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1 23:51

관서지방 여행을 위한 충실한 읽을거리, <리얼 오사카 교토 ( 쿄토 )>



1. 여행 안내서 시장은 포화상태다. 이미 엔조이나 Just Go, 심지어 같은 다양한 안내서들이 시장에 깔려 있다. 더군다나 여행 정보를 여행 안내서보다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 여행안내서는 나와 같은 중급 이상, 목적지향적 일본 여행자들은 어느 정도 일본어를 알고 있으니,  차라리 인터넷 자료를 찾는게 나을 지경이다.


2. 그런데 기대를 깨고 오랜만에 일본 여행을 제대로 다룬 여행서가 등장했다. 바로 <리얼 오사카 교토>다. 한빛출판네트워크가 고민 끝에 내놓은 이 책, 의외로 볼만하다.


  우선 페이지 수가 732페이지에 달한다. 책이 너무 두꺼워서 2쇄부터는 분책을 했을 정도로 많은 정보다. 그런데 18,000원밖에 안 한다! 가성비가 최고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 정도면 국내에서 지금까지 나온 여행서 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담고 있다. 보통 국내 여행 안내서는 300~400페이지, 많더라도 500페이지를 넘지 않고 있다. 짧은 페이지 안에서 일본 출국부터 입국까지를 다뤄야 하니 일반인들이 다니기에 중요한 내용만 담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리얼 오사카 쿄토>는 다르다. 키노사키 온천이나 아마노하시다테, 심지어 번외편으로 와카야마까지 내용을 다 담아낼수 있을 정도다.

   내용 또한 일본 여행경험이 다수 있는 본인으로서도 내용이 잘 만들어졌다고 보일 정도로 검수가 잘 되어 있고, 중요 내용만을 보고 싶은 사람부터 시작해서 자세한 정보를 찾고 싶은 사람들까지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좀 세부로 들어가면 더 제대로 다루어졌으면 하는 부분도 보이기도 한다(토롯코 사가역이 없다던가 쿄토철도박물관이 없다던가 애니메이트/멜론북스/나침반이 같이 들어가 있는 건물을 애니메이트만 적어뒀다던가, 라운드원이 없다던가 등등). 하지만 여행서적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곳에서, 굳이 경쟁 서적이 가장 많은 관서지방을 이렇게까지 다룰 정도로 자세하게 초중급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적어두었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보통의 여행서보다도 두 배 두꺼운 내용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은 것이 한국 출판계의 재앙인 표준표기를 일부나마 벗어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가에서 정한 외래어표기법은 특히 일본어 표기에 있어서 최악인데, 칸사이(관서)가 간사이로 표기되고, 큐-슈-가 규슈로 잘못 표기된 것을 보고 있자면 (생각해보니 외래어 표기법을 제대로 따르자면 구수가 정확하지 않나?) 정말 마음이 답답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번에 <리얼 오사카 쿄토>는 텐노지나 카츠동, 심지어 항상 논란이 되는 금각사(킨가쿠지)나 은각사(긴가쿠지) 등의 표기까지 표준어 표기가 아닌 통용표기를 채택했다. 물론 간사이, 교토, 고베(모두 어두가 ㅋ인 것이 옳다)같이 줄곧 사용되던 표기까지 바꾸지 못한 점은 아쉽기는 하지만, 이들 표기는 현재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내용이니 만큼, 제대로 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3-4일 정도 단기 일정을 다녀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to-do list와 일정표를 여행서 표지에 올려 놨다. 이 또한 다른 여행사에서 다루지 않고 있는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행책의 내용은 의외로 3단계로 나뉘는 만큼, 책을 두 권이 아니라 세 권으로 분권하거나, 1부와 3부를 1권, 나머지 세부 내용을 2권으로 나눠 분권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리얼 오사카 토쿄>는 사실 한빛라이프가 새롭게 보여줄 시도의 1탄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리얼 상하이> 등의 후속작들이 차례차례 준비되고 있다. 일반적인 오사카 관광을 주로 다루고 있는 있는 책이라는 점이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가성비 최고, 그리고 깊게 살펴보기 위한 책이라는 점에는 손색이 없다. 현재 후속작들은 일본 이외의 지역들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리얼 토쿄> <리얼 홋카이도> <리얼 큐슈>등의 후속작등도 나와서 일본 여행 전체를 개괄할 수 있는 여행서 시리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얼 오사카 교토 PLUS 고베 나라 (분리형 가이드북) - 10점
황성민.정현미 지음/한빛라이프

(이 글은 한빛출판네트워크 한빛리더스…가 아닌 한빛라이프 '나는 리뷰어다!' 2017년 3-4월 이벤트의 협력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리뷰 작성과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한빛리더스 오프모임을 열어주신 한빛미디어 송관 차장님 이하 한빛라이프의 직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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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9 17:32

<일반의지 2.0>과 엔하계 위키, 그리고 친목사회


일반의지 2.0 - 8점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현실문화


단 해명부터 해두자. 나는 아즈마 히로키의 논의 그 자체에 대해서는 좋아한다. 그가 정리한 내용의 흐름, 그러니까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 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좋아한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바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보니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에도 아즈마 히로키의 논의에 대해 크게 비판했는데, 이번에도 비판할 수 밖에 없다. 미리 양해를 구해둔다.

   엔하계 위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아즈마 히로키의 <일반의지 2.0>부터 다루고자 하는 이유는, <일반의지 2.0>이라는 개념이 가장 현실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장소가 바로 한국 남성들이 주도하는 커뮤니티, 그리고 그 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닮았기 때문이다. <일반의지 2.0>은 한국 사회의 무친목사회의 개념이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방식이 왜 틀렸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도구다. 즉, <일반의지 2.0>을 통해 아즈마 히로키가 다룬 제안은 한국 사회와 엔하계 위키라는 -'다른' 것을 넘어 '틀렸다'고 판단하고 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명확한 - 반례에 마주친다.

문제 1 : 일반의지의 조작가능성

<일반의지 2.0>의 한국어판이 출간되고(2012. 7. 10) 정확하게 다섯달이 지난 2012년 12월 11일부터, 한국 국민들은 당장 '일반의지'(General Will)의 무용성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의 모 오피스텔에 머물러 있던 故 김하영 회사 직원(지금은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故라는 표기를 썼다)은 대선에 대입하기 위해 댓글을 달고 있던 중 갑자기 저녁에 들이친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경찰들에 의해 적발당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이 소속된 심리정보국의 지시를 받고 해당 사실을 은폐했고, 대선이 치뤄진 이후 지속적으로 이뤄진 검찰과 대안언론 뉴스타파, JTBC의 조사가 있고 나서야 사실이 밝혀졌다.

   김씨를 포함한 여러 국정원 요원, 그리고 외부 조력자들은 국정원 상부의 지시에 따라 내부 비용으로 박근혜를 지지하고 문재인 당시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을 트위터와 뽐뿌, 보배드림, 일베 등의 SNS와 커뮤니티 게시판에 다중계정을 통해 다량으로 올렸으며, 이러한 사실이 빅데이터 회사들에 의해 밝혀지자 즉각적으로 해당 내용을 삭제하는 등 증거조작도 서슴지 않았다(물론 명품타임라인 윤정훈 목사의 십자가 알바단과 같이 당시 새누리당 내부에서 일어난 조작 움직임이나, 사이버군의 군기문란과는 별개의 움직임이었다). 즉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이명박 정부의 행정부와 입법부 일부가 결합해 만들어 낸 일방향적인 의견 조작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밝혀내는 즉시 박근혜 대통령은 수사에 임한 윤석렬 검사를 좌천시키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사적 사건을 드러내 결국 퇴임시켰다. 그리고 박근혜는 퇴임하지 않았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줄곧 여론의 조작을 지속적으로 꾀하고, 자신의 사익을 추구했다.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과 전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언에 의해 2014년부터 문화계, 스포츠계 등 각종 정부지원금 사업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목록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으며, 이에 반발하는 유진룡 전 장관을 해임해, 심사결과와 무관하게 이들을 지원결과에서 제거하고, 이를 통해 '종북좌파'의 돈줄을 끊었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이른바 '종북좌파'로 불리는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등의 사회단체에는 지원을 끊고, 반대로 아무런 사회공헌 없이 박근혜 정권에 유익한 목소리를 내놓은 어버이연합, 미디어워치 등의 여론조작 기관에는 전경련 등을 통해 재정을 우회지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생성 및 정부와 기업에서의 예산 뜯어내기로 이어졌고, 결국 이러한 사실들이 폭로되면서 작년 12월 9월에서야 박근혜는 탄핵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이라는 이승만의 자유당이나 일본 자유민주당을 연상케 하는 아연실색한 이름으로 당명을 바꾸고,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행정부의 수반인 황교안 대행은 자유총연맹에 돈을 지원하면서 3월 1일에 100만명의 시민을 반대집회에 동원하도록 지시해 이러한 공론장 왜곡을 꾀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공론장이 정부에 의해 조작될 수 있는데, 일반의지가 정상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아즈마 히로키는 <일반의지 2.0>에서 이러한 공론장이 트위터 등의 SNS에 의해 오롯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애초에 원래의 데이터베이스의 조작 및 개입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러한 의견들을 나머지 개인의 의견과 분리해 볼 수 있는 방법론이 없는 한, SNS를 통한 일반의지의 형성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당장 아즈마 히로키가 의지하는 댓글의 결과물 자체가 한국에서는 정부나 정당이 운영하는 댓글부대, 망○지, 장○ 냉면 등의 사이비 집단, 박사모를 포함한 '적극적 의사표현집단'들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높고, 그런 사례가 한국에서 수도 없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상기하고자 한다.

이게 나라냐?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게 하는 또 다른 곳이 북괴일 것이다. 북괴는 자신들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소위 민주주의적 투표를 한다. 하지만 실제로 투표로 발표되는 결과는 98%, 99% 이상의 찬성결과다. 즉 해외에 나가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을 제외한 숫자 전부가 로동당이 제시한 단일후보에 찬성투표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오는 슬로건이 '모두 다 찬성투표하자!'다. 그런 투표를 통해서 '일반의지'가 형성되었으므로 김정일 김정은의 독재체제가 합법적으로 형성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보면 불가능하다.

   이와 같이, 실제의 일반의지와 다른 가시적인 '일반의지'가 정부나 다른 조직에 의해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러한 의지가 실제 통치기반을 지지해주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기존 일반의지와 다르게 나오로록 유도된 '일반의지'에 대해 다른 이름을 붙여 루소와 아즈마가 주장하고자 하는 일반의지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일단 의사일반의지(Pseudo General Will)라는 이름을 붙여보자.

   박근혜 정권이나 북괴정권이 만들어낸 '일반의지'를 구분해서 원래 일반의지와 구별해 본다면, 이해는 간단해진다. 박근혜 정권이 강변하거나, 유지하거나, 실제 국민의 뜻이라고 대변한 의사일반의지는 대한민국 국민의 일반의지와 충돌하거나, 상반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의사일반의지에 의해 생성된 정책 결과나, 아즈마 히로키가 그토록 비판한 '숙의민주주의'에 의해 생성된 결과나 동일하게 일반적으로 편향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일반의지 2.0>이 제시한 개념은 일반의지에 의사일반의지가 결합된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는것으로서, 오히려 일반 절차에 비해 더 많은 빈도로 왜곡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인데, 이 개념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문제 2: 구성원의 자격

<일반의지 2.0>에 따르면, 일반의지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항상 개인간의 의견 토론이나 의견 조정, 정당이나 결사와 같이 개인의 자발적인 의견을 훼손할 수 있는 내용(아즈마, 2012:52)은 배제되어야 하며, 정부는 일반의지를 즉각적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구성해(p. 39), 개인의지를 합친 결과물인 전체의지를 제대로 분석해 백터값을 제대로 계산해내고(pp. 46-7), 그 결과물인, '항상 옳고 공공의 이익을 향하고 있는'(p. 44. 루소의 말에서 재인용) 일반의지를 즉각적으로 실행해낼 수 있는 '중간단체'(p. 39)로서만 기능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의지의 구현을 위해서 루소가 또 하나 더 강조한 것이 있다. 루소는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동질한 집단의 연합인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오근창, 2013:74) 필수적인 수단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첫째로 시민이 '공공선'을 인지하기 위해서 입법자가 입법 전에 '사회적 정신'을 양성시켜 공동체에 들어오거나 그 안에서 태어난 인간이 공동체의 일반의지를 준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77). 둘째로, 이를 위해, 공동체를 애국심, 또는 '사회성의 감정'에 기반해 사랑하도록 만들기 위한(:79) 문화자본-사회자본을 구성하기 위해, 시민종교를 지정하고, 모든 공동체가 같은 종교 아래에서 '조국'을 사랑하도록 제안한다(:80).

   그렇다면 공동체의 일반의지는 항상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새로 들어오거나 공동체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공동체의 일반의지를 드러내기에 적절한 인성이나 품성을 갖추지 않았을 때, 이를 교정하거나, 그들을 공동체나 공동체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내쫓아내면 된다는 결론이 쉽게 도출된다. 간단히 말해 일반의지는 일반적으로 동질적이거나 일원화된 사회에서라야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세계화의 여파로 다원화, 다문화로 구성되어가고 있는 현재의 사회에는 적절하지 않은 방식인 셈이기도 하다.

