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1 23:51

관서지방 여행을 위한 충실한 읽을거리, <리얼 오사카 교토 ( 쿄토 )>



1. 여행 안내서 시장은 포화상태다. 이미 엔조이나 Just Go, 심지어 같은 다양한 안내서들이 시장에 깔려 있다. 더군다나 여행 정보를 여행 안내서보다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 여행안내서는 나와 같은 중급 이상, 목적지향적 일본 여행자들은 어느 정도 일본어를 알고 있으니,  차라리 인터넷 자료를 찾는게 나을 지경이다.


2. 그런데 기대를 깨고 오랜만에 일본 여행을 제대로 다룬 여행서가 등장했다. 바로 <리얼 오사카 교토>다. 한빛출판네트워크가 고민 끝에 내놓은 이 책, 의외로 볼만하다.


  우선 페이지 수가 732페이지에 달한다. 책이 너무 두꺼워서 2쇄부터는 분책을 했을 정도로 많은 정보다. 그런데 18,000원밖에 안 한다! 가성비가 최고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 정도면 국내에서 지금까지 나온 여행서 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담고 있다. 보통 국내 여행 안내서는 300~400페이지, 많더라도 500페이지를 넘지 않고 있다. 짧은 페이지 안에서 일본 출국부터 입국까지를 다뤄야 하니 일반인들이 다니기에 중요한 내용만 담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리얼 오사카 쿄토>는 다르다. 키노사키 온천이나 아마노하시다테, 심지어 번외편으로 와카야마까지 내용을 다 담아낼수 있을 정도다.

   내용 또한 일본 여행경험이 다수 있는 본인으로서도 내용이 잘 만들어졌다고 보일 정도로 검수가 잘 되어 있고, 중요 내용만을 보고 싶은 사람부터 시작해서 자세한 정보를 찾고 싶은 사람들까지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좀 세부로 들어가면 더 제대로 다루어졌으면 하는 부분도 보이기도 한다(토롯코 사가역이 없다던가 쿄토철도박물관이 없다던가 애니메이트/멜론북스/나침반이 같이 들어가 있는 건물을 애니메이트만 적어뒀다던가, 라운드원이 없다던가 등등). 하지만 여행서적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곳에서, 굳이 경쟁 서적이 가장 많은 관서지방을 이렇게까지 다룰 정도로 자세하게 초중급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적어두었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보통의 여행서보다도 두 배 두꺼운 내용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은 것이 한국 출판계의 재앙인 표준표기를 일부나마 벗어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가에서 정한 외래어표기법은 특히 일본어 표기에 있어서 최악인데, 칸사이(관서)가 간사이로 표기되고, 큐-슈-가 규슈로 잘못 표기된 것을 보고 있자면 (생각해보니 외래어 표기법을 제대로 따르자면 구수가 정확하지 않나?) 정말 마음이 답답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번에 <리얼 오사카 쿄토>는 텐노지나 카츠동, 심지어 항상 논란이 되는 금각사(킨가쿠지)나 은각사(긴가쿠지) 등의 표기까지 표준어 표기가 아닌 통용표기를 채택했다. 물론 간사이, 교토, 고베(모두 어두가 ㅋ인 것이 옳다)같이 줄곧 사용되던 표기까지 바꾸지 못한 점은 아쉽기는 하지만, 이들 표기는 현재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내용이니 만큼, 제대로 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3-4일 정도 단기 일정을 다녀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to-do list와 일정표를 여행서 표지에 올려 놨다. 이 또한 다른 여행사에서 다루지 않고 있는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행책의 내용은 의외로 3단계로 나뉘는 만큼, 책을 두 권이 아니라 세 권으로 분권하거나, 1부와 3부를 1권, 나머지 세부 내용을 2권으로 나눠 분권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리얼 오사카 토쿄>는 사실 한빛라이프가 새롭게 보여줄 시도의 1탄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리얼 상하이> 등의 후속작들이 차례차례 준비되고 있다. 일반적인 오사카 관광을 주로 다루고 있는 있는 책이라는 점이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가성비 최고, 그리고 깊게 살펴보기 위한 책이라는 점에는 손색이 없다. 현재 후속작들은 일본 이외의 지역들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리얼 토쿄> <리얼 홋카이도> <리얼 큐슈>등의 후속작등도 나와서 일본 여행 전체를 개괄할 수 있는 여행서 시리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얼 오사카 교토 PLUS 고베 나라 (분리형 가이드북) - 10점
황성민.정현미 지음/한빛라이프

(이 글은 한빛출판네트워크 한빛리더스…가 아닌 한빛라이프 '나는 리뷰어다!' 2017년 3-4월 이벤트의 협력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리뷰 작성과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한빛리더스 오프모임을 열어주신 한빛미디어 송관 차장님 이하 한빛라이프의 직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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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5 17:33

'팬덤문화'


홍종윤(2014), 팬덤문화,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커뮤니케이션북스.


