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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삼일교회를 떠난, 떠날 형제 자매 여러분들에게


   1. 따지고 보면 저는 이러한 글을 쓸 자격이 없습니다. 삼일교회의 교회 문 안으로 제 발을 들이기는 커녕, 그 근처 100m 안으로도 들어가 본 적도 없고, 아마 제가 반드시 가봐야 할 수 밖에 없는 한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삼일교회가 저에게 맞는 교회라서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닙니다. 삼일교회를 갈 시간에 백주년기념교회에 여러 번 손을 내밀었고, 앞으로도 제가 혹시나 교회에서 쫓겨나더라도 전 삼일교회를 마지막 가능성 중 하나로 고려할 것입니다. 즉 삼일교회와는 연관이 없는 사람이죠. 단지 동일한 것은 그리스도인이고 십자가와 성령으로 '거듭난' 청년층에 있다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글을 쓰냐고요? 그건 어쩌다 알게 된 형제 한 명 때문입니다.

   몇 진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만, 그 형제는 삼일교회 사건이 터진 이후로도 상당히 고민하면서 교회를 지켰습니다. 최근에도 목포 사역을 위해 팀장으로 수고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던 것도 다 헌신하고 지금도 목포사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형제와 최근 짧게 채팅을 하다가 그 형제가 '많은 사람들이 나갔다는 것을 요즘 더욱 느끼고 체감중이라'고 한 말이 매우 제 맘에 남았습니다. 그 때 저는 마침 교회에서 저녁 청년예배를 마치고 잠깐 바깥에 나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오신 담임목사님께서 '지금은 상황이 안 되어 보이지만, 한 때 9000명까지 모였던 교회다. 그런 삼일교회를 본받아야 한다'라고 말한 것이 맘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2. 삼일교회가 2000년대 한국 청년 사역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은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고, 여러분들이 그 자리에 계셨습니다. 많은 교회가 삼일교회를 주목했고, 앞으로도 주목할 것입니다. 문제는, 많은 삼일교회 사역의 중심에 사실상 전병욱 목사님이 계셨고, 그 목사님의 카리스마 때문에 교회가 사실상 유지되어 왔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사탄이 쥐락펴락해서 그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결과가 성추행 사건이었죠. '안타깝게도', 저는 이 사건을 지은 전병욱 목사님에 대해서 그리 좋은 평가를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악에 대해서 싸웠어야 할 목사님이 쓰러졌다는 것에 대해서 바울이 그렇게 했듯이 좋은 평가를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병욱목사님의 사역이 귀하고, 지금까지 한 사역이 하나님께서 온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제 맘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교회를 들어 쓰신 하나님의 방식이라는 것을 이성적으로, 또 영적인 차원에서 인정치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목사님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사안에 따라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삼일교회의 사역은, 특히 새벽기도의 중심 사역, 그리고 청년 동원 사역 모두가 거짓입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쓰임 받은 사역자인(물론 미래에도 쓰임받으리라 믿습니다만, 현재는 그렇지 않으시니 이렇게 표현합시다) 전병욱 목사님을 통해 사용하신 하나님의 사역은 전부 거짓인가요? 그 분이 하신 사역 또한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한국 청년을 일으키신 방법이 맞습니다. 전병욱 목사님이 쓰러졌다고 해서 그것이 거짓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 그 사건을 통해 사역의 문이 중단되고 막혔을 뿐입니다. 삼일교회에 하나님이 말씀하시기 원하는 부분을 듣고 그를 통해 돌이키도록 하시도록 베푸시는 기회가 주어졌을 뿐입니다.

   3. 자, 이제 돌아가서, 그럼 여러분들의 교회'였던' 삼일교회와 그 교회에 소속된 '여러분'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들은 그 교회에 왜 가셨습니까? 그 교회에서 왜 신앙생활하기로 결정하셨습니까? 저라면 누가 권유하더라도 절대 안 갈 그 교회에, 여러분들은 왜 갔다가 목사님이 쓰러지니까 옳다구나 하고 다른 갈 길로 가시나요? 단순히 교회 사역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같이 있어야 한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로 그럭저럭 버텨오다가 아, 목사님이 빠지셨으니까 이제 이 쯤에서 교회를 바꾸면 되겠구나고 생각해서? 아니면 '우리 교회'에의 부르심이 이번 사건을 통해서 명확하게 보이지 않아서? 단언해서 말하되, 이건 분명히 아닙니다.