현재는 당연하게 여기는 여성 투표, 아무렇게나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Voice of America, PD)


   어쨌거나, 유일종교 형성을 위한 타종교 탄압이나 민주주의 탄압(은 이미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사실이 자명하지만)을 통해 이런 절차를 충실히 거쳐 국민의 일반의지를 파악할 수 있는 단계에 도착한다고 치자. 그렇게 형성된 일반의지는 유지될 수 있는가. '집단'의 일관성이 항상 유지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집단의 일관성은 언제나 도전받으며, 더군다나 역사의 진행에 따른 결과물은 집단의 의사결정 참여권과 중요한 역할을 가진 사람의 수가 시간이 지날 수록 늘어나는 일관적인 현상을 보여왔다. 이미 인류는 흑인과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받기 위해 많은 피와 시간을 소비했고, 그 결과 현대 사회는 여성이나 흑인들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들의 일반의지와 기존의 '일반의지'가 충돌할 때, 단순히 이들이 합쳐진다는 것만으로, 올바른 '일반의지'가 측정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있다. 핫한 이슈들을 제외하고 나서더라도, 우리는 장애인이나 노인이 일반 남성들과 동일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러한 상황을 느끼고, 살아나가고 있다. 심지어 개방된 믿음-사랑 공동체라는 개신교 교회라도, 가톨릭 교회라도, 어느 상가라도, 모든 공동체에서 발언권의 정도가 동일한 곳은 아무 곳도 없다. 어디선가는 자신의 발언의 권한이 깎여져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적법한' 모든 사람들이(여기에서 어린이나 범죄자는 일단 빼 주도록 하자) 자신의 배경에 의해 발언권이나 의결권을 제한당한다면,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서 언제라도 그 의결권이 제한당할 우려가 있다면, 그 사람들이 빠져 있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정치행위는 정당한가. 여기에 하나 더해, 최근 다문화 사회 문제로 발생하는, 공동체 속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문제 3: 파당이 없더라도, 차이는 존재한다

셋째로 살펴봐야 할 점은, 루소가 '일반의지'의 활성화 요건의 하나로, 파당이나 사전담론 구성의 금지, 더 정확하게는 '시민 상호간에 어떤 소통도 없는 상태'(오근창, 2013:72, 사회계약론 :371-372에서 재인용)를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 주장을 그대로 실현하기 위해 파당이나 사전담론 구성을 금지한 가장 효율적인 사례가, 조지 오웰의 <1984>의 국가 IngSoc이 나타내는 공통의 비판 대상과 강력한 숙청이나, 그 곳의 현실판인 북괴에서 나타내는 상호비판과 수용소 제도라는 사실만을 살펴도 분명한 바, '부분적 사회'(Partial society, ibid.)를 없애기 위한 노력은 결국 인간 본성과 인권에 대한 침범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할 수 밖에 없다. 즉 일반의지가 생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전적 조건은, 사실 이성적 판단을 빌미로 한 비인간성이다.

   그렇지 않고, 이성적 판단이나 대화가 존재한다면, 과연 그 안에서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가. 루소가 비판하는 특수의지가 자연적으로 생겨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아즈마 히로키가 희망을 걸고 의지하는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한국에서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라운지를 갖췄던 플레이톡이라는 반례를 여기에서 무시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관리자에 의한 종국을 생각하면, 이렇게 형성된 일반의지가 언제라도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09년 트위터 붐이 시작된 이후 2011년까지, 트위터는 하나의 공론장으로 인식됐다. 생각해 보면 이런 결과는 플레이톡 사건 이후 사용자들이 트위터로 나오면서 강화되기까지 했다.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쉽게 만날 수 있거나 친해질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모든 사람들이 이 공산을 소통의 공간으로 생각하고 대화를 이어 나갔으니, 당연히 사회적 공론장의 기능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줄로 생각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이런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 확실한 증거가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이 개발한 서비스 twtkr과 다양한 당 활동을 트위터를 통해 제공했던 twtmt의 몰락이다. 여기까지만 읽고 보면 트위터라는 공론장이 특수의지를 배척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일반의지를 형성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미 2010년도부터 일반적 공론장보다는 더욱 세부화된 특수공론장의 존재가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것이 보여주는 것이 TL계다. 타임라인이라는 단어를 차지한 TL계, 또는 '애니프사'로 불리는 주로 10-20대 남성들의 그룹이 2010년도 초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참고로 이들의 타임라인을 수집해 볼 목적으로 @e1if를 저자가 만든 시점이 2010년 6월이다). 물론 그 당시 기존 트위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지만, 이들이 동시 시점에 트위터에서 나눴던 담론의 내용은 기존의 한국 트위터 사용자들과는 달리, 주로 만화-애니메이션 동호문화나 리듬게임 등의 내용이었다. 따라서 이들의 타임라인 내용은 기존의 담론과 다른 특수의지의 발현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시기에 생겨난 기타 당들도 별도의 해시태그를 달고 트위터 안에서 결과적으로 또래별 움직임과 같이 분리된 집단을 형성했다는 점에 유의하자.

   이 글이 한국 트위터사를 쓰려는 목적이 아니므로 짧게 더 언급하자면, 이후 2013~4년부터 그 대척점에 여성 코스어를 포함한 여성 만화-애니메이션 동호인들, 대중문화 팬덤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 또한 자신들의 선호에 따라 자신들의 친구가 될 사람들을 선택했으며, 특히 기존 TL러들이 구축해 사용하던 봇 기능을 캐릭터를 이입시키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했다(이 과정에서 수동봇 기능에 대한 남TL-여TL간 설전이 있기도 했다). 그 결과 이들 또한 트위터에서 새로은 비가시적인 사용자그룹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모습이 한국에서만 발생한 특수사례일까? 그렇지 않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일본의 코스어나 철도동호인들도 이미 나름대로의 비가시적 유저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이들의 대화 내용 또한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분리되어 있다.

여TL과 남TL 모두를 정치 장(field)에 끌고 들어온 김용익 전 의원의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 (출처:twitter.com)


   그렇다면 이 사례를 다시 우리가 검토할 주장에 비추어 살펴보도록 하자. 아즈마의 <일반의지 2.0>의 가능성은, SNS, 특히 트위터의 '비분할된 하나의 공론장'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모두'의 '일반의지'를 즉각적으로 수렴할 수 있다는 기능을 바탕으로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트위터만 해도 하나의 '공개되어 있는 언어별 언론에 의한 공론장'은 나이와 성별, 문화자본이나 사회자본, 정치적 성향, 종교 등의 비가시적인 구성요소들에 의해 잘게 조개져 있다. 이런 상태에서 단순히 트위터를 일반의지를 형성할 수 있는 통로로 보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당장 트위터만 해도 공개적인 라운지가 아닌 사용자에 의한 폴로잉에 의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네트워크 바깥의 정보를 공식적으로 수집하는 데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더욱 심화된 장소가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등의 폐쇄적인 SNS다. 많은 소셜미디어 업계인들은 카카오스토리를 주로 20대 후반 ~ 30대 어머니들의 소통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카카오스토리를 젊은 주부들에게 마케팅하기 위한 공간으로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한켠에는 코스어들이나 만화-애니메이션 동호인 등이 상당수 있다. 이들의 소통 내용 또한 젊은 주부의 그것과 전혀 다르고, 더군다나 이들의 네트워크들은 결과적으로 몇몇의 소수 링크를 제외하면 메인스트림과 분리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들 SNS에서는 <일반의지>가 여러 개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가? 일반의지가 전체 담론을 수용하는 공론장 개념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이들 네트워크에서는 특수의지들만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또한 SNS와 같이 자발적인 서비스에서는 한국 국민이나 일본 국민과 같이 일정 사회 구성원의 일반의지를 수집하고자 하는 시도에도 무리가 있다. 우선 폴로잉이나 이를 차단하는 것은 사용자의 자유이므로 하나의 계정이 모든 계정을 폴로잉하는 것을 수락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즉, 일반의지 구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같은 언어권에 있고 타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표출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집단의지를 구성하기에 적정하지 않은 구성원들이 해당 일반의지 구성을 위한 단계에 끼어들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 신체 장애인(정신/발달장애의 문제는 여기서 잠시 미뤄두도록 하자) 등의 정보취약계층은 당연히 SNS에서 다른 일반인과 동일한 만큼의 의사표현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SNS를 포함한 네트워킹 서비스는 특수의지들을 더욱 극명히 드러내는 역할을 할 뿐, 특수의지들 속에서 일반의지를 드러내는데 기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반론 : 통계학적 관점에서?

그러나 다음과 같은 반론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아즈키 히로마는 루소가 벡터 개념을 이용해 의견을 수학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상태를 예측했으며, <일반의지>가 수학적인 존재이자 사물적인 존재로서 존재한다고 봤다(아즈마 히로키, 2013:). 즉 일반의지의 구성은 자신의 내용만을 피력할 수 있는 충분한 물리적 조치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성립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주장하는 집단들의 차이가 실제로 파당으로는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들의 차이는 일반의지를 나타내는 데 무리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충분히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통계학에 따르면 모집단의 수가 많아질 수록, 실제 결과와의 오차는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의 일반의지가 구축될 수 없는 상황에 있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모아 구축한 일반의지라면 실제 일반의지와의 차이가 적지 않겠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답하고 싶다. 우선 SNS가 구축한 모집단이 한국인이나 일본인 등의 국민 일반을 대표하는 집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물며 1000명짜리 설문조사라도 국가 국민의 인구 구성비율에 맞춰 최대한 가깝게 구성해서 설문을 진행한다. 심지어 모든 사람이 응답할 수 없는 모집단인 RDD(무작위 전화방식)로 전화를 걸더라도 전화를 받은 설문 대상자가 미리 설정된 해당 나이대나 연령대에 배정된 사람 수를 넘어선다면 그 사람에게서는 설문을 받지 않는다. 그런 물리적인 모집단 구축이 SNS에서는 가능할까? SNS에서는 계정 뒤에 있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셀러브리티가 아닌 이상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나이나 연령도, 라이프스타일도 글재주와 문화자본이 있다면야 넷카마(ネカマ) 같이 쉽게 속일 수 있다. 그렇다면 트위터라는 모집단에서 추출한 사람들이 실제 한국 국민이나 일본 국민의 일반의지와 유사한 결과에서 얼마나 큰 오차범위를 가질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마 생각보다 더 많은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을 더욱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리라.

   따라서 우리는 인터넷 상에서 형성되는 의견이 완전한 인간이나 해당 국가, 사회 구성원의 전체 의지를 항상 대변할 수 없고, 한 사람이 다수의 내용에서 습득할 수 있는 내용은 그 사람이 속해 있는 네트워크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 네트워크에서 습득한 <일반의지>는 사실 국가-지역 공동체, 또는 어중의 일부로 구성된 '파당'에서만 모을 수 있는 내용을 모은, 이른바 유사일반의지에 가까울 수 밖에 없다는 추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 추론의 이론적 정합성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다른 분들이 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유사일반의지가 '파당'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엔하계 위키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무엇이 일어났는가

티셔츠 한장의 힘. (출처: tumblbug.com)


나 같은 ‘한남충’ ‘개저씨’의 눈으로 봐도 너무들 한다. 이제야 메갈리안의 행태가 이해가 될 정도다. 듣자 하니 이들이 자기와 견해가 다른 웹툰 작가들의 살생부까지 만들어 돌렸단다. 그 살생부에 아직 자리가 남아 있으면 내 이름도 넣어주기 바란다. 메갈리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빌어먹을 상황은 나로 하여금 그 비열한 자들의 집단을 향해 이렇게 외치게 만든다. “나도 메갈리안이다.”
- 진중권(2016년 7월 27일), 매일신문, '나도 메갈리안이다'

진중권 교수가 이렇게까지 말하게 한 '집단'은 사회 집단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 얼굴도 모르고, 그곳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소비자'의 힘으로 이를 밀어붙였다. 나중에는 해외에도 존재하지 않는 '성평등주의'라는 개인연구의 결과물이 실존하는 학술 개념인 것처럼 문서를 작성하고, 모두가 실존하는 개념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위키얼리티(Wikiality : 위키에 글을 올려 '현실'을 수정하고자 하는 반달리즘) 행위를 저지르기까지 했다. 바로 익명의 나무위키 편집자들이다. 어쩌다 집단지성 위키 편집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폭력을 가하는데까지 이르게 됐나.

   이 사건은 클로저스의 신 캐릭 '티나'에서 목소리 성우로 활동하게 된 김자연 성우(이후 '김자연'이라고 칭한다)가 2016년 7월 '메갈리안4'를 위한 텀블벅 펀딩 결과물인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를 찍은 사진을 올린 작은 행동에서 시작됐다. 당시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남성들의 부당한 분노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 '작은 행동'에 분개한, '남성옹호론'을 가진 편집자들은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록을 근거를 붙여 나무위키에 목록으로 남겼다. 그 자체로는 일상생활 사회에서 영향을 끼칠 수 없을 법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지속적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김자연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목록화한 결과는 처참했다. 이 리스트에 올려진 상당수가 계약 해지를 당하고, 작가나 제작자들에게는 환불 사례가 이어지는 등 물질적인 손해가 이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물리적인 피해가 단순히 만화-애니메이션 문화 뿐만이 아니라, TRPG 같이 논리적으로는 관계가 없어보이는 문화구성원, 심지어 시사iN이라는 공식적인 언론 매체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콘텐츠 구매를 취소하거나 거절하는 등의 다양한 소비자 권리를 행사할 능력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의지와 반한다는 이유로 타인의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정도까지 압박을 주는, 폭력을 행사할 규모의 '권리행사'는 곧 정당하지 않은 폭력이 되기 마련이다. 또한 이러한 폭력은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 행위이기도 하다. 장애인에게 동일한 수준의 차별이 이어졌다면 곧바로 장애인차별법에 의해 처벌받았을 분명한 차별행위였다.

