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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책들

코스어, 코스를 말하다 - <코스프레 다이어리>


주의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는 없으나 책의 이해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코스프레 다이어리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박유송 (니들북,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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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그런 어려운.. 유니크한 점..일까요-ㅁ-; 마니악한점? "
   - 키르아, 필자가 홈페이지에 올린 질문(#247)에 대답하며


들어가며

 오랜만에 코스에 대한 서적이 나왔다. 현재 코스어이신 키르아님이 쓰신 <코스프레 다이어리>(이하 '다이어리'). 코스프레에 대해서 국내에서 출간된 두번째 책이다. 참고로 첫번째 책은 이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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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소개하자면, <코스프레 - 분장속의 아이들>(이하 '코스책')은 사진사 frost님이 코스어 9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뒤 자신이 찍은 사진을 붙이고, 부록 격으로 코스어 세명의 사진과, 날바쪽과의 인터뷰를 거쳐서 출간한 책이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판된 것이 가장 특이한 이 책의 맨 처음에는, 키르아님의 인터뷰가 실려져 있다. 따라서 <다이어리>를 읽기 전에 이 책을 읽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사실, <다이어리>가 코스계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의외로 놀랍다. 왜냐고? 전의 <코스책>의 경우에는 코스계에서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코스책>을 보여주면 '이런 책이 있었네?'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다이어리>는 초반부터 다른 모습을 보였다. 대원CI 임프린트로 보이는 니들북에서 발매된 이 책[각주:1]은, 곧바로 물파스닷컴 내부 광고를 통해 뜨기 시작했고, <다이어리> 사인북 이벤트[각주:2]에는 30개의 책에 댓글 874개가 모여 29.13: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경쟁률이 너무나도 세서 난 아예 이벤트를 포기했을 정도다.. ㅇㅁㅇ

 그리고 실제 구매율도 높은 듯 싶다. 발매 며칠도 안 됐는데 책을 구매했다는 소식이 인터넷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그만큼 코스어들을 사로잡고 있는 이 책! 코스어들에게서 '키르아님은 저의 우상', '높으신 분', '정말 대단하다'[각주:3]등의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이 책은 왜 뜨고 있는가?

<다이어리>가 뜨는 이유는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온 코스계 쪽으로의 마케팅은 제외하고 내부 콘텐츠를 살펴보도록 하자.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마케팅이 있더라도 내부 콘텐츠가 저질이라면 사람들이 곧 그 콘텐츠를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책의 스토리가 보여주고 있는 공감력 있는 이야기다. 왜 코스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코스옷을 제작하는가, 코스프레를 왜 하게 되는가를 무려 4가지로 나눠서 소개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외에도 코스를 하면서 자신의 삶에 있었던 에피소드들, 그리고 악플로 인해 2000년 초반에 코스프레를 은퇴하면서까지 느꼈고, 다루어야 했던 두려움, 그리고 어머니와의 갈등[각주:4] 등의 코스어들의 삶의 이야기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코스어들의 입장에서 쓴 글이니 만큼, 코스어들에게 가장 설득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사진이다. 자체 집계한 결과, 모든 책에 코스 사진이 124개나 되었고, 여기에 다른 관련없는 사진들을 합쳐도 159개나 된다. 전체 페이지는 192page인데 (16*12), 양면으로 사진이 인쇄되어 있는 페이지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페이지에 사진이 한장씩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양면 텍스트만 있는 페이지도 있지만.) 즉, 이 책을 통해서 코스어들은 키르아씨의 사진을 보면서 코스프레에 대한 열정을 재확인 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이미지 중심의 텍스트이다. 다음의 표를 보도록 하자.

   이미지 0%
이미지 <= ½ 이미지 > ½
이미지 100%
 기타 전체
 페이지 수  67 25 + 1
 24 61
14
192
 퍼센트  34.89%  13.54%  12.5% 31.77%
 7.29%
99.99%

 위의 표는 <다이어리>책의 전체 페이지의 텍스트에 대한 이미지 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보시다시피 사진이 들어가지 않은 페이지는 전체의 약 35%에 불과하며, 나머지 페이지에는 꼬박꼬박 사진이나 그림이 개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텍스트보다 그래픽과 이미지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이 진행되는 현 세태에서[각주:5], 이미지-영상 세대로 일컬어지는 이 세대[각주:6]를 잡아 끌기에는 좋은 컨셉인 것이 사실이다.

 또한 텍스트의 배열이나 중간의 이모티콘도 책의 주요 특색 중 하나이다. 중간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있으면,

이렇게 배열한다던가,

또는 이렇게 글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갑자기 이렇게 글씨 크기를 바꿨다, 색깔을 바꿨다 하며 적절하게 보여주는 텍스트 배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모드이다. 이런 이모티콘들도 재미있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데 나름 좋은 영향을 끼쳤고.