1.  간단한 책일줄로 생각했다가 깊이가 느껴져서 놀랐다. 

2.  한국식 팬덤 연구는 생각해 보면 서구쪽에서의 이론화와 일본쪽에서의 이론화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때는 대중문화쪽 팬덤 연구가 대세고, 따라서 서구 이론화 쪽의 이론이 보다 더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책에서도 서구쪽 이론이나 대중문화 팬덤이라는 현실이 채택되어서 우리쪽에 더 어울리는 '야오이'나 수공, 동인지 대신 '슬래시 픽션'(:14)이라는 애매한 이름이 쓰이고 있고, 코스프레도 팬덤에 전적으로 기반한 문화라고 절하되어 평가되고 있다(:32). UCC나 2차창작도 애매한 명칭인 '밈 비디오'로 불리고 있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의 한계는 분명하다. 팬덤의 집단지성 항목 개념도 일본문화 팬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뿐이고 말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지나갈 수 없었던 이유는 문화연구이론에서 가끔씩 이름만 듣던 피스크가 의외로 중요한 이론가였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피스크에 따르면 팬 문화가 지닌 생산성은 기호[학]적 생산성(Semiotic productivity), 언술적 생산성(enunciative  productivity), 텍스쳐적 생산성(textual productivity)로 대표되는데(:2-3), 첫번째 지적은 그동안 기호학적 차원에서 ***과 기호작용을 강조했던 내 개념과 흡사하다. 그런 의미에서 피스크(1996), 팬덤의 문화경제학, 한나래 그런 의미에서 원전이던 텍스트던 읽어보기로 했다. 아울러 검색하다 나온 제레미 홀든(2013), 팬덤의 경제학(Second that emotion), 책읽는수요일 도 나중에 찾아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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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31 20:05

제20회 PFJ 전국대회 참관기 : "무엇으로 살아 나갈꼬?"


이 글에서 '올해'의 기준은 2014년입니다. 이 글은 2015년도에 완성됐습니다만, 해당 행사가 2014년도 행사였고, 글을 쓰기 시작한 날짜도 2014년인 점을 감안해 글 내의 시점을 이렇게 잡게 됐습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니셜을 적극 사용했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올해' 두번째 일본 여행을 다녀오게 됐다. 물론 돈이 많아서 다녀온 건 아니다. 박사님의 권유 때문이었다. 9월부터 제안을 받고 점차적으로 일본에 갈 준비를 해왔었지만, 중간에 PFJ 대회 등록 및 숙소와 관련된 문제 때문에 서로의 마음이 갈리게 되어 가는 것을 거의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과 박사님과 이야기가 잘 돼 나는 제주항공과 제트스타를 사용해 오사카를 경유해 오키나와로 향했다.

2.  PFJ 전국대회는 일본에서 손잡은 IJ와 함께 지적인을 포함한 발달인들이 모이는 2대 행사로 꼽힌다. 다만 손잡은 IJ 전국대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손잡은 IJ 전국대회는 부모들이 발달인들을 함께 데리고 와서 부모들은 부모들 나름대로(부모회), 발달인들은 발달인 나름대로(본인회) 행사를 진행하고, 본인회의 내용의 상당수가 생산적인 내용과 연관이 높다면, PFJ는 부모의 참가는 인정하되 발언권 및 행사 진행은 반드시 발달인 당사자들에게만 한정시킨다는 점이다. 또한 PFJ의 참가자 중에는 해당 발달인들의 친족이 아닌 지원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PFJ는 따라서 행사 지원에 있어서 필요한 자원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발달인들과 지역사회의 후원 덕분에 '올해'도 행사가 다행스럽게 진행되었다. 실제로 안내책자의 약 45%가 후원자들의 광고로만 채워졌을 정도다. 이러한 점은 아직 발달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높아진 시민의식의 발로라는 생각을 해 본다.