   이런 결과는 현재까지 나무위키에서 일으킨 가장 큰 지적 사기 사건인 성평등주의 사건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성평등주의 날조사건은 김자연 성우 사이버 폭력 사건이 진정되어 가던 2016년 8월 2일, 한 나무위키 편집자가 성평등주의라는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시작된다. 이 문서에 대해서는 대학원생 연구자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러한 문제제기는 어김없이 막혀졌다. 결국 이 사건은 한 페미위키 사용자가 반대근거를 정당하게 제시하고 나서야 날조사건으로 정리되었으나, 해당 문제를 제기한 사용자는 괴씸죄로 차단되기에 이른다.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본다. 박근혜 대통령을 찬성하는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세월호 뱃지를 단 사람이나, 자신들의 입장을 보도해 온 MBC를 제외한 언론기자들에게 적대감을 보내는 일은 이제 익숙할 지경이다. 심지어 우리는 2017년 3월 10일 탄핵 가결과 함께 지지자들이 기자들의 카메라를 빼앗아 가고, 육중한 철사다리로 그들을 타격하며, 심지어 (기존의 '좌빨' 시위자들도 감히 시도하지 않았던 결과인) 경찰차를 빼앗아 폴리스라인을 파괴하고, 그 사이로 쳐들어가는 '폭동'을 목격했다. 이들의 모습과 엔하위키 사용자, 또는 '남성 누리꾼'들의 폭력성은 단지 자신의 주장을 실현하기 위한 폭력이 결과적으로 성공해 효력을 끼쳤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만 다를 뿐이지 사실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2017:01:06 23:45:40

(출처: nocutilbe.com)


의사일반의지의 작동방식 : 동일성, 억압/폭력, 배제/학습-체념

   의사일반의지가 어떻게 엔하계 위키에서 형성돼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무위키나 엔하위키의 토론장 안에서 흘러가는 모습들을 찾아보면 금새 이해할 수 있다. 우선 그룹 안에서 헤게모니를 잡은 사람들이 자신의 헤게모니와 반대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의견을 무시하거나 지속적으로 반박한다. 이 단계에서 이들은 인신공격을 일삼고, 절대로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것이 사실이거나,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사실이 존재할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즉 자신의 주장의 근거와 반대되는 신뢰할 수 있는 증거들이 존재하더라도 그들 근거의 가치를 얕잡고 무조건적으로 부정한다. 물론 그러한 것들을 부정할 수 밖에 없는 합리적인 반례가 등장하면 해당 내용을 일반적인 것이 아닌 '일부'의 사례라고 몰아세운다. 그리고는 자신의 논리가 코너로 몰리더라도 자신을 구원해줄 다른 사용자가 등장해 주리라고 믿는다. 물론 그 믿음에 따라 엔하계 위키에서는 다른 사용자가 금새 등장한다. 

   다른 사용자들과 함께 합세하면 이성적 논의에 대한 이성을 가장한 '유사감성'적이거나 반이성적인 주장의 표면적 신뢰성은 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자가 해당 주장을 지속적으로 반박하면 이제 할 일은 그 사람을 다양한 죄명을 붙여 차단을 신청하는 일이다. 차단이 받아들여지면 그 사람이 다른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반박을 지속할 수 없으므로, 합리적인 주장을 차단하는데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이후에 계속해서 의견을 피력하려는 경우에는 영구차단을 통해 해당 담론장에서 추방해버리면 된다. 물론 자신이 '밀려서' 처벌받는 경우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면 그만이다. 이것이 심지어 한국어 위키백과를 포함한 대부분의 집단지성 위키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사일반의지의 실현과정을 보다 학술적 개념으로 다듬어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기호학이나 응용인문학, 사회학과의 이론과 도식들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도식을 제안해보고자 한다.물론 본 글의 특성상 개인의 아이디어에 기반한 가설일 뿐이니 대안 제시와 반론은 언제라도 환영한다.

   첫째로 '동일성'단계다. 의사일반의지는, 애초에 내가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가 될 때 형성된다. 삼인성호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기만 해도 없던 사실이 생겨난다는 말인데,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동감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해당 주장의 힘이 강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떤 주장이 많은 사람들의 동감을 얻는 과정이 주장의 진위나 이성적 합리성과 무관하게, 동일성을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인 일부의 공감화(Empathizing)와 다수의 체계화(Systemizing: Baron-Cohen, 2008, 2009) - 즉 체계화 주도적인 인지-의사판단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박근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믿는 것은,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 공당의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끼친 그 사람들이 믿는 그 것은, 팩트가 아닌 체계화된 지식이다. 

   또한 함께,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이자, 의사소통, 친목의 기본 조건인 공감화가 한편으로 공감의 정도를 높여 다른 사람들을 환대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반면, 다른 편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를 두기 위한 고맥락적(high-contextual)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요소가 될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 싶다. 특히 고맥락성은 커뮤니케이션 주체가 다른 사람과 같은 경험이나 기억을 지니고 있을 것을 가정하고 있다. 즉 같은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발전할수록, 맥락이 쌓여나가고, 이것은 또다시 다른 사회자본이나 문화자본으로 발전한다. 문화자본의 차이가 사회 계급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브루디외가 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증명해 낸 바이기도 하다.

   둘째로 '억압/폭력' 단계다. 구체적으로 억압 단계는 사람의 인지 구성 단계에서, 폭력은 해당 인지 결과에 의한 행동적 단계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 이 단계에서 해당 의사일반의지에 소속되었다고 여기는 구성원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자신의 인지 체계나 세계관, 또는 독특한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비명시적이거나 명시적인 방식을 통해 설득하며, 일정기간이 지나도 설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이 책임을 느끼게 될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해지면 아예 물리적/심리적 억압이나, 체벌이나 집단 따돌림을 가하기 시작한다. 

   특히 억압을 받은 대상이 해당 의사일반의지를 가진 사람들 사이와 큰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그들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그 공동체에 친화될 것을 요청받는 정도가 더욱 심해지게 된다. 이러한 것을 이용해 사람들을 억누르는 구체적인 사례가 소위 이단-사이비 종교나, 강제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들이다. 특히 특정 종교는 이를 매우 극대화해 활용하고 있다. 이 종교집단은 교회나 일상생활 주변의 섭외 대상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그 종교공동체에 소속되기에 필요한 세뇌 교육과정을 교육받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이 현상은 해당 섭외대상자가 직접적으로 억압과 폭력을 느끼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집단의 힘으로 해당 대상자의 생활에 폭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러한 주장은 최병철 교수의 최신작 <타자의 추방>과 곁들여 읽을 때 보다 더 구체적이 된다. 이 책에서 최 교수는 하이데거를 인용해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가 사라지도록 강요하는 존재인 세인das Man을 소개하고, 주체가 다른 타자가 아닌 세인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최병철, 2017:46). 특히 전제적 통치사회와 달리, 현재의 사회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 평균치와 자신과의 비교를 끊임없이 유도한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과의 동일성을 유지해야 하기 위한 '자기정체성'의 범위는 시장이나 국가가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과 일치하는 차이'만이 허용된다는 것이다(:35). 여기에서의 '시스템'은 또한 자신이 용인할 수 없는 차이에 대해서는 그 '의지'를 지키기 위해 가차없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일반의지와 호환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배제/학습-체념' 단계다. 이 단계에서의 반응은 해당 대상자의 반응에 따라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로, 어떠한 설득을 해도 듣지 않는 사람들은 배제시켜버린다. 물론 그 방식은 왕따에서부터 공동체로부터의 추방, 더 나아가 사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이미 이 단계에서 해당 의사일반의지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추방자'들의 인권이나 존재를 고려하지 않으며,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 '일반의지'의 성취를 이루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뿐만이 아니라, '추방자'들에게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는 올바른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마저 있다. 물론 배제된 대상자 또한 일반의지 바깥으로 나오도록 내부 구성원들을 추동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을 중단하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한편, 양심의 자유보다는 눈 앞의 위협이나 생사의 갈림길 앞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는 경우가 있다. 즉 그들의 주장이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그들의 주장을 학습하고 '받아들이는 척'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들은 거짓말로 해당 의사일반의지를 갖춘 집단 속에서 살아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결국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시간이 지나면 탈출 방법을 모색해 결국은 그 곳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제반 사정으로 마음과 몸에 상처를 입고 그 곳의 주장에 알맞게 살아나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결국 이들은 거짓의 왕국 속에서, 거짓말을 하며, 가끔씩 머리 속으로 진실을 되뇌이는 수밖에 없다. 거짓이 사실로 입증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도 계속해서 그 거짓 속에 머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가며

더 길어졌다가는 이 글의 원 목적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글이 너무 길어질테니, 이쯤에서 정리해 보도록 하자.

   한병철은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되도록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이 과거에는 정부와 같이 명시적인 획일성을 지시하는 외부 폭력에 의한 압력이었다면, 지금은 보이지 않는 힘인,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되는 데에서 발생하는 긍정성 - 그리고 그가 명시하지는 않지만, 이익일 것이다 - 이라고 지적한다(한병철, 2012:12, 16-17). 문제는 그 긍정성이 결과적으로 무한한 상대평가를 불러 일으키고 그럼으로서 '개인들에게 부담을 주고 개인들을 망가뜨리'게 된다는 점에 있다(한병철, 2017:53), 황푸하(2016)가 말하듯이, '우리'가 '실패에 동참하'고, '비참한 패배'를 느끼도록 하는 존재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아 그 자체다. 하지만, 그 자아의 정념서사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것은 '같은 것을 지속시키'ㅁ으로서 '체계적인 폭력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한병철, 2017:47), 의사일반의지다. 아니, 의사일반의지를 일반의지처럼 느끼게 만드는 폭력이다.

   예수와 스데반이 죽으면서 공통적으로 말한 말이 '저들이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말이다. 의사일반의지 속에 있는 사람들은 결국 그 사실이나 세계관, 사고구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가능성을 거의 차단당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 의사일반의지가 생성하는 서사구조 체계속에서 자신들의 서사구조 체계에 합당한 왜곡된 '팩트'만을 수신하고, 그 팩트들이 구성한 의사구조-앎 속에서 살아간다. 한번 형성된 세계관, 그리고 패러다임은 그 패러다임을 대체할 의지를 제공할만큼 큰 반대 자극이 없는 한, 결과적으로는 그 발동에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폭력은 결국 희생양을 찾고, 의사일반의지 속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불필요한 높은 기준에 시달리면서, 언젠가 나도 그들 속에서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가운데 살아가야만 한다.

   그렇다면, 무한의 정념서사구조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해당 서사구조에의 동참을 취소하고 새로운 서사구조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까지 인터넷 일각에서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친목에 대한 재가치평가가 필요하다. 친목이라는 말이 인터넷 상에서 보통 여러명이서 소규모로만 모이는 것을 가르키는 개념인 것과는 반대로, 실제의 친목은 '서로 뜻이 맞고 정다'ㅂ도록(우리말샘, CC BY-SA 2.0) 친해지는 행위를 의미한다. 레비나스는 환대를 강조하면서, 환대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질이 자아에 대한 부인이라고 지적한다. 자신의 주장만을 반복할 때, 폭력은 오히려 정당화된다.

   그러므로 친목, 또는 화목은 '자아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행위를 통해 달성된다. 서로 다른 사람이라도 뜻을 맞추거나, 그 사이에서 최소한의 합의를 찾아나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신의 의지를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한다. 한병철은 <타자의 추방>에서 결과적인 대안으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제안한다. '성평등주의가 올바른 방향이며, 현재의 잘못된 페미니즘은 개정되어야 한다'는 나무위키 구성원들의 주장, '박근혜 탄핵은 무효이며, 이에 찬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종북세력으로서 대한민국을 멸망시킬 것이다'는 박사모의 주장, 기타 신흥종교 집단들의 터무니없는 주장들을 멈추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이 다른 이야기들을 듣고, 그 이야기들에 반응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응에의 초대는 누군가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깊고 높은 벽을 넘어 '아니라'는 목소리, 즉 '고귀한 저항'(황푸하, 2016)을 시작할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170214-0405)

참고문헌 

자크 데리다(2016), 아듀 레비나스, 문학과지성사.
아즈마 히로키(2012), 일반의지 2.0, 현실문화.
오근창(2013), 일반의지의 두 조건은 상충하는가? - 루소와 '자유롭도록 강제됨'의 역설, 철학사상, 47. pp. 67-98.
진중권(2016), 나도 메갈리안이다, 매일신문. 2016. 7. 27.
한병철(2012), 피로사회, 문학과지성사.
한병철(2017), 타자의 추방, 문학과지성사.
황푸하(2016), 우리는 오늘도, 젠트리피케이션.  
Simon Baron-Cohen(2008). "Autism, hypersystemizing, and truth" (PDF). 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61(1), 64-75. doi:10.1080/1747021070150874
Simon Baron-Cohen(2009). "Autism: The Empathizing–Systemizing (E-S) Theory".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1156, 68-80. doi:10.1111/j.1749-6632.2009.0446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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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2 22:59

<세카이계란 무엇인가> - 좋지만 논란성이 많을, 웹컬처 역사서


SM-G930L | 1/11sec | F/1.7 | 0.00 EV | 4.2mm | ISO-200 | 2017:01:26 14:04:52


1. <세카이계란 무엇인가>가 작년에 국내에서 번역출판되었다는 사실은 접했지만, 최근에 들어서 웹컬처 비평계에서 <너의 이름은>과 세카이계의 유사성이 지적되면서 책의 내용을 읽게 되었다.

