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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공단, ‘국가철도공단’으로 명칭 변경 … 한국철도 병들어 간다

 

아래의 글은 [ 한국어 위키뉴스 ] 에 올린 [ 심층기사 ] 의 복제본입니다. 글은 CC BY 2.5로 배포되고 있고, 해당 내용의 복제는 한국어 위키뉴스에 가셔서 하시면 됩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KR)의 이름을 ‘국가철도공단’으로 바꾸는 법률안이 윤관석(인천 남동을) 더불어민주당 당시 간사에 의해 발의, 지난 달 20일 대한민국 20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가결된 159개의 법률안 중 하나가 되어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법률안의 제정은 2004년 철도공기업화 이후 이명박·박근혜 등 보수정권에 의한 철도민영화에 대해 철도인들과 철도동호인, 국민들 가운데서 번지고 있는 한국철도 통합 요구에도 역행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이후 강화되고 있는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파일:Korail&Korea Rail Network Authority headquarters.jpg]], Minseong Kim, CC BY-SA 4.0

한국철도는 왜 코레일과 KR로 나뉘어야 했나

한국철도는 1894년 6월 28일(음, 양력 7월 30일) 조선국 공무아문(전 공조) 아래에 최초의 철도건설기구인 철도국을 설치한 이후 일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1896년 6월 15일 국내철도규칙을 신설하여 철도 신설을 꾀하였다. 그러나 미국인 모스에 의해 주도되던 경인선이 일본의 지속적인 공작으로 인해 팔린 1899년 이후 일본은 철도부지를 강제로 수용하고 보상은 대한제국에게 떠넘기고, 경부선과 경의선의 건설과정에서 연선 지역의 청년들을 강제로 철도 가설에 동원하고 그에 따른 임금을 주지 않음으로서 한국인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이후 을사늑약으로 인한 한국의 강제병합 이후 조선철도는 남만주철도에 위탁운영되면서 한국인의 피와 땀을 수탈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가 해방 이후 겨우 국민 곁으로 돌아왔다. 이후 한국전쟁 이후 산업선으로 철암선이 개설된 것을 시작, 매년 철도를 확충하고 디젤기차 등의 노선을 확충하고 나서야 대한민국 철도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국철도의 번영도 잠시, 박정희가 1967년 대선에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 당선 이후 착공후 2년 5개월만인 1970년에 전선을 개통하면서 한국철도는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개통과 동시에 철도만을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어지고 고속버스 등이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철도의 수지는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고, 고속도로가 뻗어나가는 곳마다 철도 노선들이 필요가 없어지면서 영동선, 경전선 등 지역 철도의 수지는 심각하게 악화되었고, 이에 따라 악성 적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철도는 정부의 도로우선정책에 밀려 있다가 김영삼 정권에서야 KTX 건설을 시작해 2004년 경부고속철도 1차구간이 개통함으로서 다시 재건의 길을 밟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철도경쟁 논리가 등장하여, 결국 실패한 영국의 철도개혁을 좇아 국가기관이던 철도청을 운영기관인 한국철도공사와 시설기관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을 분리하는 이른바 ‘상하분리’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의 경쟁체제(?)는 한국철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철도 부설에만 혈안된 시설공단, 시설 보수에는 무관심

한국철도는 2018년 한 해 한국철도 13억 3780만명, SR 2억 1960만명이 탑승했으며, 같은 해 광역지하철망은 서울교통공사 16억, 한국철도 8억 727만 명 등으로 총 33억 명이 넘는 승차량을 기록하여 50억 명/년을 넘어선 상태로, 매년 승차량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국민을 실어 나르는 한국철도망의 유지와 보수를 관리하는 KR은 공사 출범 직후부터 부설된 노선의 유지 및 보수를 한국철도공사에 맡긴 채 적극적인 보수를 방기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처음 국민들에게 체감 할 수 있게 전달되기 시작한 것이 2010년 개통된 오송역 역사 부실사건이었다. 청주시와 청원군 주민들에 의해 억지춘향식으로 개통된 오송역은 개통 열흘만에 대합실과 역사 곳곳에 빗물이 새면서 시설공단의 건설감독능력을 의심하게 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당시 선로에만 보수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관할권이 없었고, 따라서 즉각적인 수리와 대처가 어려웠다. 결국 시설공단은 보도 직후에 수리에 들어갔다. 이러한 상황은 2013년에도 천안아산역 등에서도 반복되었다.

