라도 볼 생각이 있다. 공연이 끝나고의 감정이 공연 속의 감정을 압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공연의 감정을 계속 이어가고 싶기에, 이 공연이 소중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별점 : 3.9/5.0

* 공연 내용 : 4.0 - 스토리는 약간 진부성이 느껴지지만 전반적인 음악 구성이나 극의 구성은 전혀 흠이 없다.
* 음악성 : 3.5 - 약간 음이 다운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
* 커뮤니케이션 : 2.5 - 냉랭했다.
* 종교성 : 4.0 - 진리가 약간 들어감, 문제 없음
* 연기성 : 4.5 - 완전 최대는 아니지만, 이정도면 일반인은 절대 할 수 없는 수준이다.


p.s '내모습 그대로'의 악보, 누가 가져다 주신다면,
      그리고 저작허가를 낼 방법을 주신다면, 유용하게 사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