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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책들

테메레르 전반부를 논한다 : 테메레르를 바라보는 세가지 관점

 들어가며

 테메레르는 2007년부터 나오미 노빅에 의해 전 6부로 기획되어 쓰여지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시점은 테메레르 4가 이미 국내에 출시된 시점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책을 받아보지 못한고로, 이 책들에 대해서 논하기에 시간이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테메레르는 알다시피 그동안 국내에 길더라도 1년 안의 간격을 두고 (즉, 몇년이 크게 걸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발간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만큼 테메레르에 대한 인기가 많았고, 테메레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러한데, 과연 테메레르는 완벽한 판타지 소설인가?

 이 글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글은 테메레르에 대해 결코 찬사를 늘어 놓을 생각이 없다. 오히려 이 글은 문화적, 역사적, 그리고 '대체역사'에 대한, 고찰을 통해 테메레르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결함과, 그와 함께 그 결함을 통해 발생하는 놀라운 스토리텔링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문화적 고찰 : 중국이기에 발생하는 문제들


 사실 테메레르 1권만 읽었을 때만 해도, 나는 테메레르에 대해서 비관적인 생각을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스토리는 좋았고, 흠 잡을 곳도 없었으며, 내용 자체가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2권에 '테메레르이기 때문에 나와야 할' 중국이 나오자 사정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서양인이 중국 문화에 대해서 꿰고 있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임은 인정한다. 하지만, 한자나 유교 문화에 어느정도나마 교육을 받아 익숙한 나에게는 과연 이 글이 '올바르기만 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일단 이름부터 웃기다. 다른거 다 빼고 한국인의 센스로 생각하자. 어느 친구 이름이, 아니 어느 사람 이름이 "용천상"이라고 한다. 과연 익숙한 이름일까? 일단 그 '용'씨부터 좀 맘에 안 든다. 그리고 이름을 특별히 테메레르에게 '천상'이라고 지어주었는데, 물론 셀레스티얼을 천룡으로 부르니 돌림자를 천자로 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피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천상용'이라고 부르지'라는 생각마져 가졌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드는 문제. 로렌스가 과연 '셀레스티얼의 파트너'라는 이유로 중국에서 곧바로 양자가 될 수 있었을까. 아마 실제 세상이었다면 곧바로 난리가 났을 거다. 아마 베이징부터 시작해서 변방의 유학자들이 분개하여 상소를 올렸을 것이다. 또한 조선도 상당히 반발했을 지도 모른다. 아마도 조선왕조실록에 조회때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여 이러한 상소를 황상께 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략) 황공하옵고, 다름이 아니오라 위대하고 광대하옵신 황상께옵서 전혀 듣지도 못한 '로렌스'라는 잉길리의 외인을 단지 그가 천룡인 용천상을 타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황제의 좌를 이을 자로 간택하셨다는 것에 대하여 우리 조선은 형제지국으로서 심한 분노를 느끼옵니다. 이는 전무후무한 일이며, 마땅히 존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옵거늘 어찌하여 이러한 일을 행하시옵나이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문제가 생기는 그 부분은 그 부분만이 아니다. 앞으로 문제가 될 부분은 그 외에도 있다.
 
역사적 고찰 : 중국과 오스만과의 싸움 가능성은?

 자. 일단 로렌스가 황자의 양자가 되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그 다음 일이 간단하리라고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일단 양자가 된 로렌스를 중국이 쉽게 내보내 주었을지 만무하고 (아마 황제가 "명령서 같은 건 무시해!"라고 명령을 내렸을 지도 모른다), 일단 내보내더라도 그렇게 호위군 없이 내보낼 수는 더욱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 만명정도의 부대를 같이 딸려서 보냈을 듯 같기도 싶다.