 

한편 개통 30년이 흘러도 철도시설의 교체는 지연되어 왔다. 2018년 10월 24일 철도기관 공동사옥에서 개최된 한국철도 · KR 국정감사 내 윤호중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철도노선 내 개통이 25년 이상 지속된 노선들의 철도전기설비의 성능평가결과 보통·미흡 수준인 C·D 등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R이 설정한 성능평가등급에 따르면 미흡 단계는 ‘성능저하가 발생하여 긴급한 시설 보수·보강이 필요’ 한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설비 개량을 게을리 한 것이다. 2017년 10월 19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한국철도 · KR 국정감사에서 박찬우 의원은 철도구조물 중 내구연한인 30년이 초과된 구조물이 58%에 이르는 등 시설보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보수예산은 평년보다 61억 원 감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의원은 KR이 10년간 하자보수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이행 건수가 925건에 달하고, 2017년도 한해 시설보수 요청이 들어온 588건 중 이행률이 4.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지 않아서 2019년 9월 공개된 감사원의 〈철도안전 관리실태〉 특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3년간 누적 하자보수 이행 건수인 3,702건 중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하자인 2,447건 중 철도운행에 지장을 줘 철도공사가 KR에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책임회피로 인해 하자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던 건수가 3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현재의 시설보수 방치 현상이 시설공단의 책임이라고 판정하였다. 또한 같은 해 이혜훈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8년 4월 23일 경원선 신이문역인근 주택의 앞마당이 무너지고, 인근 지역에서 유사 사고가 발생하였지만 KR 관계자는 ‘철도는 일제강점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나중에 지어진 주택을 배려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결국 철도사면 보강공사가 시작된 것은 7월 17일의 일이었다.

 

이러한 안전 불감증이 터져 2018년 12월 8일 발생한 KTX 강릉선 탈선사고는 시설공단의 시설 보수 무관심이 극치에 달했을 때 앞으로 어떠한 위험이 발생할 지 보여줄 수 있는 본보기라 할 수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탈선사고의 원인은 철도를 운전하는 KTX 기장의 잘못이 아니라, 시공 때부터 선로전환기의 전기 신호를 잘못 연결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부실시공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KR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 사태로 인해 사임한 것은 김상균 KR 이사장이 아닌 오영식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이었으며, KR은 해당 탈선사고가 자신의 책임이 아닌 양 행동해 왔다. 그리고 보고서가 발표된 2019년 12월 23일 이후 KR은 해당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어떠한 사과나 반성의 입장을 나타낸 적이 없다.

 

시설공단의 철도건설 과정에서도 무리한 건설로 인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17년 국정감사의 윤후덕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13년 13명, ’14년 6명, ’15년 5명, ’16년 12명, ’17년 10명에 달하는 건설노동자가 철도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통계에 따르면 사상자수의 대다수는 추락(15명), 협착(9명), 낙하(5명) 등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어, 시설공단이 철도 건설과정에서 안전환경 조성에 소홀했음이 드러났다. 또한 같은 해 정동영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노선 내 설계변경이 많았던 5위 업체를 살펴본 바 설계변경이 51회, 계약금액 증액은 4,772억 원으로 증액의 원인은 설계부실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8년 안호영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5년 개통한 호남고속철도의 노반 구간에서 3년 만에 허용잔류침하량인 30mm를 초과하는 노반 침하 구간이 전체 구간 중 12.5%인 6.93km에 발생하고 있었고, 일부 터널구간에서는 230km/h로 서행운전하는 등 노선의 성능저하가 발생했지만 책임 소재를 두고 한국철도와 시설공단이 다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고안한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중대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29건의 경상자를 내는 사건, 그리고 300건의 경미한 사건이 발생한다고 한다. 강릉 탈선사고를 비롯해 계속해서 시설공단이 숨기고 있는 사고와 사건들은 시설공단이 중대사고를 내기 이전에 지금도 아파하고 있는 한국철도 시설 전반에 대해 시설공단이 무관심한지, 그리고 그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기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2018년 한국철도공사·SR·KR 국정감사에서 오영식 전 철도공사 사장을 포함한 사장 및 직원들이 국회 국교위 감사위원들에게 서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철도통합 요구, 언론의 공격으로 점차 감소

지금까지 다양한 증거들을 통해 살펴본 결과, 시설공단은 그동안 해외 철도건설시장 진출이나 신규 철도노선건설에 치중해 온 반면, 철도의 존재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 확보에는 소홀히 해 왔다. 그러나 코레일의 직원 수의 1/20 가량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를 지키는 데에는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이러한 계기가 된 것이 KR의 잘못을 한국철도에 덮어씌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을 얼마나 될까.