2. <세카이계가 무엇인가>는 의외로 세카이계의 개념에 대해 논의하는 연구서라기보다는, 세카이계라는 개념을 빌어 '오타쿠'문화, 특히 소위 '3세대 오덕'의 역사 전개 과정을 정립한 역사서에 가깝다는 것이 내 인상이다. 특히 오카다 토시오의 <오타쿠학 입문>(한국어판 <오타쿠>)에서 설명한 오타쿠와 현재의 '오타쿠' 문화와의 차이가 적지 않아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의외로 그 사이의 변화를 가장 납득가능하게 설명한 논고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3. 본격적으로 몇가지 점에서 책의 논의에 대한 입장을 남기고자 한다. 우선 기존의 애니메이션의 팬들은 애니메이션을 메타서사적 관점에서 바라봤지만, <에반게리온>기점으로 캐릭터에 집중하는 일련의 팬들이 생겨나 일반화됐고, 그 추진력에 의해 기존의 오타쿠 문화에서 현재의 '오덕' 문화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기존의 오타쿠가 끼치는 역할이 적어지게 되었다는 논의 전반에 대해서는 동감하고, 기존의 만화-애니 동호 논의에 있어서 간과되기 쉬웠던 부분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또한 '세카이계'의 핵심 부분으로 '세계 설정',즉 '세계관'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는 점(p. 91-92)에도 매우 동감한다. 다만 이러한 세계관의 부재가 가져다 준 영향력은 이 책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부연설명을 하도록 한다. 톨킨의 방대한 판타지, 그의 세계관에서 출몰한 D&D(Dungeon and Dragon)를 시점으로 하는 TRPG, 그리고 SF가 1960-70년대 일본에 수입된다. 이 시기의 일본 만화-애니메이션도 설정, 즉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하기에 집중하면서 일본 내에서 충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출판했다. 이어 미국에서 수입된 소설들의 이야기하기 방식이나 세계관을 바탕으로 생겨난 일본인 SF/판타지 작가들의 스토리텔링도 세계관을 충분히 구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1986년도에 TR 리플레이로 시작돼 1988년 출간된 판타지 소설 <로도스도 전기>다. 이런 흐름은 1996년 4월부터 발간돼 1999년 2월 1쿨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한 <성계의 문장> 시리즈까지 이어진다. 물론 한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 이영도-전민희 작가님들에 의해 이러한 흐름이 충실하게 소개된다. 

   이러한 상황이 1995년 <에바>로 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 책의 중심 주장이다. 따라서 <에바>는, 일본 장르문학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즉 2000년대 전까지 판타지/SF 소설이 장르문학의 중심을 차지했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알 수 없는 사이에 그 자리를 라이트노벨이 점거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1994년 로도스도 전기의 후속작 <표류전기 크리스타니아>로 시작된 (ASCII) 미디어웍스 (현 카도가와) 전격문고가 현재는 라이트노벨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문고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전격문고를 포함한 다양한 문고들의 매체 발간 현황에 대한 정확한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어쨌던, 장르문학의 선호도를 '세계관 기반 스토리'에서 '캐릭터 기반 스토리'로 변형시킨 일본의 웹컬처 지각변동에 <에바>가 어떤 의미에서든지 큰 영향력을 끼쳤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4. 그러나 세부 텍스트로 들어가보면 저자의 논조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다음 인용문을 살펴보자.

즉, <에반게리온> 이전 시기 오타쿠들의 작품 수용 태도는 이야기로부터 세계관을 읽어내는 '이야기 소비'를 비롯해 오카타 토시오가 말한 암호를 읽어내는 태도 같은, 지극히 기형적인 형태로 변해 있었다. 때문에 <별의 목소리>나 <최종병기 그녀> <이리야> 같은 소박한 이야기로의 회귀, 또는 평범하게 '이야기를 즐긴다' '등장인물에 감정을 입한다'는 작품 수용태도가 오히려 기이한 것으로 인식된 것이다. (p. 99.)

   저자가 아즈마 히로키씨와 일정 부분의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인용문은 저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전술한 장르문학 사정까지 고려해 살펴볼 때, 이 주장에는 분명한 오류가 있다고 생각된다. 굳이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이야기와 그 세계관에 주목하는 활동은 만화-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 이미 그 모태가 되는 장르문학 차원에서도 흔한 일이었고, 그것이 영상 분야에서는 영상에 대한 철저한 탐구로 나타났을 뿐이다. 오타쿠의 세계관 기반 활동이 기형적인 형태였다면, 그 당시의 일본의 판타지/SF 작가와 독자들, 그리고 TRPG 플레이어들 또한 '기형적인 형태'의 스토리 소비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에반게리온> 이전의 '이야기 기반'의 작품,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에서 캐릭터에 대한 이입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여성 동인계의 동인활동이 그 주요 반례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2002년 <반지의 제왕> 영화 개봉의 결과로 한국에서는 한국반지연맹과 (특히) 절대반지동맹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 몰입'이 나타나고, 이에 따라 코믹월드 등의 만화 동인지 판매회에 반지의 제왕 동인지가 대거 등장했다. 이야기 기반의 작품의 캐릭터들이 데이터베이스화된 '캐릭터'로서 읽히는 현상이 일본에서 세카이계가 한창 꽃피울 시점에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논지의 한계점을 보여주고 있다.

5. 그리고 세카이계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고 세카이계와 거리를 두는 것은 좋지만, '세카이계 만가-아니메를 통해 시청자들의 취향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는 논문의 가설을 바탕으로 만화-애니메이션 소비자의 성향을 단일화해서 표현하는 환원주의적 입장 또한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 책에서 현실 반영에 소홀했다는 느낌을 받기 쉬운 것이 다음과 같은 일방적인 서술이다.

그러나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미소년 게임에서, 미스터리에서 돌연 주저리주저리 독백을 시작합니다! 라는 건 처음의 몇 작품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유사한 작품을 몇 편씩이나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에반게리온>은 충격적인 작품이었지만, 역시 사람들은 미소녀에 모에하고, 로봇에 불타오르고, 트릭에 놀라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한다. (pp. 184-5.)

   물론 저자는 본격적으로 논의를 펼쳐나가기 이전 이 책이 '남성 오타쿠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p. 27.)고 설명해 여성향 콘텐츠가 빠진 이유에 대한 양해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이 논의 전반을 정당화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 의도적으로 서술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정말 몰랐기 때문에 서술하지 않았(을 리는 <케이온!> 때문에라도 없다고 생각하지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ARIA>를 시점으로 한 치유계와 일상계가 전혀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점도 이러한 무리한 환원주의적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기 위한 꼼수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 또한 여성이 아닌 남성 아니메 팬들을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으므로, 이 연구서의 분명한 한계로 지적하고자 한다.

6. 이전 특정 논고에서 아즈마 히로키에 대한 비판을 통해 분명히 설명한 바가 있지만, 따라서 '이야기 소비'와 '데이터베이스 소비'라는 단순한 이항을 세우고, 해당 '상품'들의 소비자의 성향의 변화를 통해 소비자의 적극성이 사라진, '소비즘'에 근거한 후기 오타쿠들의 활동이 현재 소위 '오타쿠' 문화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결코 텍스트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없이 해당 텍스트만을 소비한다는 '가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이 책의 전반적인 논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대안은 "기존의 '세계관 기반 이야기'에 기반한 일본의 이야기 시장 전반이<에반게리온>을 시점으로 '캐릭터 기반 이야기'로 변경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세계관 기반 이야기'들은 시류 내지 시장을 구성하는 독자들에 의해 때로는 큰 비판을 받으면서, 적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가정이다. 

7. 결과적으로 '세카이계'를 통해 시작된 '캐릭터 기반 이야기하기'의 우위가 앞으로도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그 사례로서 주목하고 싶은 것이, 이 책의 문고판 발매 이후 2014년 4분기부터 2015년 1분기까지 TVA로 방영된 판타지 소설 <새벽의 연화>다. 2009년부터 쓰여진 이 소설은, 현재 주류 아니메인 '캐릭터 기반 아니메'와는 달리 기존 판타지 소설의 작법을 그대로 따라갔으나, 캐릭터적 접근이 강해 일본과 한국에서 많은 팬덤을 가지고 있다. <Rail Wars : 일본국유철도공안대>도 그렇다. 일본국유철도 JNR이 해체되지 않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가설 아래 라이트 노벨에서 시작해 2014년 3분기에 아니메화된 이 작품은, 캐릭터성보다는 세계관에 더욱 기반을 두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한국 판타지나 웹소설 또한 점차 캐릭터에 대한 집중보다는 이야기나 세계관을 충실히 하고 있는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비판을 받으면서도 소비되고 창작되고 있는 양판소 시대를 벗어날 새로운 동력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관 기반 이야기'가 언제까지라도 소수로 자리잡고, 캐릭터 기반 이야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듯한 이 책이 주는 인상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거리를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8. 마지막으로 이 책의 한국어판에 대해서 잠깐 코멘트한다면, 이 책에서 페이지수를 안쪽에 두고, 제목과 하위제목도 세로로 세운 디자인 자체는 매우 뛰어난 시도라고 생각되며, 필자로서도 앞으로도 출판하게 될 작품에 응용하고 싶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실제 책에서 봤을 때의 위치가 애매애매하다. 0.5mm-1mm 정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시각적으로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또한 일상계와 치유계는 한국어로 표기하면서, 세카이계는 '세계계'라고 부를 수 없으며, 일본어로 굳이 음역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후의 논의사항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2017. 2.7 : 본문 2차개정)


세카이계란 무엇인가 - 10점
마에지마 사토시 지음, 주재명.김현아 옮김/워크라이프

참고문헌

빠른 글의 작성을 위해, 한국어 번역본의 서지사항만을 기재하기로 한다.
마에지마 사토시(2016), 세카이계란 무엇인가, 워크라이프.
아리스가와 아리스(2014), 말레이 철도의 비밀, 북홀릭.
오카다 토시오(2001), 오타쿠, 현실과 미래사.
히카와 레이코(2004), 토쿄에서 판타지를 읽다, 청어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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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2 03:49

2016년 정리 (1) - 글


사진은 좋아하지만 닿을 수 없는, 카랏(カラット)의 Line 팬서비스 사진에서… 



2016년이라는 꽤 힘든 시기가 지났다. 사진은 매년 하는대로 정리해서 100장을 선정했다. 이걸 리사이징하고 줄이는 것만으로도 몇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서, 지금 시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간략하게, 보안에 걸리지 않는대로 남겨보고자 한다.


2016년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 1월
2일 퀘이크스퀘어. 느릿하게 3시쯤 가니 역시나 볼 내용이 다 사라져 있는 상태를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구매러는 이미 졸업한 상태라… 한편 학위논문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반 전부턴가 미루고 미루었던 인터뷰 한 건을 마쳤다. 24일에는 삼청동에 갔다가 작년에 한 번 뵈었던 분과 구체적으로 삶을 나누기 시작했다. 30일 애니라이브. 삼각대까지 사들고 열심히 취재한다고 했으나, 650D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게다가…

※ 2월
원래 기사를 기고하고 있던 회사에서 원소속회사와의 문제로 올린 기사를 받지 않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일하고 있던 곳을 나오고, 새 곳에서 간헐적으로 기사를 기고하기 시작하려고 했으나 첫 기사는 망. 2월 3주에 황간역 철도교류회. 그다음 날 곧바로 A모팀 이벤트를 취재했으나 끝나고 택시가 오지 않아 1시간 가량 추운 겨울바람을 맞았으며, 게다가 관계자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뭐 그래도 이 겨울에는 코스갠촬을 많이 했으니 좋은건가- 아, 그리고 그 논문이 통과됐네.

※ 3월
부순장이라는 이유로 청년국 LT 강제 참여. 이후 5일에는 수인선 사진전을 가까스로 관람. 성경공부 시작. 19일에는 한 교회에서 이뤄진 담임목사님의 원정결혼식에 갔다가 토요일에 닫혀있는 교회에 깜놀. 기도실에 갔다가 하나님이 10분간 기도를 막으셔서 더 깜놀. 그달 말에 요청 있어서 갠촬 갔다가 코스프레 정체성 논란 - 이 시점부터 코스에 대한 헌신도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 같다. 한편 논문준비를 같이 하면서, 오키나와 기사 + 신문사에서 제안해주신 일본여행 준비 개시. 3월 27일 최악의 다이아개정. 성삼일은 새로운 곳에서 보냈다.