 대충 이 정도로 코스프레 다이어리의 장점에 대해 설명을 해 보았다. 아, 왜 코스어들이 <다이어리>를 많이 사보느냐고? 그냥 독자에게 이 부분을 맡기기는 너무 무책임하니까, 이것도 마케팅적 관점에서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1) frost님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하지만 키르아님은 왠만한 사람들은 알더라. (저명성)
 2) 문지사는 역시 인문학적인 출판사라 도서 홍보의 범위가 좁을 수 밖에 없고, 코스어들을 타겟으로 이 책을 팔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원 CI라면 입장은 달라진다. 만화, 애니, 라노베, 성우계, 코스계등 다양한 판촉대상이 있을것이고, 홍보를 하는 방법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Marketing Mix 범위의 차이)
 3) 코스어에게 있어서 사진사보다는 코스어가 가깝다. (인접성)
 그리고.. 역시.. 책에 있는 모든 코스사진을 구경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 (심리적 소구)?

나가며 : 그러나 20% 부족한 이유는

 이제 글을 슬슬 정리해보자. 두 개의 책을 다 읽어 본 입장에서, 나는 두 개의 책이 상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첫번째 책인 <코스프레 - 분장 속의 아이들>은 사진사 입장에서 바라본 코스프레를, 두번째 책인 <코스프레 다이어리>는 코스어 입장에서 바라본 코스프레를 각각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가지의 책이 한국 코스프레의 상황과 사정들을 제대로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아직 10대를 중점으로 한 코스프레 연구나 책이 진행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국 코스프레를 다룬 이 두 책은 2%가 아니라 20% 부족하다. 아직 피상적이기 떄문이다.

 물론 두 책은 뛰어나다. 코스 사진도 그렇지만 책의 내용도 충실하고,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해서 펼쳐보는 책들이기도 하다. (<코스책>의 경우 현재 두번째 잃어버리는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ㅠㅠㅠ) 하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앞으로도 코스프레가 뭐하는 건지, 코스어들이 누군지, 그들의 생활이나 삶이 어떤지를 보여줄 수 있는 책들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10대들의 이야기를 이 책들 중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른 코스프레에 대한 책들이 개선해야 할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책에 몇가지 오류가 보인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당장 첫 페이지만 펴봐도 (아무래도)신비주의 프로필과 과장주의 프로필의 사진이 뒤바뀌는 등의 어이없는 오류가 발견된다. 그리고 127쪽의 '악플을 단다.'과 다음 단락 사이는 띄워주어야 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 그리고 134쪽, 학고는 '학점경고'가 아니라 '학사경고'의 줄임말이다. 그리고 82쪽에는 스티치라는 단어가 있는데, 정작 말 뜻의 해석이 없다. 붙여줘도 됐을텐데.. 랄까 이렇게 곧바로 조금만 살펴봐도 나오는 오류들.. 좀 더 잡고 해결했으면 되지 않았었을까 싶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결론은 : 키르아님, 글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나도 내년에는 나의 마음으로 약속한 것처럼, 코스프레에 대한 책을 쓰겠다는 하나의 다짐[각주:7]?

이 책의 명문장

코스프레를 좋아했다. 하지만 소중히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 그래서 '키르아라는 닉을 쓰는 박유송이란 사람이 코스프레를 했다'라는 사실을 지우려고 했었다.
하지만 정보가 범람하는 인터넷 세상, 그렇게 과거를 쉽게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 ㅋㅋ. 그리고 내가 열정을 쏟았던 일, 그걸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를 부정하고 하찮게 여기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후회 없는 인생을 살자!
내 열정엔 부끄러움이란 없다. 후회하지 말자. ~ 왜냐하면 좋아하는 일에 나는 최선을 다 했으니까!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살자! (p.137)

Withblog에서 책을 신청하면 리뷰 안시켜주고, 제가 읽었던 많은 글을 썩히기도 그럴듯 싶어서 이 글을 시점으로 책들도 리뷰 들어갑니다. 제가 읽은 모든 책을 대상으로 하니 다음에 나올 책이 무엇이 될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깁니다 -_-;


  1. 대원CI쪽 소개 : http://blog.naver.com/daiwon_ci/10048195658 [본문으로]
  2. http://cafe.naver.com/moolpas/1693925 [본문으로]
  3. ibid., [본문으로]
  4. 코스어나 코스인 중에서 이 부분을 겪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레퍼토리의 또 다른 이야기에 대해서는 최근 [ 한겨례 esc '덕후왕 선발대회'에 올라온 한 코스어의 사례 ]를 참조하기 바란다. [본문으로]
  5. 비밀유지 문제로 출처를 밝힐 수 없는 ○대 교수의 발언. [본문으로]
  6. 윗 세대의 '다음 세대'에 대응하는 말. [본문으로]
  7. [광고] 필자는 코스프레 진입 10주년이 되는 2010년 10월을 목표로 '코스프레 보고서 : 2000~2010' (가제)를 작성중에 있습니다. 책에 관심이 있는 10, 20대 코스어나 사진사, 출판사들의 많은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