3. PFJ 전국대회의 첫날 개회식은 오후 1시였지만,  도착한 11시 30분쯤에 이미 회장에는 사람들이 약 40% 이상 차 있었다. 일단 신청한 점심 도시락과 함께 해당 행사의 참가비용을 내고 나서(총 10500엔이었다. 비싸 ㄷㄷ) 점심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 내용은 천 엔을 낸 것만큼의 가치는 있어 보였다. 그리고 한시간동안 그냥 바깥에 부스도 지켜보면서 기다리기만 했다. 나와 선생님들이 앉은 왼쪽으로는 '대구파' 20여명이 함께 앉아 있었다. 이분들은 아예 일본어 동시 통역이 가능한 분들을 모시고 와서 동시통역기까지 사용해서 실시간 통역과 함께 해당 행사의 발언 내용을 전사할 준비까지 하고 계셨다. 
   1시가 되어 PFJ를 시작할 떄가 되었을 때, 대구쪽에서 나도 한국의 대표로서 앞의 단상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권유가 들어왔다. 일단은 따라가기로 했는데, 나중에 해당 행사에 참여한 다른 현 쪽에서는 한명씩만 피켓을 들고 입장하는 것에 비해, 한국에서만 당사자들이 모두 나서서 입장하는 것에 놀라서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빠지고 나머지 대구쪽 세 명은 모두가 함께 입장해서 들어갔다. '올해'는 그냥 넘어갔다고 하지만, 내년에는 한국 내에서도 대표자를 제대로 정해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리고 전체 행사 참가자수가 발표되었다. 한국에서는 25명, 전체 참가자는 500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당히 적은 편이라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작년' 오사카 PFJ 대회에는 약 1100명이 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줄어든 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실제로 참가 지자체수가 16개 도도부현에 1국이었으니 할 말 다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그래도 큰 행사라고 현의회 회장이 나와서 축사를 하셨다는 점이다. 인사말 하고 두루마리로 된 인사말 읽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한편 당시 오키나와 현지사는 안나오셨는데, 이건 오나가 당시 후보(현 지사)에 나카이로 당시 지사가 선거전으로 후달리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일듯 하다.
   주요 행사 모든 진행중에는 발언 내용이 PPT로 나왔고, 해당 PPT에는 여지없이 후리가나가 달렸다. 지적인의 특성상 이해를 돕기 위한 방책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PPT 한 장 한 장 마다 빠지지 않고 후리가나가 달린 모습을 보니 철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행사를 진행하는 분은 휠체어를 타고 계신 분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정장을 입고 또박또박하게 행사를 진행해 나가는 모습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4. 다음으로 주요 발표가 진행되었다. 일단 치바의 학대사망사건보고, 입소시험 체험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건 사정이 있어 숙소에 다녀와야 해서 못 봤고, 본격적으로 테마 발표내용을 보기 시작한 건 동북대지진 3년간의 생활현황이었다. 후쿠시마 PF 소속인 세 명이 미리 PPT에 있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자신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다소 덤덤히 읽어내려 갔는데, 다행히 이들은 내륙에 살고 있어 큰 피해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입었던 피해를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담담히 서술해갔다. 하지만 3년전 이야기를 지금도 하고 있다는 건 세월호 생존자가 3년전 기억을 떠올리는 발표를 한다는 것과 동일한 정도였을 테니, 그만큼 동북대지진이 일본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아직도 큰 듯 싶었다.
   테마 발표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쉬는 시간이 주어졌고, 쉬는 시간 사이에는 어김없이 부스가 활발하게 활동했다. PF홋카이도 쪽의 북방파오분악단北方派五分楽団은 쉬는시간 내내 다양한 곡들을 연주했다. 각자가 만든 아트워크를 파는 분 그룹도 몇 그룹이나 되었고, '카페 타카오'에서는 계속해서 무료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Cafe Takao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다음으로 발표한 분은 오카지마 미노루岡島実 변호사.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강연한 분이기도 했다. 이분은 오키나와 공생사회조례가 어떤 내용인지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길게 왜 이러한 사회조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오카지마 변호사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장벽이 물리적 장벽, 제도적 장벽, 마음의 장벽으로 나뉜다고 하면서, 물리적 장벽, '보조자 없는 업무가 가능한 사람만 뽑는' 등의 제도적 장벽은 그나마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정신인 대량 입주 절대 반대' 등으로 일반인 사이에서 깊게 구축된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 내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오카지마 변호사는 포함적(Inclusive) 사회를 위해서 장애를 가진 사람 역시 사회의 주역이 될 수 있고, '장애'가 개인의 책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장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모든 사회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질문 답변 시간이 있었는데, 발달인들에게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단시간 내에 진행했던 탓인지,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지원자측의 질문이 주가 되었다. '내년' 주제 발제는 발달인들이 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강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5. 어쨌든 세 개의 행사가 끝나고 교류회를 위해 한 시간 정도 정회. 다시 한번 숙소에 다녀와야 할 필요가 있어서 다녀오니 역시나 이미 교류회가 시작되어 있었다. 일단 6천엔을 내고 들어왔으니 밥부터 먹어야 했다. 역시나 몇개의 적은 메뉴를 반복해서 배치하는 일본식 부페 시스템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음식 질이 높아 만족스러웠고, 각 테이블별로 초밥이 하나 더 배치되어 있었다는 점도 재미있는 점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이번에도 테이블 하나에 모였다.
   건배를 하고 먹기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최측에서 미리 준비한 듯한 공연이 시작됐다. 우선 오키나와 민속 음악 공연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조용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공연이 몇 곡 동안 이어졌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사미센과 다양한 악기가 동원돼 점차 흥을 돋구는 노래와 춤이 이어졌다. PFJ 회원들도 처음에는 조용히 음악을 듣다가 시간이 지나갈 수록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는 등 더 높은 호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분들은 자발적인 앵콜요청을 받고 한 곡 더 부르고 나서야 공연을 마치실 수 있었다.
   다음 공연은 곧바로 북방파오분악단이 맡았다. 처음에는 신경쓰지 않았는데 중간에 일본의 유명 곡 '날개를 주세요翼を下さい'가 울려퍼지기 시작해서 양해를 구하고 공연장으로 가니 이미 공연장에는 악단 소속 사람들 이외에도 합쳐서 약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올라가 있었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인파를 비집고 맨 앞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다음 곡이 PF의 노래였다. 나중에 끝나고 나서 참여했던 뒷풀이에서 '한국 PF의 주제가를 이 곡을 번역해서 해야 하지 않나'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상당히 간단하지만 힘찬 곡이다(하지만 번역해 보니 한국 PF의 곡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까지 변명하지는 말자 / 하고 싶던 말 지금 전하고 싶어
마음으로부터 너와 나를 / 동료와 친구로 부를 수 있니?