※ 4월
4월 2일 자폐인의 날. 염수정 가톨릭 서울추기경은 왔으나 한국을 책임진다는 개신교회 총회장, 감독회장급은 없는 것을 보고 좌절. 16일 아는 녀석이 결혼. 그담에 위키미디어 들렀다가 세월호 대회에 나갔다가 감당하기 힘든 비를 맞았다. 한편 논문은 지지부지하던 차에, 그 '뜨거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으나, 자세한 내용은 금지사항입니다.

※ 5월
사건 이후로 논문이 한창. 그러나 5일 어린이날이라서 촬영을 나갔다. 17일 서울신대에서 DJinho 전도사 워십을 처음으로 봤다. 19일에는 트와이스를 봤는데 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걸 보는걸까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15일 장빈 목사님 재회.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 담임목사님 소개시켜드리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 20-21일 코스 컬렉션 #4. 역시 일본은 한국 코스판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상태가 반복된다면… 끔찍할텐데. 21일은 그 사이에 학회 학술대회까지 다녀오고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까지 다녀왔다. 22일 반대쪽 '스승의 날' 행사에 나갔다가 새 학생회장이라는 사람한테서 명예훼손 이야기까지 들었다. 25일 옥바라지선교센터 행사에 처음으로 나가 보았다. 글고 보니 그 사이에도 스캔에 열심이었구나(...) 그리고 estas가 논문 인터뷰 관계로 복원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 6월
4일 갠촬 이외 행사 2건 이후로 일본에 나가기까지 사진을 찍지 못할 정도로 논문에 열심.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논문이 통과됐으나 채워야 할 내용이 많아 ㄷㄷ 18일 홍대 비닐에 다녀온것과 여행 시각표 작성 이외에는 논문에 정말 전념. 23일 출국하고 나서야 한숨 돌렸다.

※ 6-7월 일본여행
매년 다녀오던 대로 학술대회 참가라는 목적이 있었지만, 일본 철도여행기 작성이라는 2차 요청도 곁들인 시코토. 결과적으로는 약 250만원의 일정으로 17일간 다녀오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JR Pass를 14일동안 이용해 패스값의 3.5배를 벌어들였다. 여기서 남기고 싶은 이야기야 많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사진과 이후 여행기에 풀도록 한다. 그리고 6월 29일, 일본에 들어온지 7일만에 시간을 쪼개 논문을 특급 북두에서 완성했다! 논문도 제대로 제출했다! 얏타! -라고 생각했으나…

※ 7월
다녀와서 봤더니, 으억! 오타와 다시쓸 부분이 보이고, 참고문헌 작성도 안돼서 또다시 논문 뜯어고치기에 돌입. 그대신 하드커버 인쇄와 산돌돋움 사용으로 퀄리티를 끌어올렸다. 23일 위키미디어 컨퍼런스. 못볼 꼴 다 봤다. 그리고 27-31일에 BICOF가 있었으나, 29일까지 논문 수정+ 그 논문에 의한 애매한 상황 + 리더십이 교체, 그리고 29일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식 참석, 30일 갠촬로 내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와중에 30일 8년만에(40년은 거짓말이다) 인천시내버스 대형개편. 41번 버스가 폐지되면서 인천남구대중교통의 암흑기가 오픈, 그리고 시장이라는 사람은 지금까지도 자신이 정말 교통주권시대를 연 줄로 생각하고 있다. 주민이 원하는 버스, 아무 대책 없이 없애는 시대가 교통주권시댄가

※ 8월
그리고 나서 며칠간은 열심히 쉬고, 7일부터 예의 그 산상성회. 예배 빼고 프로그램이 없어서 모든 청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리고 19일 드디어 11년간의 공부를 마무리짓는, 졸업식 없는 졸업. 많은 돈을 받았는데 세달 지나지 않아 앵꼬가 났다. 참고로 우수학생 시상식에서 받은 삼성 2TB 외장하드는 3주만에 터졌다. 더 이상 삼성 외장하드를 쓰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27일 사촌이 결혼, 그리고 곧바로 황간역으로 향했던- 뜨거운(?) 추억이 있다. 그다음 날에는 영동포도축제 + 사보텐 대전점 크리. 역시 바쁘다.

※ 9월
2일 좋은 목적의 행사에서 좋은 이야기를 듣고 지우맨님을 뵈었다가, 한 예술가가 던진 계급주의론에 화나며 나간 추억이 있다. 이 시기 <울려라! 유포늄> 극장판을 배견하고, 작년 11월 경애니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없었던 유포늄에 관심이 생겼다. 이 시기부터 한 법인을 통해 한국모금가협회 이사님의 강연을 듣고 사회NGO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9월에는 처음으로 중국 여행을 다녀왔고, 내 한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기가 되었다 + 현재의 작업기인 샤오미북을 얻었다. 1080p 화면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핸드폰 화면이 깨지면서, 핸드폰을 갤럭시 S7로 바꿨다! 는 아이폰은 과연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이 시기에 의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논문 한편의 의뢰를 받았다.

※ 10월
1일 NaNoWriMo 행사에 나가며 올해는! 이라는 투지를 불태웠지만, 올해도 실패했다 ㅠㅠ 한편 와우북페스티벌은 올해도 참가. 적어진 규모 속에서도 버티고 계시는 도서출판 온우주에게 감사를. 그리고 SF 카르텔이 되었죠..() 2일 처음으로 점프수트 구매. 사흘만에 들켰다. 10일에는 책장 추가 + 결혼식 참가 + 총회 참여 + 국제행사 진행이라는 있을수 없는 일까지 겪었다. 21-22일 장지공측 한국피플퍼스트대회(창원) 참가. 내년에는 서울이라 한숨 돌렸다. 하지만 이 행사에서 자폐성장애인의 발언 기회는 여전히 없었으며, 이 행사가 겹쳐서 BIAF에는 마지막 날(25일)에야 행사 일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JR큐슈 열차 디자이너 전시회는 꼭 첫날 갔어야 했는데 ㅠㅠㅠ  한편 커피 티페어에 가서 새 그라인더 세트를 샀는데, 정작 요즘은 전혀 먹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역시 핸드드립을 시도해야 하나) 그리고 논문은 지역 관광을 주제로 결성된 스터디그룹에서 큰 공격과 비판을 받으면서 어떻게 기한에 맞춰 완성. 한편 24-5일 JTBC 보도로 새로운 구름이 삶을 덮기 시작하는데…

※ 11월
교수님이 갑자기 일을 시키기 시작한데다가 원 회사에서 아르바이트 요청을 해오고 내가 작업하고 싶은 글도 겹치면서 이래저래 피곤했던 시점. 이 시점에 <콘텐츠 관광연구>라는 일본어 서적을 알고 구매, 내용이 좋아 번역에 착수했다. 6일에는 지역에서 두번째로, 공식 행사로는 11년만에 코스 행사가 있었는데, 이날 구청장이 왔으나 내 얼굴은 쌩까고 갔다. 참 일 잘하고 좋은 구청장이셨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셨담. 한편 박근혜를 통해 이 나라를 개혁하시려는 하나님의 은혜로 8일에는 기독교신학생연대회의 시국기도회에 참여. 떼제성가의 힘을 실감했다. 이날은 일단 서울청사 앞에서 막혔다. 12일 학술대회 하나 치뤘다 19일 11코에 갔는데 사람이 없어서 코스 활동에 대한 실망감을 품었다. 이날 4차 대회에 갔다가 생각나는 것을 나눴는데,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모두 일이 나버렸다. 꽤 마음에 상처가 됐다. 21-22일 장애인 토론회 한건은 참가하고, 한건은 발표했는데,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 SRT&KTX 통합시각표 긴급제작도 있었지…

※ 12월
3일 6차 대회는 새누리당 항의만 참여하고 만화애니학회 총회 참여. 학회 교수님들과 인사하는 기회가 되었다. 6일 인천센터 개소했으나 유정복은 축사에서 발달장애인과 무관한 정책만을 열거했다. 9일 또 다른 학술대회. 갑작스러운 준비를 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문제없이 끝났다. 다만 이날 저녁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대사태가 발생. 내 인지 체계에 대한 질문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잘 지내다가 최근 감기에 걸렸고, 24일 성탄절을 지내면서 풀릴 수 있었다. 그리고 29일, 갑작스러운 취업과 30일 황간역 취재까지. 비정상의 정상화, 그리고 아픔을 겪으면서 보낸 한 해는 31일, 10차 대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기타 숫자들
- 학위논문 1편, 학술지 논문 2편 발표, 학술발표 1회
- 기사는 한 40건 정도 쓴듯
- 해외여행 2회
- TVA 시청 4편, OVA 시청 1편
- 블로그 방문자수 21,367건(정말 작년에는 별로 게시를 못했다)

생각해보면 꽤 힘든 시기를 보냈고, 앞으로도 어려운 시기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은혜를 주셔서 내년도 한해 동안 살 기업을 주시고, 9일 탄핵을 가결해주셔서 나라를 새롭게 해 주시고 그 일을 확정하실 하나님의 은혜가 있기에, 예수님을 더욱 의지해보는 삶을 살아보고자 한다. 2016년도 함께 할 수 있었던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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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6 00:49

[긴급제작/배포] 경부고속선계 KTX + SRT 통합 시각표 (2016년 12월 9일 개정)


Canon EOS 650D | 1/160sec | F/8.0 | 0.00 EV | 21.0mm | ISO-100 | 2016:02:20 10:09:16


 
 안녕하세요. 엘리프입니다.
  현재 성과연봉제를 시점으로 하는 노동악법을 막아내기 위한 철도노조의 정당한 투쟁과, 국민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어쨌던 9일부터 KTX와 SRT가 서로 다른 회사가 되어 하나의 노선 안에서 불필요하게 투쟁하는 결과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SRT와 KTX가 별개의 회사가 되면서, 각각 자신의 회사별로 별개의 시간표를 배부해, 같은 노선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쪽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더 합리적인 활동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최근 며칠동안 노선 시각표를 일본 시각표 체계에 맞춰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그 성과물을 오늘부로 경부고속선계를 중심으로 우선 공개합니다.
  이 시각표가 가지고 있는 큰 장점에 대해 알려드리자면,
  • 경부고속선과 경부선, 경전선, 동해선을 지나는 KTX와 SRT의 모든 열차의 운행시각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작성해, 빠르게 시각 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호남-전라선 시각표는 별개로 다시 작성중에 있습니다).
  • 열차 도착시간을 추정해 기재해, 시각표로는 알 수 없는 대전역과 동대구역, 상행 서울역의 도착시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습니다(다만, 사례가 많지 않은 상행 용산역은 이번 버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 수도권 서부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실제로는 타기 힘든 광명급행의 시각표를 포함해, 어떤 열차를 탈 때 광명에서 내리면 구로역에서 갈아탈 수 있는지 설명드렸습니다.
텍스트 일부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고(일단 대전-동대구간 시격을 40분에서 38분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워낙이 철도 시각표를 믿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 시각표가 그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KTX와 SRT를 타시는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시각표의 오류가 정정되거나 내용의 업데이트가 이뤄진다면 이 페이지나 다른 페이지를 통해 업데이트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파일 내 오류가 발견된다면 이 페이지를 통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부고속선계 - 2016년 12월 9일 (12월 6일 배포 버전)

경부계KTX_16120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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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2 22:51

박근혜 하야 시국선언 동조서

 
엘리프는 최근 그리스도인 개인의 자격으로 최근의 시국선언에 참여하거나 다른 시국선언들의 논조에 동조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으로서 이러한 시국선언들에 동감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한 새로운 시국선언을 작성하는 것은 대부분의 시국선언의 작성이 조직이나 단위 별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 한다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 논고에서는 본인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러한 선언들에 '반응'하게 된 이유를 밝힘으로서, 이들 시국선언에 동조하는 개별적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참고로 주로 개신교에서 활동하는 본인의 입장에서, 이 글은 개신한국어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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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권 유지를 위해 국민을 억압하고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어떠한 정치 제도도 배격한다. … 또한 오늘의 현실 속에서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서는 타종교와 공동 노력한다."
- 기독교대한감리회 사회신경 3 · 9조

1. 하나님의 구원과, 그 구원을 주시기 위한 수단인 복음과 교회는 모든 사람(multis)을 위하여,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눅 26:28, 막 14;24; 겔 46:8-12 참조) 있다. 여기에서의 '많은 사람'의 범위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시편 87편과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하여 볼 때, 구원의 초대 대상은 특히 우리가 흔히 구원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방인', 또는 일본 민족 같이 우리가 혐오하는 대상까지도 포함하는 넓은 범위이다. 모든 교회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까지 구원을 전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인정하게 하는 초대의 역할을 맡았다.

2. 한편,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 교회는 최근 사태와 관련해 신자들에게 모든 정치적 표현을 삼가고, 단지 나라를 위해서 기도할 것을 권한다.그러나 한국 교회는 예수님꼐서 바리새인들을 강렬하게 꾸짖으셨듯이, 구원의 문에 들어올 자격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보수적인 교회 문화와 우파 이데올로기에 맞춰 판단하고, 그 자격과 규정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구원에서 제외하고 있다(마 23:13). 수많은 담임 목사님들은 우파 이데올로기에 기반해 교회 성도들 중에도 있는 '종북좌파'들을 정죄하기를 그치지 않으며, 심지어 어떤 목사는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는, 예수님이 피값주고 사신 교회가 마땅히 전파해야 할 복음과 상반된 주장을 하기까지 한다.

