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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Confitemini domino


* Taize의 곡 중에 Confitemini domino라는 곡이 있습니다. 여느 곡과 마찬가지로 짧고 가사도 간단합니다. 가사는 라틴어라 이렇습니다.

"Confitemini domino, quoniam bonus, Confitemini domino, Alleluia."

 이 곡을 몇주전(지금 시점에서는 한달 전이군요)에 Confitemini domino와 Alleluia만 제대로 외어서 열심히 부르고 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곡을 갖고 저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영어로 Confidence가 '신뢰함, 믿다'이잖습니까. 그러므로 confitemini는 '신뢰하라'일 것이다. 거기다가 domino는 domini(주)의 단수일것이다. Alleluia는 아시다시피 '하나님을 찬양하라' 의 뜻이죠. 그 중간의 부분은 '온 백성 사람들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그 곡을 이런 의미에서 부른겁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라, 온 백성 사람들아 , 하나님을 신뢰하라, 알렐루야."

 * 그런데 오늘(1월 16일) 한통 되게 먹었습니다. confitemini domino의 그 정확한 뜻을 알고 싶어 [ 네이버 ]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그 사이 제가 모르는 말은 quoniam bonus라는걸 확인한 다음에 이건 무슨 말이지? 하고 찾아봐야지.. 하니 고 허창덕님의 <초급 라틴어>에도 없는 말인지라.. 뭐지? 하고 있는데 ... 스크롤을 내리니까 불가타 버전이 있더군요? 그런데 시편 117편 29절에 Confitemini domino, quoniam bonus... 로 시작하는 말이 있더군요. 시편 117편? 아마 거기서 한장 더 가야 하는거 아닌가? 하고[각주:1] 시편 118편 29절을 펼쳐보는 순간...

저는 굳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이런 주여. 차라리 "주께 감사하세 그는 선하시며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라"를 그때 부르는게 나을뻔 했습니다. 지금 찾아본 결론으로는 confitemini domino는 이런 의미가 되어버린겁니다.

" 주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도다. 주께 감사하라, 알렐루야."

 충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좀 더 생각해보니, 이 시편의 후반은 처음 구절과 마지막 구절이 동일하겠다는 기억을 가지고 118편 1절 (불가타로는 117편).. 을 찾아보니..

1 Alleluja. [Confitemini Domino, quoniam bonus,
quoniam in sæculum misericordia ejus.
(개역 :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여기에 알렐루야가 있었던 겁니다. 성경에 '알렐루야' 있고 '컨피테미니'[각주:2]있고 '꿔니암' 있으니 한줄 그대로 붙였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가지고 있었던 '여호와를 신뢰하라'라는 가상의 본[각주:3]은 깨지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 그런데 여기에서 제가 묻고 싶은게 한 가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처음에 가지고 있던 의미는 완전히 폐기해야 하는가?" 보통적인 의미에서라면 반드시 그래야 할 것입니다. 잘못된 의미로 그 곡을 계속 사용하게 된다면, 라틴어를 배우는 저로서는 잘못된 의미로 그 노래를 부르게 될 것이고, 따라서 언어의 오용을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불렀던 처음의 의미는 'confitemini domino' 노래를 통하여 수렴될 수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주님을 신뢰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그 노래를 불렀습니다. 마음의 생각과 소원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저의 그 마음과 심정을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그 시간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라'라는 의미로 하나님께 바쳐졌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니 그렇게 믿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잘못을 알게 된 시점에서, 저는 그 말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confitemini domino라는 말은 더이상 '하나님을 신뢰하라'라는 말로는 쓰일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하라'라는 말을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는 다른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하지만 제 기억으로 '하나님을 의지하라'는 노래는 있어도 (너 하나님께 이끌리어 등의..), 신뢰하라는 노래는 들어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해결책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라'로 곡을 노가바해서 임시로 사용하던가, 아니면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어떠한 결론을 가지는게 좋을까요? 이 결론에 대해서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께 맡기겠습니다.


  1. 시편이 모든 성경에서 절이 동일하지 않습니다. 히브리 전통과 그리스전통에 따라 변화되는데, 자세한건 [[en:Psalms]]에서 보시고, 하여튼 분명한 사실은, (라틴어) 불가타 성경은 그리스전통을 따르고 있고, 기타 성경들은 히브리 전통을 따른다는 사실이지요 -_-; [본문으로]
  2. Confitemini가 어원상으로 'confidence'와 연계가 없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Confitemini는 분명히 라틴어로는 '감사하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3. <장미의 이름>, 3판 하, pp. 859~86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