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JLPT에 오랜만에 응시했다. N3을 치고 나서(이 때 쳤던 N3 문제가 곧바로 1차 '예시문제집'으로 나왔으니 정말 오래된 일이다)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긴 하지만 어쨌든 JLPT 1급으로 가는 길을 오랜만에 밟아서 좋았다. 시험장에 있었던 사람들 수가 정원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한일 대립 속에서도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JLPT의 시행 기관이 보안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려고 노력하는 등 구체적인 정보 언급은 '부정 행위'로 한정하고 있어서 (물론 다 풀려나왔지만 말이다) 자세한 문제 내용에 대해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구체적으로 봤던 시험 내용을 평가해 나가면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 시사일본어학원에서 홈페이지에 경향분석을 올려주신 것 ]이 있으니 참조해서 보도록 하자.
언어지식
문제 1의 경우 쉽게 풀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 중 두 문제는 자주 강조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수업을 통해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쉽게 기억해 낼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였다. 사랑해요 케이온
정작 문제는 문제 2였다. 특히 그 중 두 문제가 그동안 배웠던 수업에서도 듣지 못한 단어들이어서 깜짝 놀랐다. 해당 문제들은 다행히 유추를 해서 풀 수 있었고, 나중에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당황스러웠다. 특히 한 문제는 원래 N1급에 해당되었던 단어였다. N3에서도 N2 범위의 질문이 나온다는 평가를 들었었는데, 이제 N2에서도 그동안 공부해 온 사람들에게 기존의 공부범위에 들어가 있지 않은 어려운 문제를 내서 잘 유추해 풀어내는지를 질문하는 것들이 늘어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N2 합격을 넘어서 만점에 가까운 고득점을 받으려면 이제 N1도 조금씩 봐야 할 것 같다(물론 모두 N1로 올라가므로 그런 가능성은 적지만).
문제 3은 2019년 1차부터 [ 5문제에서 3문제로 줄인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지만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2차도 그대로였다. 내년도 일단은 3문제로 갈 것 같다. 내용이 두 문제는 평상시의 것이었지만, 한 문제는 신규 복합어 문제였다. 이 문제가 한자문화권 언어 사용자들에게 유리했던 패턴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새 패턴이 수험생들에게 익숙해지면 원래 패턴보다는 새 패턴 중심으로 회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을 예측해 본다. (물론 문제수 줄이기의 여파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극우세력 까는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코스2ㄴ가요
문제 4랑 문제 5, 문제 6도 꽤나 어려웠다. 이 쪽에서 꽤 몇 문제 틀린 것 같다. 기존의 JLPT 범위에 들어가지 않은 문제도 질문으로 나왔다. 의태어 2중동사 문제는 그동안 배우면서 보지 않았던 것들이라 앞으로 해당 문제의 수준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법
문제 7의 경우 학원 수업을 제대로 받았다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질문들이 상당히 나왔다. 특히 2019-1에는 한 문제도 나오지 않았다고 알려진 경어가 두 문제나 나왔다. 경어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념을 이해해 나가고자 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 같다. 8번 문제도 그럭저럭.
9번 문제는 이른바 '국뽕' 문제로 이노- 타다타가(伊能忠敬)의 연대기를 다뤘다. 기존의 문법들이 독해 전후에서 이야기를 파악해 나가는 방향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런식으로 독해와 문법이 결합된 문제가 점점 등장할 것 같다.
독해
독해는 처음에 수업을 하면서는 쉽게 익숙해 지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도가 높아져 가면서 대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독해 문제들을 풀어 나가면서 일본어를 넘어 모국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점차적으로 요구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번 시험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공부해 온 것에 비해 '국뽕' 주제나 '시사' 를 포함한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아마 아베의 오판으로 일본국이 저지른 이 시국씨 영향을 의식해서였던 것 같다. 다만 종합적으로 전체를 훑어보는 질문보다는 문단 하나당 질문 하나를 배치하는 패턴이 좀 더 많았다. 정보찾기 문제도 큰 문제가 없었고.