  따라서, 예수는 믿되, 교회는 떠난 '가나안 성도'가 발생하는 제1이유가 교회에서 발생하는 논란이라면, 제2이유가 교회 공동체의 극우적이자 폐쇄적인 분위기 때문임은 우리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바이다. 교회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성도들을 정죄하고, 우파 이데올로기를 견지하는 믿음만이 올바른 믿음이라고 가르치며, 그 가르침에 대한 의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에 한국 개신교회는 성도들에게 시편 84편, 학개서, 그리고 수많은 성경구절을 들어 교회당 안에서의 과도한 시간투자와 전도, 그리고 헌금을 요구한다. 그러나 교회에 이미 한두번 찾아간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경험한 교회 이미지는 교회 진입을 빌미로 예수님의 거룩한 구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뿐만이 아니라, 특히 소위 '다음세대'의 교회 이탈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이제 교회 성도들은 복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복음이 전파된다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자랑할 수 없어 전도를 두려워한다. 

3. 교회가 폐쇄적인 모습으로, 비신자, 더 나아가 길찾는 이(구도자)들의 질문을 무시하려고 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지적했듯이 서로 '편을 갈라'(공동) 자신들에게의 공감을 요구하는, 공감이 없는 세대(즉 롬 12:1-2로 만날 언급되는 그 '세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눅 7:31-2). 한국교회는 따라서 사도 바울이 전한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고전 9:22) 교회 공동체 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이웃들, 더군다나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적어도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차별(약 2:1-4; 약 2:9)이라는 우리 공동체의 흉악한 죄를 회개할 능력조차도 잊어버린지 오래다.

4. 현대 개신교회는 신자, 특히 보조교역자에게 수치적 결과물을 요구한다. 그러나 진정한 복음의 변화는 비수치적이며, 복음의 씨앗의 발화 과정은 하나님만 아시며, 드러나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고전 9:22, 가톨릭)이 되어 누구나 '썩지 아니할 것'(고전 9:25; 고전 15:53-4; 벧전 1:23, 개개)을 얻도록 가르치는 하나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이 우파 성향을 가진 사람들, 돈을 잘 버는 사람, 교회 예배시간에 늦지 않는 사람, 교회 사역을 잘하는 사람, 적은 돈에도 모든 것을 드리며 헌신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좌파 성향을 가진 사람들, 가난한 사람, 예배시간에 늦기를 밥먹듯이 하는 사람, 교회 사역을 꺼리는 사람, 헌금과 연보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에게도 공감하고, 그들을 여전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도록 이끌 의무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도의 과정은 '투입-산출'이라는 산업적, 또는 상업적 방법이 아니라, 교회 안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인정하고, 그들이 가진 은사를 그들의 방식으로 활용함으로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일부나마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 이어져야 한다.

5. 따라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박근혜 퇴진과 하야에 찬성하는 행위는, 1) 성자 하나님이 피주고 사신 교회의 다양성을 드러내고, 2) 성부 하나님이 마련하신 구원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지 않음을 드러내는 신앙고백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이 행위는 3) 교회가 세상과 분리된 공동체가 아닌, 세상과 함께 공감하는 공동체임을 드러내며, 4) 교회가 잃어버리고자 작정한 '잃어버린 자'들에게 다시 다가서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구원론에 대한 고찰을 통해 볼때, 굳이 십자가 이론과 대조적인 사회구원론 사이의 차이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박근혜 퇴진과 하야를 주장하는 것은 성경적 세계관적 관점에서도 하나님의 뜻에 부합되는, 따라서 죄라고 볼 수없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엘리프는 지난 10월 기명한 [ 대통령 하야 요구 그리스도인 성명 ]에의 동의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하나님의 정의는 법 너머에 있다! 
한국 개신교회여, 하나님께로 돌아가자(호 6:1)!


2016. 11. 22.
엘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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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5 23:04

<울려라! 유포니엄> 극장판 대담 : TV판보다 극장판이 더 나은 애니가 여기에 있다


(ⓒ武田綾乃・宝島社/『響け!』製作委員会 인용)


<울려라! 유포니엄>響け!ユーフォニアム 극장판(부제는 생략하기로 하자)은 저음 금관악기 중 하나인 유포늄을 연주하는 오마에 쿠미코黃前久美子(CV: 쿠로사와 토모요黒沢ともよ 분)이 진학한 북우지고등학교 관악부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동작의 애니메이션을 재편집한, 소위 총집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국내에는 9월 1일 메가박스에서 애니플러스사의 주관 아래 개봉해 5일까지 4,169명이 관람했다.

원래 이 글은 모 사이트에 기고할 용도로 영담산 님과 같이 작성했으나, 사이트가 날라간 관계로(...) 개인 블로그로 이전해 올린다. 대담에 응해주신 영담산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TVA와의 차이 1: 편집의 긴장감
엘리프 : 자 이제 시작할까요? 우선 TVA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되냐능?
영담산 : 긴장감이라고 생각함. 그 이유는 TVA에서 시청자의 의견 대립이 거의 없으리라고 생각한 부분이 통편집되어서라고 봄. 5화의 라이딘이랑 9화의 소방차 게임까지 체감 러닝타임이 10분 이하라는 경이로운 급전개를 보여줬기 때문 아닐지...
엘리프 : ??
영담산 : YMO의 라이딘을 연주하는 기악행진 신에서 축제 나가서 레이나가 쿠미코의 미간에서 인중까지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는 신까지의 개인적인 체감 시간이 십 분 이하라는 거임. 그 레이나가 쿠미코 미간에서 인중까지를 쓸어내리는 장면을 개인적으로는 '소방차 게임'이라고 부름 ㅋㅋㅋㅋ
엘리프 : 나는 30분 정도 걸렸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ㅇㅁㅇ
영담산 : 그 사이에 보여준 게 많지 않았다고 생각했지. 뒤의 트럼펫 솔로 공천 파동이랑 쿠미코가 특정 파트 강판되는 대목 즈음한 TVA의 10-12화 부분은 거의 편집 안 된 걸 생각하면 작품 내 갈등을 극대화해 보여주기라는 제작진의 의도는 충분히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수수께끼: 쿠미코와 레이나의 관계, 그 것이 궁금하다
엘리프 : 오히려 내가 처음에 극장판만을 보고 나서 너무 스킵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서머패스 착수 이후부터 서머패스 공연 장면까지 사이 과정이 거의 없다고 생각됐는데, 그 부분은 애니에도 별로 없더라. 전반적으로 중간과정 생략의 일본 음악애니지만.
영담산 : 라이딘 이전 부분 이야기인가?
엘리프 : 직전부분이지. 그리고 약간 애매했던 게, 오마에와 레이나가 급친해지는 전개의 심리 상태를 읽기 힘들어.
영담산 : 쿠미코 레이나는 원래 작품 앞에서부터 아는 사이였고-
엘리프 : 아는 사이였던 건 맞는데, 그동안 쿠미코를 열심히 무시하시던 레이나가 왜 갑자기 만나서 '사랑의 고백'을 하는가의 부분. 그 축제 데이트 관련 부분이 아니었다면 만날 이유도 없었거던.
영담산 : 그건 아마 레이나가 쿠미코한테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내색하지 못하는 특성 때문 아니었을까 싶어. 쿠미코가 축제 같이 갈 거라고 아무렇게나 팔을 덥썩 집은 것이 레이나였다는 우연이 아니었다면 쿠미코는 전혀 모르고 넘어갔겠지. 정말로 레이나가 솔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에 대해서는 레이나의 설정 자료를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엘리프 : 그런 의미에서는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던 한 가지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어.
영담산 : 그러고 보니 그러네. 지금 쓴 이것도 내가 추리해낸 가설이지 진짜 설정자료는 아니니까. ㄷ

<울려라! 유포니엄>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장면인 듯…
(ⓒ武田綾乃・宝島社/『響け!』製作委員会 인용)


TVA와의 차이 2: 연주장면이 대단하다
엘리프 : 그리고 이번에 제대로 했다고 생각되는 게 주요 관악곡의 연주 장면을 충분히 실은 점.
영담산 : 그치. 난 편곡판이라도 라이딘을 완주시켜준 게 그렇게 고마울 수 없더라고. 그리고 트럼펫 솔로 재심 부분에서 두 후보의 연주 특성의 차이를 더 잘 느낄 수 있었어. TVA로는 잘 안 와닿을 수 있는 부분이었거든.
엘리프 : TVA에서는 컷 되어 있던 부분인가?
영담산 : 아니. 근데 그 레이나랑 선배의 기량이나 진정성이 잘 안 느껴져. 극장 AV설비와 가정 AV의 한계 때문일지도.
엘리프 : 난 한 눈에 알겠던데 으음.
영담산 : 레이나랑 선배 둘 중 누가 나았어? 난 TVA 때는 잘 모르겠던데 극장판에서는 '아, 이건 레이나가 이겼다.' 라고 감이 오더라고.
엘리프 : 레이나였어. 첫음부터 강약조절이 차이가 나지
영담산 : 더 웅장했고...
엘리프 : 그리고 선배가 삑사리가 하나 더 있어
영담산 : 그랬나 ㄷ ㄷ

<초승달의 춤>, 쿠미코를 위한 작곡
엘리프 : 그래도 이야기는 어쨌던 오마에의 성장 과정을 담아낸다는 취지를 잘 살리고 있고
영담산 : 그랬네.
엘리프 : 그런 의미에서 ‘우마쿠나리타이’(잘하고 싶어) 신은 의외로 이상한 것 같지만 좋은 스토리텔링 장치였지.
영담산 : 그 부분에 들어갔어야 하는 씬이기도 하고...
엘리프 : 그래도 세족대학교의 <초승달의 춤> 동영상 보면 157마디 부분이 의외로 고등학생치고는 높은 스킬을 강요한 부분이기도 하지 뭐(...)




영담산 : 고등학생은 대학생을 이기기 어렵지. 스포츠에서도 리그를 할 때 고등학생 리그는 대학생보다 아래로 치고...
엘리프 : (자료를 찾다가) ‘2015년 4월부터 같은 해 6월 말까지 방송된 TV애니메이션 「울려 라! 유포니엄」을 위해 특별히 새로 쓴 곡이며, 작중에서는 취주악 콩쿠르의 자유곡으로 등장하고 있다.’ 아아....()
영담산 : 애니를 위해 ㄷㄷㄷ
엘리프 : 그러니 야마하에서 악보를 독점판매하지. ㄷㄷ 근데 비싼데?
영담산 : 야마하 스폰서였던가?
엘리프 : ㅇㅇ. 그래서 라이딘 신에서 야마하가 나타나 있지. (자료 찾다가) 1620엔이다 ㄷㄷ



영담산 : 우와...........
엘리프 : 비싼거여.
영담산 : 그런가.
엘리프 : 취주악협회 과제곡 풀 스코어가 다섯 곡 합쳐서 1200엔인 거에 비하면 (주: 당시 북우지고등학교가 선택한 과제곡 4 <프로방스의 바람>을 담은 2015년 풀스코어집은 [ 2016년 8월 현재 1028엔(일본 국내, 송료 포함)에 판매되고 있다 ].)
영담산 : 저건 저거 하나뿐이잖 ㄷㄷㄷㄷ
엘리프 : 그나저나 일단 TVA를 만들 때 그당시 일본취주악연맹 연례 콩쿨 과제곡을 그대로 채택한 것도 그렇고, 상당히 현실에 맞춰서 제대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걸 보면 일본이 대단하기는 하다는 생각이 들어.
영담산 : 애니메이션이 현실을 담아내는 능력 ㄷㄷ

단점 : 케이한전기철도가 너무 잘렸다
엘리프 : 스폰서하니까 TVA랑 극장판 차이가 나는게 케이한. 케이한 신이 이번 극장판에서 대폭 잘렸지.
영담산 : 거의 없었지 그러고 보니 홍보에 기여했는데..... 우지역도 나와주고 했는데 말이지
엘리프 : 돈 내고 안 내고의 차이가 크다는 거겠지. 그러니까 애니판에서 협찬했어도 극장판에서 협찬 안하거나 그러면 그렇다는 느낌이려나. 우리나라라면 그런 식으로 확실하게 구분을 짓지는 않을 것 같아.
영담산 : 스폰서 이야기구나. 일본에서야 애니메이션과 이어지는 산업이 꽤 많고 비중이 한국보다 되는 편이니까 그럴지 모르겠네.