PF PF PF PF / 아아 1, 2, 3 다! 시작해 보자
PF PF PF PF / 힘을 모아서 아아 1,2, 3 다! 시작해 보자

빼앗긴 권리 누구의 것일까 / 고르고 정해서 살아 나가자
있는 대로의 용기를 내어서 / 나를 위한 자유를 얻자 (노래 전문, 필자 번역)

   자신의 권리를 다시 찾아나가고 싶다는 그들의 주장은 PF의 노래를 통해 재생산되었다.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한국의 공동체 중에 어떤 사람들이 저렇게 아무나 무대애 난입해서 노래를 부르고 난장판을 펼쳐도 용납해주는 공동체가 있었던가? 저런 주장을 노래로 부르는 공동체가 있던가? 난 나갈 자신도 용기도 없었지만, 다음번에는 함께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PFJ의 노래를 언젠간 원어로 외워야겠지.

   5b. 교류회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세가지 이야기를 더 해야겠다. 하나는 교류회에서 유일하게 밐… 아니 미쿠 코스를 하고 있던 남자분의 이야기다. 이런 동네에서 애니메이션이나 코스프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계셨다는 게 신기했다. 사진을 찍었더니 허락해주시고, 다른 포즈도 요청했더니 받아주시는 등 이미 옷놀이 활동을 한 흔적이 보였다. 2015년도 일본 피플퍼스트대회에 참가하게 되고, 동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번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역시 일본인이 할 일이지 나같은 사람이 할 일은 아닌듯 하다.
   나머지 이야기는 PFJ측 사무국을 맡고 있는 [ 와타나베 ] 선생님을 그 자리에서 마침내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와타나베 선생님은 나라에 소재한 PFJ 사단법인의 운영지원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돌아와서 찾으면서 알고 보니 이미 나라에 있는 한 시설의 시설장도 맡고 계시는 등 오랫동안 지적인들을 위해 일해오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예순 살이 한참 넘으셨는데도 여전히 젊게, 정정히 활동하고 계셨다. 어쨌든 같이 모시고 온 박사님과 선생님을 소개하니 곧바로 영어로 대화의 꽃이 피었다. 소개시켜 드리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투명하다고 다 마실 거리가 아니다. 회장 한 쪽에 투명한 음료잔이 늘어서 있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물인가 하고 들이켰는데 술이어서 곧바로 뱉어내고 행궈내는 일이 있었다.