 그렇게 된 상황에서 로렌스는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하기라도 했을까? 아마 사정이 많이 달라졌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한 일만 군 끌고 중국에서 오스만에, 더군다나 중국의 왕자가 와서 "영국군을 위해 용알을 받기 위해 왔으니 용알 좀 내주시오"라고 말한다면 로렌스가 리엔에 의해 이런 어이없는 일을 당하게 되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리엔에게 있어서는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났을 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서포트가 빵빵한 상황에서 리엔이 테메레르를 어대적하고, 왕자의 권한을 무시했다면? 그렇게 된다면 중국과 오스만은 크게 마주쳤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세상에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날 지도 모를지도.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은 나오미 노빅에 의해 일부러 배제되었다. 물론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모든 부분을 최대한 배재했다는 것 자체가 약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중국의 황제가 로렌스에게 만명, 적어도 한 500명정도의 군인을 같이 딸려 주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2권에서 약간 불안감을 느꼈던 나의 테메레르에 대한 기대감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체 역사'와 패러럴 월드 - 서양의 관점과 동양의 관점

 결국 서양의 관점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높은 동양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보는게 내 생각이다. 나오미 노빅은 서양의 관점에서 서양의 문화를 잘 서술했고, 그리고 서양과 동양의 문화의 차이에 서술하는데 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동양의 문화를 온전히, 그리고 깊게 서술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결국 테메레르는 소설 자체가 걸어 놓은 소설의 설정이 나를 깊게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세부적인 부분을 빼고 나면 테메레르는 완전한 성공을 거둔 소설이다. 특히 나폴레옹 전쟁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고찰은 기존의 '지루하고 딱딱한' 나폴레옹 전쟁을 쉽게 이해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역사의 일부가 수정되었지만(도버 전투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이 '대체 역사'이자 패러럴 월드에서 일어나는 일인 만큼, 정말 뛰어난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패러럴 월드인 만큼, 나는 여기에서 마지막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다. 인간과 용이 함께하는 옛날이 있었다. 그리고 인간은 이윽고 용을 키워, 군대를 만들어 키우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세계는 존재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기독교의 내용이나 농사의 형태, 그리고 정치 체제, 사회, 모든 것이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테메레르의 세계는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이 현실같은 '현실'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물론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한 표를 던지겠다. 테메레르의 3권에 용의 '높은 사고 능력'에 대한 반대 의견 등이 기재되어 있지만, 인간이라면 이러한 문제를 (과거부터 시작해서) 이정도 수준이 아니라 심각하게 '용 학대'로까지 진행시켰을 수 있다. 그리고 용도 지식을 이용해서 인간을 다스렸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기독교가 대입되면... 과연 이런 일들 자체가.. 기술이, 사람이, 상황이 주어질 수나 있었을까? 결국 패러랠 월드는 가능하지만, 그런 일이 있기 위해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용이 생긴지 적어도 2-300년은 안 되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테메레르는 이러한 '위태위태한' 사상누각 위에 서 있는 작품인 셈이다.

 결론 : 그러나 그러하기에 세상은 아름답다 (Therefore, It is)

 하지만 다시 한번 결단코 말하건대,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인 '세세한 문제'들이 테메레르의 이야기성을 깎아버리지는 않는다. 테메레르는 그 텍스트 자체만을 보고 평가한다면 매우 아름다운 소설이며, 특히 그 중에서 1권이 주는 '느낌'은 대단하다. 나도 이러한 '세세한 부분'들을 생각하다 보니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 뿐이지, 테메레르가 '잘 못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테메레르 자체가 '잘못된' 소설 따위. 그러니까 이류, 삼류로 내려버릴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테메레르를 아직 3대 소설과 비교하기에는 약간 모자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테메레르를 통해 나오미 노빅은 '역사 판타지 소설'이라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장르를 개척하는데 성공했고, 이러한 업적은 앞으로 누구도 이루기 쉬운 부분이 아니다(대한민국의 대체역사소설은 단지 현대 군사와 과거 역사의 접목일 뿐, 어떤 기타 환상적인 요소를 끌여들인 적이 없다. 또한 그들의 글은 단지 '군사적 확장'의 연속일 뿐이다).

 테메레르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 책이 될지는 모르겠다. 분명히 단정적인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두권이나 남았고, 그리고 그때까지 있을 사람들의 평가도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 내게 '요즘 읽어 볼 만한 판타지'를 추천하라고 한다면, 나는 당장 테메레르를 추천하겠다. 그만큼 테메레르는 언어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테메레르 같은 소설이 한국에 나올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 LiH, Earpile de arsle,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