정리: 정리 치고는 꽤나 긴 이야기
엘리프 : 슬슬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볼까. 일단 정리하자면 1) '<초승달의 춤> 작곡가가 대단하다'. 애니메이션 감독의 주문을 맞춰서 생산하지만 그대로 콩쿠르에서 연주해도 되거든. 2) 극장판이 총집편인 것 치고는 상당히 높은 퀄리티가 나왔는데, 그 이유로는 역시 충분한 연주시간 + 편집을 했는데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영담산 : 동의합니다. 그 외에 나는 ㄱ. 같은 제작사의 다른 작품인 중2사랑은 열광적이었던 TVA와 달리 극장판은 실망스럽다는 평을 들어야 했는데 이건 그 정반대겠구나 싶고
엘리프 : 그 점은 동감. 영화가 TVA를 살렸는데 이 기쁜 소식(?)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안타깝달까-
영담산 : ㄴ. 레이나가 이번 작품에서 정말 달리 보였는데 느낌이 '카리스마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감정 표현이 서툴고 솔직하지 못한' 캐릭터라는 걸 알게 됐지. 극장판에서는 쿠미코랑 레이나 둘한테 초점이 특히 더 맞춰진 느낌이라, 보면 쿠미코 보고 '성격이 나빠'라고 말하는데 조금 거친 표현이지.
엘리프 : 그렇지.
영담산 : 보통 저 나이대의 일반적인 언어 사용이라면 '짖궂어'いじわる라고 할 텐데. 그런데 그걸 굳이 성격이 나쁘대 ㅋㅋㅋㅋ 되레 귀엽더라고. 엄하게 교육받은 부잣집 아가씨의 언행 불일치를 보는 느낌(?) TVA에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극장판으로 보니까 매력 있던...
엘리프 : 그리고 3) 왜 동성애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신을 굳이 삽입하셨나요(...) + 쿠미코의 연애전선은 어떻게 될 것인가? - 특히 레이나의 원래 사랑이 타키 선생인걸 생각해 보면(...) NL로 돌아갈 것인가? 그렇다면 '사랑의 고백'은 어떻게 되나요 라던가(...)
영담산 : 어쩌면 철저한 상업성 치중이지. 아마 확인은 2기에서 하라는 의도일는지 모르겠네
엘리프 : 2016년 8월에 시작한다던 건가?
영담산 : 울려라 유포니엄 2라는 제목으로 방영한다고 했어. 그리고 ㄷ. 극장판과 이어지는 TVA는 원래 관례가 과거 TVA의 편집분이 끝나는 시점에서 차기 작품과 이어지는 내용을 넣는 거였는데, 이 극장판에서는 그런 것이 없었지.
엘리프 : ㅇㅇ 앗싸리 깔끔하게 TVA만 총집했는데 상큼했어.
영담산 : 그것은 '구태여 극장판에 차기작 이어지는 스토리를 넣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판단했기 때문 아닐까 싶어.
엘리프 : 어쨌든 TVA에서는 애매했던 '츠즈쿠'(계속)도 이번에는 제대로 정리가 된것 같기도 하고. 참고로 관서 2차예선 대회 진출 여부는 1회차에서는 못 알아챘었는데 두 번 째로 보면서 이해했음. 아마 릿코랑 북우지 둘이서 진출하지 않았을까 싶음.
영담산 : 그랬겠지??
엘리프 : 아마 이야기 구도로 봐서는 그렇게 만들었을거고. 어쨌던 간에 4) 결국 북우지고등학교 관악부는 사기캐였습니다(…)
영담산 : 고등학교 수준이 아니……
엘리프 : 그 부분에 있어서는 소리와 영상의 차이가 나서 아무래도(…)
영담산 : 그럴지도 모르겠네.
엘리프 : 그리고 애초에 1학년생이 대폭 들어와 주축을 맡은 고등학교 클럽이 저렇게 치고 올라가는 건, 경험자가 많다는 건데, <겁쟁이 페달>과 비교했을 때 거기에 대한 언급도 별로 없었고. 이야기를 세세히 짚으면 뭔가 아닌데 간신히 균형을 잡아 이 정도로 성공한 거지(…) 그냥 현재로서는 '10월 2기를 기대해 봅시다'.
영담산 : 확인은 2탄에서 ㅋㅋㅋㅋㅋ

마무리: 그리고 이야기는 한국의 현실 성토로…
엘리프 : 그리고 마지막으로 5) 우리나라에서는 죽어도 못나올 작품.
영담산 : 한국의 창의적 체험활동 수준으로는 나올 수 없지. 일단 중고등학생의 동아리 활동 자체를 배격하는데…
엘리프 : 아니 취주악 작곡 + 연주 역량 자체부터. 취주악 콩쿠르를 위한 작곡을 매년 겹치지 않게 다섯 곡이나 선정할만한 나라라는 거지, 아무래도(…)
영담산 : 그런 인력풀이 일본은 있다는거지.
엘리프 : 일본은 [ 전일본취주악연맹 ]에서 과제곡 선정과 악보 판매, 그리고 콩쿨 진행을 맡고 있음. 북우지고등학교가 있는 쿄토부에서는 관서지역대회에 보낼 세 팀을 뽑아[ 1 ], 그리고 북우지고등학교가 앞으로 나갈 관서에서 또다시 세 팀을 뽑아서[ 2 ] 마지막으로 전국에서 30개 팀이 경쟁[ 3 ]…
영담산 : 이야…… 아 진짜 탄탄하네. 진짜 일본 중등교육계의 이런 모습 보면 정말 부러워.
물론 관현악부에 한한 이야기가 아니라 창체라는 거시적 시점에서 전부…
엘리프 : 아니 중등교육뿐만이 아니라 전 국가적인 시스템이지. 대학?일반부도 치열하게 보니까.
영담산 : 그렇게 볼 수 있지. 여가활동 전반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ㄹ. 이 작품은 쇼와 후기에서 헤이세이 초기(1980년대)의 향수로 무장한 게 느껴지는구나 싶다 정도?

엘리프 : 오케. 그럼 긴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영담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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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5 17:33

'팬덤문화'


홍종윤(2014), 팬덤문화,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커뮤니케이션북스.


1.  간단한 책일줄로 생각했다가 깊이가 느껴져서 놀랐다. 

2.  한국식 팬덤 연구는 생각해 보면 서구쪽에서의 이론화와 일본쪽에서의 이론화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때는 대중문화쪽 팬덤 연구가 대세고, 따라서 서구 이론화 쪽의 이론이 보다 더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책에서도 서구쪽 이론이나 대중문화 팬덤이라는 현실이 채택되어서 우리쪽에 더 어울리는 '야오이'나 수공, 동인지 대신 '슬래시 픽션'(:14)이라는 애매한 이름이 쓰이고 있고, 코스프레도 팬덤에 전적으로 기반한 문화라고 절하되어 평가되고 있다(:32). UCC나 2차창작도 애매한 명칭인 '밈 비디오'로 불리고 있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의 한계는 분명하다. 팬덤의 집단지성 항목 개념도 일본문화 팬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뿐이고 말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지나갈 수 없었던 이유는 문화연구이론에서 가끔씩 이름만 듣던 피스크가 의외로 중요한 이론가였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피스크에 따르면 팬 문화가 지닌 생산성은 기호[학]적 생산성(Semiotic productivity), 언술적 생산성(enunciative  productivity), 텍스쳐적 생산성(textual productivity)로 대표되는데(:2-3), 첫번째 지적은 그동안 기호학적 차원에서 ***과 기호작용을 강조했던 내 개념과 흡사하다. 그런 의미에서 피스크(1996), 팬덤의 문화경제학, 한나래 그런 의미에서 원전이던 텍스트던 읽어보기로 했다. 아울러 검색하다 나온 제레미 홀든(2013), 팬덤의 경제학(Second that emotion), 책읽는수요일 도 나중에 찾아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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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30 16:09

메르스 여파로 코믹월드 연기 … 동인·코스어들 "분노"


메르스 여파가 동인과 코스어들의 대축전인 코믹월드에까지 이르렀다.

코믹월드는 지난 1998년부터 서울과 부산에서 총 연 12회 정도 개최되고 있는 종합 만화문화축제로, 주 행사인 동인지 판매회 이외에도 코스프레 무대 행사, 애니메이션 노래자랑 등을 매회 진행하고 있다.

29일 오후 1시 코믹월드를 주최하고 있는 ㈜에스이테크노는 공식 홈페이지(comicw.co.kr)를 통해 메르스 관계로 오랜 시간동안 심사숙고해 코믹월드 일정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우선 오는 7월 11일과 12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93회 부산 코믹월드('부코')는 8월 8일과 9일로 이동된다. 또한 8월 16일로 예정되었던 추가 행사는 일정 관계로 취소된다.

133회 서울 코믹월드('서코')는 한 주 미루어져 7월 25일과 26일에 학여울 SETEC에서 개최되게 된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코믹월드 참관객들 대부분의 일정이 상당히 차질을 빚게 됐다. 

7월 25일과 26일에는 6개가 넘는 다양한 온리전(특정 캐릭터나 작품에 관련된 동인지나 팬시만을 판매하는 행사)이 준비돼 개최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흑집사 일일카페(코스어들이 하루동안 카페를 빌려 캐릭터 연기를 펼치면서 카페 활동을 진행하는 행사)도 26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8월 8일에도 부산에서 온리전 개최가 예정돼 있다.

일정이 이동되면서 온리전 주최자들은 위약금을 물고 행사 일정을 연기하거나, 코믹월드와 온리전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게임산업에도 영향이 발생했다. 8월 8일로 연기된 부산코믹월드는 ㈜넥슨코리아가 서울 동대문구체육관에서 주최하는 공식 온리전 행사인 제2회 사이퍼즈한데이와 겹쳐, 남부권에서 사이퍼즈한데이에 참석하고자 하는 사이퍼즈 팬들도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지방 동인/코스프레 행사들도 불이 떨어졌다. 7월 26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광주지역 행사인 쥬씨 페스티벌(JUC Festival)은 서코 이동일정과 겹치고, 8월 8일과 9일 대전예술가의집에서 개최되는 대전지역 행사인 디쿠(DICU)는 부코 이동일정과 겹친다.

코믹월드 연기 소식을 들은 상당수의 트위터와 카카오스토리 사용자들은 "코믹월드는 일주일 미뤄 메르스를 피하는게 아니라 동인 행사를 파괴하는 광역 능력을 시전한거였나" "그러니까요ㅠㅠㅠ 코믹월드 넘 생각없는거 같아요. 원래 그랬긴 했지만 이번엔 너무했어" 라며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하지만 다른 사용자들은 "호에 코믹월드 미뤄졌네? (기쁨의 댄스)" "서코 미뤄졌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난다" "서코 미뤄져서 마감이 늘었다 #광명"라며 코믹월드 연기를 환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에스이테크노측은 "이번 코믹월드 행사 연기는 결단코 자의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무엇보다 메르스와 관련해 행사를 그대로 진행할 경우 사회적으로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연기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에스이테크노 관계자는 또한 "코믹월드에 참가하시거나 코믹월드에 관심을 두고 계시는 부모님들이 이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전화로 민원을 제기해 대관일을 부득이하게 변경하게 됐다"면서 일정 변경의 당위성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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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31 20:05

제20회 PFJ 전국대회 참관기 : "무엇으로 살아 나갈꼬?"


이 글에서 '올해'의 기준은 2014년입니다. 이 글은 2015년도에 완성됐습니다만, 해당 행사가 2014년도 행사였고, 글을 쓰기 시작한 날짜도 2014년인 점을 감안해 글 내의 시점을 이렇게 잡게 됐습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니셜을 적극 사용했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올해' 두번째 일본 여행을 다녀오게 됐다. 물론 돈이 많아서 다녀온 건 아니다. 박사님의 권유 때문이었다. 9월부터 제안을 받고 점차적으로 일본에 갈 준비를 해왔었지만, 중간에 PFJ 대회 등록 및 숙소와 관련된 문제 때문에 서로의 마음이 갈리게 되어 가는 것을 거의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과 박사님과 이야기가 잘 돼 나는 제주항공과 제트스타를 사용해 오사카를 경유해 오키나와로 향했다.

2.  PFJ 전국대회는 일본에서 손잡은 IJ와 함께 지적인을 포함한 발달인들이 모이는 2대 행사로 꼽힌다. 다만 손잡은 IJ 전국대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손잡은 IJ 전국대회는 부모들이 발달인들을 함께 데리고 와서 부모들은 부모들 나름대로(부모회), 발달인들은 발달인 나름대로(본인회) 행사를 진행하고, 본인회의 내용의 상당수가 생산적인 내용과 연관이 높다면, PFJ는 부모의 참가는 인정하되 발언권 및 행사 진행은 반드시 발달인 당사자들에게만 한정시킨다는 점이다. 또한 PFJ의 참가자 중에는 해당 발달인들의 친족이 아닌 지원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PFJ는 따라서 행사 지원에 있어서 필요한 자원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발달인들과 지역사회의 후원 덕분에 '올해'도 행사가 다행스럽게 진행되었다. 실제로 안내책자의 약 45%가 후원자들의 광고로만 채워졌을 정도다. 이러한 점은 아직 발달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높아진 시민의식의 발로라는 생각을 해 본다.