   6. 교류회가 끝나고 다음 날은 주일. 보통 일본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아침 7시에 기적적으로 감사성찬례를 드린 후(..) 분과회로 향했다. 이번 분과회 세션은 미리 선택한 내용에 따라 해당 분과회의 발표내용을 듣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미리 신청한 PF나라의 '시설을 없애자' 세션으로 갔다. 세션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하지만 진행방식은 매우 간단해서, 이미 내가 들어갔을 때는 준비했던 PPT가 거의 끝나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내용은 무엇인가 했더니 시설 재소자와 관리자를 찾아가서 인터뷰 한 결과 '시설의 필요성이 의심된다'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 쪽에서 애초에 배부한 유인물 수가 적어서 취득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결국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진행된 토론도 발표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지만, 발달인들은 그 지점에서 계속해서 묻고 답을 듣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더 내용을 듣기가 뭐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분과회로 이동했다. 각각의 분과회마다 특색있는 내용을 갖추고 있었고, 각 분과회의 내용도 제각각이었다. '시설을 없애자' 분과가 약간 열려있는 포럼 분위기였다면, 반대편의 '그룹홈'세션은 그룹홈에 들어가면 발생하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네 개의 소그룹으로 나눠 이야기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보드에 기록하고 있었다. 반면 '말과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발달인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실연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2층에서 이루어진 '자신의 역사 기록하기' 분괴회는 체험활동 시간을 진행하고 아예 체험 완수 증명서까지 주기도 했다.
   기본 세션이 주최측이 반드시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소라면, 분과회는 각자의 이야기를 보다 더 조직된 형태로 조직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PF의 진행에 있어서 고려해 볼만하지만, 한국은 주일 문제가 강하니만큼 앞으로 행사를 실제 진행하는데 있어서 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7. 시작이 있었으니 끝이 있어야 할 때다. 마침내 각 분과회를 마치고 사람들은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재미있게도 이번 폐회식에는 오른쪽 스크린에 속기록 형태로 기록을 해주어 이해가 한결 편했다. 우선 대회의 감상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다양한 감상들이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없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부러 적게 배정해서 몇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서는 이번 대회의 슬로건을 제창했다. "자기결정을 지키자!" "학대, 인권침해를 용치 말자!" 등의 슬로건이 제창자에 의해 외쳐질 때마다 사람들은 "지키자! 지키자!" "용서치 말자! 용서치 말자!"로 화답했다.
   다음으로 실행위원장의 기념사, 그리고 '내년도' 행사지 발표가 있었다. 효고현 코베시다. 아무래도 '작년' 오사카 대회에서 사람들이 많이 왔던 것을 감안해서 다시 그쪽 지역 사람들을 많이 끌어오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코베시의 인원들이 행사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큰 난관이겠지만, '내년'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실행위원들의 인사로 PFJ 오키나와대회는 마무리됐다. 끝나고 나서는 PFJ-한국참가단의 간담회가 약 두시간 가량, 모니터에 3층이라고 예고되었던 것과는 달리 2층 로비에서 있었고, 재미있는 대화들이 오고 갔다. 저녁에는 한국참가단측 저녁 식사 및 국제거리 유람(?) - 2차 모임을 마지막으로 필자의 PFJ 오키나와 대회 참가는 마무리됐다.

    8. PFJ 오키나와 대회를 보면서 가졌던 몇가지 생각들을 이제 담아볼까 한다.
   첫째로 대부분의 한국인 자폐범주인에게는 여전히 이 행사가 왜 개최되는지 납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적인의 경우 시설이나 그룹홈, 또는 자립생활센터라는 일종의 근거지를 바탕으로 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IJ가 구성되었고, 따라서 시설 조직을 통한 PF 조직화가 용이했으며, 그 결과 현재와 같은 하위문화가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자폐범주인들은 대부분 시설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비교적 부모에 의존하거나 자립된 생활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에서 애초에 이러한 행동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한국 발달인법 시행으로 자폐성과 지적이 하나로 묶여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향후의 차이에 대한 상호 대화가 지속적으로 기획되고, 그 요인 또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PFJ 대회는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은 바에 대해서 통제하지 않는 모임이었다. 일반 모임에서도 그렇겠다만, 특히 발달인들의 경우 자신들이 지금 당장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게 될 때, 금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행사 진행에 장애가 되지 않을 때, 쉬는 시간에 발달인들이 올라와서 공연을 한다던가 해도 사람들은 그냥 이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가 아니라 '저래도 된다'는 생각이 국내 발달인 판에서 정착될 수 있을까?
    PFJ대회를 통해, 필자는 한국 발달이라는 복잡한 지형의 땅에 뛰어들어야 하는 역할을 맡을 것을 요청받은 느낌이었다. 이 판은 두개의 이질적인 부족 사이가 있고 언어도 달라서 서로 대화를 해본적도 없다. 우리 부족 사람들은 서로 정신없이 바빠서, 몇몇은 포로로 잡혀 대화할 새도 없다. 그런데 다른 부족쪽에서는 시간 내서 저쪽 부족 행사에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어버린 셈이 되었다. 저쪽은 우리가 그 부족행사에 다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복잡하고 머리 아픈 판에서, 무엇으로 살아나갈꼬?