   일반 목사님들이 '교회를 쉽게 옮기지 말아야 한다'고 누누이 말하는 이유에는 영적으로 일리가 있습니다. 헌금을 뜯어내어 돈을 더 벌기 위한 주장이라는 안티개독교식의 리딩이 아닙니다. 그 교회의 사역자들을 통해서 오랫동안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을 때 그 목회자가 바라는 신도상에 다가갈 수 있어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지역교회 또한 예수님의 몸의 큰 지체중 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한 부분이 강해지고 보다 더 성숙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성숙하고 헌신된 성도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즉 여러분이 교회를 위해서,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위해서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삼일교회에 문제가 생겼으니 곧바로 삼일교회를 떠나야 한다는 반응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재고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 생각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서 온 것인지 하나님께 물어보십시오. 이 기회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분명히 옮기시기를 원한다면 가셔야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옮기기를 이 시간을 통해서 원하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보다 앞서서 갈 때가 많습니다.

   4. 하지만 저는 괜히 하나님의 명령을 운운해서, 또는 일반적인 기독교회 목사님들의 생각에 근거해서 삼일교회에 남아있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삼일교회에 남아있기를 추천하는 이유는 그와는 다른 이유입니다.

   첫째로, 현재 삼일교회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향후 교회 운영체제의 재검토라고 봅니다. 그동안 삼일교회는 20대 중심으로 갔습니다. 새벽기도나 또 다른 모든 것이 20대라서 쉬웠고 가능했죠. 하지만 삼일교회 사역이 시작된지 최소한 10년은 지났고, 현재 처음 들어왔던 20대는 30대가 넘은 집사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진사역은 전적으로 20대 청년 우선적으로 나가 있죠. 여기서 뭔가 달라진 사역에 맞춘 교회사역 구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최소 20년 후면 여러분들이 장년이 되고 초기 멤버 중에서는 장로님들이 선임이 될 날이 반드시 옵니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20대 중심으로 돌아가니까 사역이 가능한 진 체제 사역에 분명히 한계가 올 날이 옵니다. 아무래도 지금이 교회의 체계를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 것이 가능한 과도기적 시간이 바로 지금입니다.

  둘째로, 현재 삼일교회의 가장 약한 점은 평신도 사역보다 목회자에 의한 사역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목회자들과 몇몇 리더가 논의해서 사항을 결정하지만 실제로는 목회자 분들이 지시하시면 여러분들이 뛰었고, 그래서 지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21C에는 목회자보다 평신도 사역이 더욱 중요해 질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 자신이 사역의 중심으로 설 날이 얼마 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목회자 카리스마 중심의 사역이 먹히지 않을 날이 곧 옵니다.(지금도 큰 교회의 담임목회자들이 상당히 비난받고 있지 않습니까.) 늦어도 20년 안에는 옵니다. 그 때 쯤이면 많은 교회가 약해져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평신도 사역자들이 움직여야 할 때가 옵니다. 이를 위해서 하나님이 먼저 삼일교회를 준비시키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또한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에서야 검토할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은 모든 상황을 아버지의 선하신 뜻을 위해 이루신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삼일교회 사건이 일어난 것이 당신의 신앙을 다시 한 번 점검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열어주신 상황이라면, 그리고 그 상황에 당신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사실이 심판날 하나님 앞에서 드러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삼일교회 사건이 교회를 위해 열어주신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삼일교회 성도 한 명, 한 명을 위해 열어주신 시간이라는 마음이 듭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하나님이 하실 일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야 삼일교회가 하나님이 주신 카이로스적 크로노스 안에서 더욱 깊게 설 수 있습니다.

  5. 마지막으로 삼일교회 사건을 보면서, 대조되는 상황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최근 일어난 목동제자교회 사건 말입니다. 똑같이 청년 목회 중심의 교회고 똑같이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인데도 불구히고, 교회 리더십의 위기를 가지고 세우는 반응이 서로 다르더라고요. 삼일교회 청년들은 목사님의 상황을 보고 교회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행동할 자유가 있었지만, 목동제자교회는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목사님이 교회 재정을 잘못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하고 묵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교회가 잘 돌아가나보다 생각하고 지금 이 시간도 청년 목사님의 말씀이 좋으니까, 그리고 교회에서 청년 사역을 밀어주니까 그것만 보고 귀를 닫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삼일교회 사건을 통해 한국 교회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교회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대해서 더더욱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교회의 위기는 교회의 새로운 성장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서 삼일교회만이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역사가 또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들이 붙어계셔야 합니다. 삼일교회가 지금 무너진다면, 하나님께서 사용하시기 원했던 목표와 사역들이 모두 중단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하나님은 또 다른 교회와 사역을 찾아 헤메실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지금 다른 교회로 나왔다면, 당신이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또는 가기 싫어 나온 삼일교회로 지금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교회를 다시 일으키고 변화시켜서 삼일교회를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교회가 되게 만드는주역이 되십시오. 이것이 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마지막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 2011, earp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