3. PFJ 전국대회의 첫날 개회식은 오후 1시였지만,  도착한 11시 30분쯤에 이미 회장에는 사람들이 약 40% 이상 차 있었다. 일단 신청한 점심 도시락과 함께 해당 행사의 참가비용을 내고 나서(총 10500엔이었다. 비싸 ㄷㄷ) 점심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 내용은 천 엔을 낸 것만큼의 가치는 있어 보였다. 그리고 한시간동안 그냥 바깥에 부스도 지켜보면서 기다리기만 했다. 나와 선생님들이 앉은 왼쪽으로는 '대구파' 20여명이 함께 앉아 있었다. 이분들은 아예 일본어 동시 통역이 가능한 분들을 모시고 와서 동시통역기까지 사용해서 실시간 통역과 함께 해당 행사의 발언 내용을 전사할 준비까지 하고 계셨다. 
   1시가 되어 PFJ를 시작할 떄가 되었을 때, 대구쪽에서 나도 한국의 대표로서 앞의 단상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권유가 들어왔다. 일단은 따라가기로 했는데, 나중에 해당 행사에 참여한 다른 현 쪽에서는 한명씩만 피켓을 들고 입장하는 것에 비해, 한국에서만 당사자들이 모두 나서서 입장하는 것에 놀라서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빠지고 나머지 대구쪽 세 명은 모두가 함께 입장해서 들어갔다. '올해'는 그냥 넘어갔다고 하지만, 내년에는 한국 내에서도 대표자를 제대로 정해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리고 전체 행사 참가자수가 발표되었다. 한국에서는 25명, 전체 참가자는 500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당히 적은 편이라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작년' 오사카 PFJ 대회에는 약 1100명이 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줄어든 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실제로 참가 지자체수가 16개 도도부현에 1국이었으니 할 말 다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그래도 큰 행사라고 현의회 회장이 나와서 축사를 하셨다는 점이다. 인사말 하고 두루마리로 된 인사말 읽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한편 당시 오키나와 현지사는 안나오셨는데, 이건 오나가 당시 후보(현 지사)에 나카이로 당시 지사가 선거전으로 후달리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일듯 하다.
   주요 행사 모든 진행중에는 발언 내용이 PPT로 나왔고, 해당 PPT에는 여지없이 후리가나가 달렸다. 지적인의 특성상 이해를 돕기 위한 방책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PPT 한 장 한 장 마다 빠지지 않고 후리가나가 달린 모습을 보니 철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행사를 진행하는 분은 휠체어를 타고 계신 분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정장을 입고 또박또박하게 행사를 진행해 나가는 모습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4. 다음으로 주요 발표가 진행되었다. 일단 치바의 학대사망사건보고, 입소시험 체험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건 사정이 있어 숙소에 다녀와야 해서 못 봤고, 본격적으로 테마 발표내용을 보기 시작한 건 동북대지진 3년간의 생활현황이었다. 후쿠시마 PF 소속인 세 명이 미리 PPT에 있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자신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다소 덤덤히 읽어내려 갔는데, 다행히 이들은 내륙에 살고 있어 큰 피해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입었던 피해를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담담히 서술해갔다. 하지만 3년전 이야기를 지금도 하고 있다는 건 세월호 생존자가 3년전 기억을 떠올리는 발표를 한다는 것과 동일한 정도였을 테니, 그만큼 동북대지진이 일본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아직도 큰 듯 싶었다.
   테마 발표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쉬는 시간이 주어졌고, 쉬는 시간 사이에는 어김없이 부스가 활발하게 활동했다. PF홋카이도 쪽의 북방파오분악단北方派五分楽団은 쉬는시간 내내 다양한 곡들을 연주했다. 각자가 만든 아트워크를 파는 분 그룹도 몇 그룹이나 되었고, '카페 타카오'에서는 계속해서 무료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Cafe Takao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다음으로 발표한 분은 오카지마 미노루岡島実 변호사.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강연한 분이기도 했다. 이분은 오키나와 공생사회조례가 어떤 내용인지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길게 왜 이러한 사회조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오카지마 변호사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장벽이 물리적 장벽, 제도적 장벽, 마음의 장벽으로 나뉜다고 하면서, 물리적 장벽, '보조자 없는 업무가 가능한 사람만 뽑는' 등의 제도적 장벽은 그나마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정신인 대량 입주 절대 반대' 등으로 일반인 사이에서 깊게 구축된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 내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오카지마 변호사는 포함적(Inclusive) 사회를 위해서 장애를 가진 사람 역시 사회의 주역이 될 수 있고, '장애'가 개인의 책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장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모든 사회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질문 답변 시간이 있었는데, 발달인들에게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단시간 내에 진행했던 탓인지,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지원자측의 질문이 주가 되었다. '내년' 주제 발제는 발달인들이 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강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5. 어쨌든 세 개의 행사가 끝나고 교류회를 위해 한 시간 정도 정회. 다시 한번 숙소에 다녀와야 할 필요가 있어서 다녀오니 역시나 이미 교류회가 시작되어 있었다. 일단 6천엔을 내고 들어왔으니 밥부터 먹어야 했다. 역시나 몇개의 적은 메뉴를 반복해서 배치하는 일본식 부페 시스템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음식 질이 높아 만족스러웠고, 각 테이블별로 초밥이 하나 더 배치되어 있었다는 점도 재미있는 점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이번에도 테이블 하나에 모였다.
   건배를 하고 먹기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최측에서 미리 준비한 듯한 공연이 시작됐다. 우선 오키나와 민속 음악 공연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조용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공연이 몇 곡 동안 이어졌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사미센과 다양한 악기가 동원돼 점차 흥을 돋구는 노래와 춤이 이어졌다. PFJ 회원들도 처음에는 조용히 음악을 듣다가 시간이 지나갈 수록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는 등 더 높은 호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분들은 자발적인 앵콜요청을 받고 한 곡 더 부르고 나서야 공연을 마치실 수 있었다.
   다음 공연은 곧바로 북방파오분악단이 맡았다. 처음에는 신경쓰지 않았는데 중간에 일본의 유명 곡 '날개를 주세요翼を下さい'가 울려퍼지기 시작해서 양해를 구하고 공연장으로 가니 이미 공연장에는 악단 소속 사람들 이외에도 합쳐서 약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올라가 있었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인파를 비집고 맨 앞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다음 곡이 PF의 노래였다. 나중에 끝나고 나서 참여했던 뒷풀이에서 '한국 PF의 주제가를 이 곡을 번역해서 해야 하지 않나'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상당히 간단하지만 힘찬 곡이다(하지만 번역해 보니 한국 PF의 곡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까지 변명하지는 말자 / 하고 싶던 말 지금 전하고 싶어
마음으로부터 너와 나를 / 동료와 친구로 부를 수 있니?

PF PF PF PF / 아아 1, 2, 3 다! 시작해 보자
PF PF PF PF / 힘을 모아서 아아 1,2, 3 다! 시작해 보자

빼앗긴 권리 누구의 것일까 / 고르고 정해서 살아 나가자
있는 대로의 용기를 내어서 / 나를 위한 자유를 얻자 (노래 전문, 필자 번역)

   자신의 권리를 다시 찾아나가고 싶다는 그들의 주장은 PF의 노래를 통해 재생산되었다.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한국의 공동체 중에 어떤 사람들이 저렇게 아무나 무대애 난입해서 노래를 부르고 난장판을 펼쳐도 용납해주는 공동체가 있었던가? 저런 주장을 노래로 부르는 공동체가 있던가? 난 나갈 자신도 용기도 없었지만, 다음번에는 함께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PFJ의 노래를 언젠간 원어로 외워야겠지.

   5b. 교류회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세가지 이야기를 더 해야겠다. 하나는 교류회에서 유일하게 밐… 아니 미쿠 코스를 하고 있던 남자분의 이야기다. 이런 동네에서 애니메이션이나 코스프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계셨다는 게 신기했다. 사진을 찍었더니 허락해주시고, 다른 포즈도 요청했더니 받아주시는 등 이미 옷놀이 활동을 한 흔적이 보였다. 2015년도 일본 피플퍼스트대회에 참가하게 되고, 동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번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역시 일본인이 할 일이지 나같은 사람이 할 일은 아닌듯 하다.
   나머지 이야기는 PFJ측 사무국을 맡고 있는 [ 와타나베 ] 선생님을 그 자리에서 마침내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와타나베 선생님은 나라에 소재한 PFJ 사단법인의 운영지원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돌아와서 찾으면서 알고 보니 이미 나라에 있는 한 시설의 시설장도 맡고 계시는 등 오랫동안 지적인들을 위해 일해오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예순 살이 한참 넘으셨는데도 여전히 젊게, 정정히 활동하고 계셨다. 어쨌든 같이 모시고 온 박사님과 선생님을 소개하니 곧바로 영어로 대화의 꽃이 피었다. 소개시켜 드리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투명하다고 다 마실 거리가 아니다. 회장 한 쪽에 투명한 음료잔이 늘어서 있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물인가 하고 들이켰는데 술이어서 곧바로 뱉어내고 행궈내는 일이 있었다.

   6. 교류회가 끝나고 다음 날은 주일. 보통 일본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아침 7시에 기적적으로 감사성찬례를 드린 후(..) 분과회로 향했다. 이번 분과회 세션은 미리 선택한 내용에 따라 해당 분과회의 발표내용을 듣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미리 신청한 PF나라의 '시설을 없애자' 세션으로 갔다. 세션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하지만 진행방식은 매우 간단해서, 이미 내가 들어갔을 때는 준비했던 PPT가 거의 끝나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내용은 무엇인가 했더니 시설 재소자와 관리자를 찾아가서 인터뷰 한 결과 '시설의 필요성이 의심된다'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 쪽에서 애초에 배부한 유인물 수가 적어서 취득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결국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진행된 토론도 발표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지만, 발달인들은 그 지점에서 계속해서 묻고 답을 듣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더 내용을 듣기가 뭐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분과회로 이동했다. 각각의 분과회마다 특색있는 내용을 갖추고 있었고, 각 분과회의 내용도 제각각이었다. '시설을 없애자' 분과가 약간 열려있는 포럼 분위기였다면, 반대편의 '그룹홈'세션은 그룹홈에 들어가면 발생하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네 개의 소그룹으로 나눠 이야기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보드에 기록하고 있었다. 반면 '말과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발달인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실연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2층에서 이루어진 '자신의 역사 기록하기' 분괴회는 체험활동 시간을 진행하고 아예 체험 완수 증명서까지 주기도 했다.
   기본 세션이 주최측이 반드시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소라면, 분과회는 각자의 이야기를 보다 더 조직된 형태로 조직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PF의 진행에 있어서 고려해 볼만하지만, 한국은 주일 문제가 강하니만큼 앞으로 행사를 실제 진행하는데 있어서 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7. 시작이 있었으니 끝이 있어야 할 때다. 마침내 각 분과회를 마치고 사람들은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재미있게도 이번 폐회식에는 오른쪽 스크린에 속기록 형태로 기록을 해주어 이해가 한결 편했다. 우선 대회의 감상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다양한 감상들이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없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부러 적게 배정해서 몇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서는 이번 대회의 슬로건을 제창했다. "자기결정을 지키자!" "학대, 인권침해를 용치 말자!" 등의 슬로건이 제창자에 의해 외쳐질 때마다 사람들은 "지키자! 지키자!" "용서치 말자! 용서치 말자!"로 화답했다.
   다음으로 실행위원장의 기념사, 그리고 '내년도' 행사지 발표가 있었다. 효고현 코베시다. 아무래도 '작년' 오사카 대회에서 사람들이 많이 왔던 것을 감안해서 다시 그쪽 지역 사람들을 많이 끌어오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코베시의 인원들이 행사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큰 난관이겠지만, '내년'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실행위원들의 인사로 PFJ 오키나와대회는 마무리됐다. 끝나고 나서는 PFJ-한국참가단의 간담회가 약 두시간 가량, 모니터에 3층이라고 예고되었던 것과는 달리 2층 로비에서 있었고, 재미있는 대화들이 오고 갔다. 저녁에는 한국참가단측 저녁 식사 및 국제거리 유람(?) - 2차 모임을 마지막으로 필자의 PFJ 오키나와 대회 참가는 마무리됐다.

    8. PFJ 오키나와 대회를 보면서 가졌던 몇가지 생각들을 이제 담아볼까 한다.
   첫째로 대부분의 한국인 자폐범주인에게는 여전히 이 행사가 왜 개최되는지 납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적인의 경우 시설이나 그룹홈, 또는 자립생활센터라는 일종의 근거지를 바탕으로 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IJ가 구성되었고, 따라서 시설 조직을 통한 PF 조직화가 용이했으며, 그 결과 현재와 같은 하위문화가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자폐범주인들은 대부분 시설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비교적 부모에 의존하거나 자립된 생활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에서 애초에 이러한 행동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한국 발달인법 시행으로 자폐성과 지적이 하나로 묶여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향후의 차이에 대한 상호 대화가 지속적으로 기획되고, 그 요인 또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PFJ 대회는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은 바에 대해서 통제하지 않는 모임이었다. 일반 모임에서도 그렇겠다만, 특히 발달인들의 경우 자신들이 지금 당장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게 될 때, 금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행사 진행에 장애가 되지 않을 때, 쉬는 시간에 발달인들이 올라와서 공연을 한다던가 해도 사람들은 그냥 이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가 아니라 '저래도 된다'는 생각이 국내 발달인 판에서 정착될 수 있을까?
    PFJ대회를 통해, 필자는 한국 발달이라는 복잡한 지형의 땅에 뛰어들어야 하는 역할을 맡을 것을 요청받은 느낌이었다. 이 판은 두개의 이질적인 부족 사이가 있고 언어도 달라서 서로 대화를 해본적도 없다. 우리 부족 사람들은 서로 정신없이 바빠서, 몇몇은 포로로 잡혀 대화할 새도 없다. 그런데 다른 부족쪽에서는 시간 내서 저쪽 부족 행사에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어버린 셈이 되었다. 저쪽은 우리가 그 부족행사에 다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복잡하고 머리 아픈 판에서, 무엇으로 살아나갈꼬?


참고문헌

류큐신보(2014), '장애인의 권리 배우는 ~', 2014년 11월 2일. 2015년 1월 31일 확인. http://ryukyushimpo.jp/news/storyid-234013-storytopic-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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