참고문헌

류큐신보(2014), '장애인의 권리 배우는 ~', 2014년 11월 2일. 2015년 1월 31일 확인. http://ryukyushimpo.jp/news/storyid-234013-storytopic-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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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9 23:28

이 정도로 자세히 쓰셔도 돼요? <소이캔들 만들기>(한빛)에 놀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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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의 비환경친화적인 도시 문화와 주거 환경 발달로 … 등의 상투적이 되어버린 추상적 말들을 굳이 내뱉지 않더라도, 아날로그 감성의 중요함을 굳이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초라는 존재는 이제 전기라는 이기가 없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주요 도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초도 산업화 시대의 영향으로 공장생산시대가 되어, 간편하게 초를 구매해서 사용하거나 놓아두기 십상이다. 하지만 전기도 없는 자급자족적 생활에 직면하게 될 때, 초를 혼자서 만들 수 있다면 그러한 어려움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니 당장 전기도 없는 해외 오지에 간다면 초가 필요할 꺼고, 그렇게 된다면 초를 사는 것보다는 만들어 두는 것이 더 좋다. 또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초의 필요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초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그러한 필요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음을 잊고 있을 뿐이다(물론 여기서 얼마든지 위기 대비 이론을 말할 수 있겠으나 관련이 없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하지만 왠지 초를 만드는 일이 어려운 일일 것만 같다면 잠깐 멈춰서서 <소이 캔들 만들기>(한빛라이프)를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도 저런 책이 있다는 사실만 듣고 그냥 가볍게 읽어볼만한 책일 것 같아서 읽어보았을 뿐인데, 책의 앞부분부터 읽어나가면서 점점 더 책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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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인 소이 캔들Soy candle이라는 말만 보다보면 '간장으로 만드는 초인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Soy라는 말의 의미에는 콩도 들어가 있다(즉 콩초라고 번역하면 더 적절할 것 같다). 즉 현재 초를 만들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석유에서 나온 파라핀 양초와는 달리, 콩기름으로 초의 재료가 되는 왁스를 만들어서 여기에 향과 색을 첨가해서 초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이캔들의 경우 일반적 장소에서 쉽게 사거나 구매하는 초보다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보다 더 좋은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초의 심지를 나무로도 해서 사용할 수도 있어 일반 초에서는 볼 수 없는 향취 또한 느낄 수 있다.

    이런 '소이 캔들을 만든다고? 어렵지 않을까?'라고 쉽게 생각해 버리기 쉬운 우리들에게 이 책은 소이캔들을 만드는 방법이 어렵지 않음을 알려준다. 이렇게 하면 만들 수 있다고 자세하게 만드는 방법의 노하우, 게다가 만든 소이 캔들을 전달하는 방법까지 매우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내용을 잘 보고 있자면 남성답지 않게 '우아! 꼭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특히 만들기 쉬운 컨테이너 캔들(담긴초)보다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한 기둥초(필러 캔들)을 제작하기 위한 실리콘 제작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주고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높은 관심이 끌리는듯한 느낌이었다. 

   더 놀랐던 점은 소이캔들을 많은 정보를 쉽게, 그리고 자세하게 전해주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보통 책으로 전달되는 지식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가 확실히 나뉘는데, 이 책은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가 쉽게 머리에 들어오는 편이었다. 더군다나 놀랐던 것은,어느 정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던가, 자신이 시도했던 경험, 실수했던 경험까지 전부 솔직하게 나누어 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실용서라면 초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칠 터인데, 초가 잘못 나왔을 때에는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또한 어떻게 유지보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팁을 주어 좋은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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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삶에서 나오는 경험을 자세히 나누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작가의 오랜 경험이 한 몫한 것 같다. [ 작가의 블로그 ] 를 방문해보니 꽤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콩초를 만들어서 제작해 왔고, 뛰어난 창의력을 가지고 다양한 콩초를 만들어 오신 것 같다. 또한 책을 위해서 일반 초 제작과 판매를 모두 제껴두시고 상당 기간을 책을 쓰는 데에 전념하셨다고 하니, 콩초를 소개하시기 위해 준비하신 노력이 얼마나 되는지 실감이 된다.

   다만 책의 내용을 보고 있자니 아쉬운 점이 있다. 맨 앞에 준비물들을 소개하는 장에 기둥초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소개해 주셨는데, 이 부분만은 뒤로 넘겨서 기둥초 파트에서 서술하는 것이 책의 흐름을 위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책의 장절 구성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데, 이 부분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안타까움이 있었다. 또한 고유 한국어 단어들을 쓸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이나 DIY 문화의 특성상 영어 단어를 선호하는 탓에 외래어가 남발되는 부분이 (드로잉이라던가 필라캔들, 컨테이너 캔들이라던가) 있어서 약간 안타까움이 있었다.

   어쩄든, 이 책은 소이왁스라는 것에 대해서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쉽지만 깊은 책이다.

| 이 리뷰는 한빛리더스 7기 활동의 일부로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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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1 21:37

무엇인가 새롭게 만들고 싶다면, <움직이는 사물의 비밀>(한빛미디어)



   강대국 미국을 발전시키고 지금도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이 개척자 정신이다.

