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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스토리보다 스토리텔링이 먼저? NO!

일단 이 기사부터 보고 시작하자.

 “스토리 보다 스토리텔링!” - CTNews ( http://ctnews.kocca.or.kr )

 매주 문콘진흥원의 CTnews를 보면서 이렇게 황당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말이 아직 대한민국의 문화콘텐츠의 전부를 대변하는 말이 아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분명한건, 그만큼 대한민국 정부가 문화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뭔가 삐뚤어져 있다는 거다. 젠장.

 일본에서는 알다시피 1년에 수백개의 애니메이션과 드라마가 쏟아져 나온다.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좋은 시청률을 얻어보고자 분투하고 있고, 그거 그리느라 돈도 예산도 딥다 줄여가면서 애니메이션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러한 작업들이 스토리없이 스토리텔링의 기법으로만 나온다고? 정말 웃기는 소리다. 한국 드라마라면 그럴 수는 있어도, 곧장 다른 장르 넘어가면 그런 소리는 전혀 못할꺼다.

 최소한 일본의 그 수백개의 영상콘텐츠는 (에바같은 예를 제외한다면) 거의 모두가 창작이 아니다. 그것은 애니메이션의 콘텐츠가 스토리텔링적인 요소를 가지기 때문이 아니라, 먼저 스토리의 검증이 이루어진 스토리를 스토리텔링화 시켜서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일본의 OSMU(One Source, Multi Use : 하나의 스토리를 여러가지의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콘텐츠 시스템)는 이미 구조화되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많은 콘텐츠 제작자가 알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이러한 정책은 일본의 콘텐츠가 세계까지 이르러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당장 [ 니코니코동화 ]에 많은 한국인이 가입해 있다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이러한 것은 일본이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육성정책을 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우리나라는? 전혀 정반대다. 반드시 창작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에서 이미 생산되어 있는 판타지 소설이나 기존 소설 등의 콘텐츠는 등안시하면서, 청소년들이나 성인의 애니메이션 수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아니, 우리나라 코믹월드 가보면 짐작도 못하냐? 만화랑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유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만 계속 유도하고 찍어내는 한국 문화진흥원의 정책이나 (DICON 2006, 2007 모두 가봤는데 제작부분에서 오시는 분들은 모두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제작사 분들 밖에 없었다, 제작트랙 강의내용도 노골적으로 그 부분이었다.) 회사들, 그리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스토리들은 무시하고 괜히 일본 소설에서 가져와서 드라마를 만드는 근시안의 영상 콘텐츠 제작자들.

 그럴 시간 있으면 제발 스토리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달라. 일본도 저렇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만화 제작자들과 지망생이 만화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구상하고, 라이트노벨도 신인상 제도로 철저히 스토리를 걸러내는 과정을 통해 나은 스토리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저런 식으로 스토리보다 스토리텔링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하고, 스토리 제작 부분은 등안시 하면서 소설 쓰는 사람들은 그냥 문화예술 지원으로만 그치는 부분이다. 문화예술이 실제로 문화콘텐츠화 되는걸 왜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는지...

 며칠전에 이시다 이라의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IWGP) 를 읽었다. 내용들에 맨날 음란한 것들이 나오는 일본의 소설은 보기 싫지만, 이 소설은 1996년 나온 이후에.. 그 후에 보고 놀랐던 것은 2000년에 테레비도쿄에 의해서 11부작 드라마가 되었고, 나중에는 만화가 나왔다. 이게 한국 소설계에 이루어질 수 있을까? 소설가의 생각이 잘 다듬어져서 문화콘텐츠가 되는걸 보긴 아직 어렵다. 국산 라이트 노벨이나 판타지는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하긴야 그런 내용들 보고 나서는 '저게 스토리냐'?라고 말하겠지.. 제작자들은.. 근데 스토리를 키우지 않으니까 결국은 이러한 상황이 생긴게 아니냔 말이다.

 한국 문화콘텐츠여, 제발 스토리텔링에 삽질할 시간에 이젠 스토리에 삽질좀 해줘라. 그래야 우리나라 문화콘텐츠가 살아날텐데... 왜 이런 간단한 사실을 문콘진흥원은 신경조차 안 쓰려고 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