여기까지 포함한 1교시는 총 72문제였고, 기존에 비해서 3문제가 줄었다. 일단 강사 선생님들과 자세히 이야기해 본 것은 아니지만, 주최 측에서 언어시험 쪽에서 아마도 질문 수가 많아서 응시자들이 105분 만에 다 풀 수 없다고 생각해서 질문을 줄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이 앞으로의 기조인지에 대해서는 2020년 1차때 쯤 되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청해
고사장의 상태에 따라 청해에 대해서는 항상 논란이 있는데, 우리 고사장은 청해 볼륨이 충분하지는 않았으나 들리기는 하는 정도까지는 왔고, 피해를 주지 않는 지점까지는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불충분한 점이 불만스러웠다. 그런 의미에서 청해볼륨은 항상 충분하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해 문제의 경우 인터넷에 올라온 평가는 초반부 내용이 어려웠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1번부터 3번까지는 의외로 쉽게 풀었다. 1번 문제의 경우 그림 문제가 한 문제 생기고, 해당 그림 문제의 대화가 길어진 대신 한 문제가 줄었다. 2번 문제는 미리 읽어두는 것으로 큰 문제가 없었다. 3번 문제의 경우 1인의 대화를 이해하는 질문들을 늘어놓는 것으로 패턴이 정착된 것 같다. 그리고 국뽕 함량의 부재를 만회시키려는지, 코미케 소제로 한 문제가 출제되었다. N1에서도 5번 문제에 덕질 문제가 들어왔고 이전 N1 청해에서도 에바가 청해 지문으로 선택되었던 전례가 있던 만큼 일본어 학습자의 공통 소재로서 만가-아니메 배경 청해 문제 출제는 많지는 않더라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당황스러웠던 것은 그 다음부터였다. 4번 문제가 기존에는 12문제 패턴이었던 것이 한 문제가 줄어서 11문이 되었는데, 원래 가지고 있는 특성 상 약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뒤쪽에 가면서는 질문 문장들도 길어져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식으로 단문 반응 속도를 체크하는 것이 역시나 우연인지는 내년쯤 가야 알 수 있다는 것이 생각이다.
5번 문제의 경우 많은 응시자들이 당황한 것이 역력했다. 특히 5-1번은 기존의 출제 유형을 벗어나 내용이 더 길어져서 응시자들이 매우 당황한 것으로 보여진다. 언제나의 난제 5-3번도 뒤쪽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아 당황스러웠고 실제로 틀렸다. 앞으로는 JLPT 전반적으로 청해 5번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 같다.
나가며
이번 시험을 보며 일본어능력시험 자체가 주변에 변화를 알려나가는 중이라고 생각을 했다다. 총 문제수를 합쳐서 다섯 문항 줄이면서도 난이도는 강화시켜 나간 것이 착시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변화일 것이라고 보이는데,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아직까지 교육계에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 일본어 교육계 전반에 분발이 촉구되는 지점이라 할 것이다.
끝으로 공부의 경우에는 4개월 동안 집에서 가장 가까운 민병철어학원에서 다락원 〈N2 한권으로 끝내기〉 강의를 들어가면서 공부했고, 이 방법이 N3과 N2 사이에 있었던 나를 N2 시험을 보기에 적당한 상태까지 끌어올려주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4개월 동안 좋은 배움의 길을 열어주신 장승환 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막바지에는 그와 무관하게 시사북스에서 낸 모의고사집을 풀었으나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이 책은 2012년부터 업데이트 없이 재판만 이어지고 있으니 준비자들은 구매하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시험 사흘 전에 [ 일단기 ]에서 모의고사 4회분을 구매해 1교시 중심으로 모의고사들을 풀어 나갔다. 모의고사에 대한 강의들도 도움이 되었지만 해당 모의고사 상품을 안지 얼마 안 되어, 빠르게 독해나 어휘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경험을 쌓는 것에 멈췄다. 좀 더 상품을 일찍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JLPT N2라는 어려운 허들을 뛰어 넘었다. 앞으로 2020-1 시험 응시 여부는 모르겠으나 N1 공부는 이어 나가려고 생각한다. N2에서 배운 것들이 N1에서도 그대로 사용되니 앞으로 N1로 가려는 학습자들은 반드시 N2 공부를 마무리짓고 N1 공부에 착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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