   개척자 정신은 혼자서 아직 발견되지 않거나 어떠한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 장소로 뛰쳐나가는 정신이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나가는 정신이기도 하다. 나는 이 정신의 정점에 있는 것이 DIY(Do it Yourself)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DIY가 가능한 이유는 도전해서 실패해도 누구도 실패한 사람을 탓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부여할 줄 아는 열린 사고와 생각, 그리고 누구든지 새로운 것을 만들기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유로운 자세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DIY 문화가 좀더 확장될 필요가 있는 지금, 한빛미디어 Make Korea 잡지 발간과 Make Korea fair를 통해서 이 새로운 정신이 대한민국에도 젖어들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사업은 선진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DIY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냥 만들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시간을 들일 때보다 보다 더 자세한 지식이나 노하우를 받아서 일하는 편이 확실히 능률이나 지식의 능력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 한빛미디어 Make가 당당히 번역해 출간한 책이 본 책 <움직이는 사물의 비밀>이다.


   물론 나 같이 수학과 과학과 거리가 먼 문과 사람들에게 이 책이 상당히 어려운 책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책의 첫머리에는 공학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썼다는 말에 힘을 내 읽어보려고 좀 더 책장을 넘기다보면, 고등학교 물리 때 전혀 이해가 안가던 지레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기어의 종류가 어쩌니, 토크가 어쩌니 저쩌니 이야기가 나오다가 나중에는 아두이노 프로그램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정신이 아득해져 어디 안드로이드에 날라갈 것만 같은 서술이 이어진다. 게다가 책의 내용이 꽤 많다 보니 그대로 번역할 수 밖에 없어, 국내에서 이 책의 프로젝트를 수행해보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이 책의 지시대로 구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초보자를 위해서 썼다는 말은 사실이고, 일상에서 전기나 물리를 이용한 제작 프로젝트에 필요한 모든 것은 이 책이 모두 소개해 주고 있다. 실제로 인간의 체중을 버틸 수 있는 어떤 물체를 만들기 위해서 무작정 만들어보면서 지식적인 한계에 부닥치거나, 사람의 힘에 버티지 못하고 물체가 부서지는 바람에 다칠 위험을 무릅쓸 필요 없이, 물리 공식이나 원칙을 이해한다면 어느 정도의 모터나 부속품을 사야 어느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이 책이 전해주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이 책에는 오타 찾아보기가 극도로 힘드니, 정확성 또한 신뢰할 수 있다.


(사진 : 테츠야 + 아오미네 in 쿠로코의 농구 by 토모코 + Kiss)

   읽어보면서 전혀 물리를 모르는 사람도 자신이 원하는 뭔가를 만들어 보기 위해서 이 책을 세 번 정도 읽어보면 이해하고 새로운 제작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책을 읽어나가면서 멘붕을 거듭해나가던 나도 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 왜 저런 물리 공식이 필요한지, 모터의 종류가 어떤지 기어가 어떤지 왜 AC와 DC 개념 이해가 필요한 건지 등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더 읽어나갔을 때에는 책을 통해 보다 더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물론 책을 공부하기 시작한 즉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곧바로 생각해 내서 매년 메이크 코리아 페어에 나갈 수 있는 뭔가를 곧바로 얻는(...) 그런 기적은 없겠지만, 뭔가 실제적으로 뭔가를 창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반드시 볼 것을 추천해 본다.


> 이 책을 꼭 봐야 할 사람들
- 이 시대의 르네상스인들
- 지적 창작만 해보고 살다가 실제적인 창작도 해 보고 싶은 사람들
- 창조경제시대 융합적 · 창의적 능력을 함양하고 싶은 정부 고위직 관리 · 공무원
- 뭔가 만들고 싶은데 전혀 뭐가 뭔지 모르겠는 사람들


< 이 리뷰는 한빛미디어 한빛리더스 7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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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8 00:52

<ZAKO의 77가지 사진 잘 찍는 법>, 뭔가 좋긴 한데 뭔가 부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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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기를 잡은지 벌써 14년째가 되었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과 풍경들을 재미로, 또는 취미로 찍어 왔지만 많은 사람들을 찍으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어떻게 잘 찍는 지를 이야기하고 평가하기 이전에, 많이 찍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각각의 사진은 그 시점(momentum et punctum)에서만 포착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찍고 싶었던 이미지를 찍지 못한다면 당연히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순간의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는 직감과 실력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직감과 실력은 배움과 실전을 통해서만 강해질 수 밖에 없다.

   필자는 그런 의미에서 <ZAKO의 77가지 사진 잘 찍는 법>의 출시를 기대했었다.