 

지난 2017년, 9년 만에 보수정권을 뒤집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의해 민영화 논란이 끊이지 않던 한국철도는 한국철도공사·SR·KR 통합을 통한 한국철도 정상화의 논의에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철도민영화와 SR설립에 반대하였으며, 후보 당시 한국노총 민주노총 철도노조와 정책연대 합의서를 서약했는데, 그 합의서마다 철도공사와 철도공단을 통합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실제로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취임하면서 조용히 통합 필요성에 대한 용역연구를 추진하였으며, 문재인 정부가 세워진 해인 2017년 국정감사 때에는 안호영 전 의원이 한국철도와 SR의 통합을 촉구하는 책자를 제작, 배부하는 등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러나 시설공단에 의한 철도사고였던 강릉선 탈선사고에 의해 엉뚱하게도 오영식 전 사장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억울하게 사임하면서, 이후 국토부 내 공공성 연구용역은 축소되었으며, 모든 통합 추진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존 언론들도 이러한 정부의 정상화 추진을 마치 죄악을 짓는듯이 멸시하는 기사를 계속 내면서 방해해 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경영통합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지만, 언론들은 이러한 주장을 여전히 고리타분한 '정치적 고려', '기싸움' 정도로 깎아 내리고, 경영통합 추진이 이뤄지는 낌새가 보이면 곧바로 부정적 기사를 쏟아냈다. 그 결과, 대선과 지선, 총선을 모두 압도적으로 승리해놓고 나서도 한국철도의 통합과 발전은 현재 우선순위에서 꽤 뒤로 밀려나 있다.

 

‘국민의 철도’가 아닌 ‘국가의 철도’로

KR이 이번에 이름을 ‘국가철도공단’으로 변경하게 된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도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 ‘국가철도공단’이라는 이름은 그동안 국민을 위한 철도를 자임해 왔던 대한민국의 철도 주체 중 한 곳이 ‘대한민국 국민’에서 ‘대한민국’으로 그 대상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같은 단어(Korean Railroad)를 코레일로 줄이느냐, KR로 줄이느냐의 차이를 가지기는 했으나, 한국을 대표하는 철도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표방한 공사와 공단의 경쟁구조는 이제 공단의 ‘기관 정체성 명확’(김공수 기획예산처장)과 공단 직원들의 적극적인 찬성으로 인해 깨지게 되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2004년 철도청 공기업화로 인해 잃어버렸던 한국철도라는 이름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10월 8일, 한국철도공사는 코레일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한국철도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철도청이 지난 2000년부터 한국철도 브랜딩 작업을 꾸준히 해오다가 2005년 철도청 해체로 인해 공사와 공단 어느 쪽에서도 한국철도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던 지 15년 만의 일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도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해당 재브랜딩은 정말로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한국철도 브랜드를 되찾은 것과 별개로, 이번 시설공단의 오리발 내밀기로 인해 향후 국민의 합의가 형성되기 전까지 한국철도의 재통합을 통한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강화되었던 한국철도 정상화 움직임이 멈추고, 현재의 3원 체계가 계속 이어진다면, 한국철도는 적자 강화로 인하여 앞으로도 경영성과를 내기가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이번 이름 바꾸기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공기업 및 공기관들에게 강조되고 있는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도 동떨어진 행동이다. KR의 사회적 가치에 있어서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철도시설의 안전이다. 그러나 KR은 자신들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철도시설의 안전과 국민의 눈초리, 비판의 시선을 한국철도에게 떠넘기고 있다. KR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일자리 지키면서 한국철도의 발전이 지연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볼썽사납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번 법률개정을 주도한 것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철도통합을 공약으로 삼고,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한국철도 통합의 기치를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 법률의 통과로 인해 이러한 민주당의 개혁적 행보가 향후 훼손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아직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률이 공포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지막 기대라도 걸어보지만, 아무래도 통과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실수 중 하나로 남지 않을까 아쉽다.

 

출처

기사

대한민국 국회·정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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