Canon EOS 450D | 1/40sec | F/5.6 | 0.00 EV | 18.0mm | ISO-400 | 2013:10:14 18:09:47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뭔가 부족함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물론 머리말에서 저자들은 "이 책이 여러분만의 사진세계에 도달하는 작은 배가 되어" 쉽게 사진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에서 책을 썼다고 강조하고 있다(p. 5.). 하지만 책을 읽고 있다 보니 작가가 기대했던 그러한 학습 효과를 이 책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페이지 처음부터 뭔가 모르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물론 AF(자동 모드)-MF(수동 모드) 같은 단어에는 익숙하지만, 1번 코너와 2번 코너를 보고 있자 하니 스팟 AF(AF-C)라는 말과 동체추적 AF(AF-S)라는 말이 나오고 많은 움직임이 있는 사진에 대해서는 AF-S가 좋다느니 AF-C가 좋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완전히 충돌하며 독자의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순간 모순 이야기를 현실 속에서 보는 기분이다.

   또 내용을 읽어가면서 보면 다분히 DSLR만에서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최근에 싸면서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니 DSC-RX100으로 카메라를 전환했는데 이 녀석은 렌즈가 내장되어 있는 디지털 카메라어서 렌즈 교환이 안 되다 보니 내용중에 나오는 편광필터라던가 어안렌즈, 마크로렌즈, PC렌즈 라던가 등의 이야기에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중간에 프로그램들을 깔아서 이것 저것을 하면 좋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나도 저런 걸 깔아서 프로그램을 완성해야 하는 생각까지 드는 판에완전 초짜가 이 책을 사들어서 쉽게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또한 사진 팁의 대부분이 인물 사진보다는 풍경사진이나 기록 사진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나는 다른 사진들보다는 인물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보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 내가 이 책을 보면서 어색함을 느낀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Canon EOS 450D | 1/30sec | F/5.6 | 0.00 EV | 33.0mm | ISO-500 | 2013:10:14 18:10:17

   그래도 내용이 중급 이상의 사진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점들이 풍부하게 있다는 점에는 동감한다. 야간 도심 촬영이라던가 별 촬영이라던가 평상시에는 해 보기 어려운 내용, 또는 찍어보고 싶었는데 엄두가 안 나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건 일반 사진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높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삼각대와 자동 무선 릴리즈의 중요성(?) 이라던가 각 그림의 구도에 대한 자세한 정보(삼각형, 마름모 등의 구도를 작은 사진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등도 담고 있어서 사진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간단하지만 효율적인 일러스트는 이 책의 백미로 작용하고 있다.

   어쨌든 <ZAKO의 77가지 사진 잘 찍는 법>은 내게 있어서는 뭔가 좋긴 한데 뭔가 부족한 책으로 남게 되었다.


>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들
   - 사진 전문가
   - 1년 이상 사진 찍기 활동을 했던 사람
   - 주변에 이 책을 읽고 조언을 해 줄 사진사가 있는 사람

>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 사람들
   - 왕초짜 사진사


"이 리뷰는 한빛리더스 제 7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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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9 02:02

숨겨왔던 파워포인트의 진면목,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회사통 파워포인트 2013>


Canon EOS 450D | 1/15sec | F/5.0 | 0.00 EV | 18.0mm | ISO-400 | 2013:09:19 21:57:53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내게 줄 게…"로 시작되는 Am, 4/4의 곡, 미디어와 무관한 삶을 살아오지 않은 30대 이하라면 다 들어보셨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클래지콰이의 <She is>라는 이 '유명한' 곡을 떠올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도 이 책이 그저 다른 파워포인트 책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파워포인트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냥 쓰는 대로 쓰면서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들을 파워포인트를 통해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책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봐야 할 부분도 그닥 없다고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책을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왜 앞에 누구라도 알기 쉬운 내용이 나오는 거지? 저런건 대충 파워포인트를 만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겠는데' 라면서 책을 빨리 넘기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면서 책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에 대해 후회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도형을 3D화 하는 방법론을 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마치 책을 읽다가 이 책만이 줄 수 있는 진면목을 발견한 기분이야 말로 대단했다.

Canon EOS 450D | 1/60sec | F/5.0 | 0.00 EV | 18.0mm | ISO-400 | 2013:09:19 21:58:31
이런거 말이여...() 참고로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파워포인트에서 기본 도형틀만을 사용해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페이지를 꾸미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기본적인 툴만을 사용해서 뭔가 대충 만들려다가 주변에서 접하는 더 좋은 결과물을 보다 보면 이것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감탄만 하고 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모두 가르쳐주니, 다른 사람들이 하는데 내가 파워포인트를 통해서 할 수 없었던 부분들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올랐다. 즉 파워포인트를 쓰면서 내가 생각하기는 했지만 구현이 힘들 거라고 생각만 했던 부분이 전부 재구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책의 맨 앞쪽에 있던 파워포인트의 기본부터 보면서 이 책에서 그렇게 얻을 수 있는게 없겠다 생각했던 나를 부끄럽게 해 주었다.

   또한 이 책을 가진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더 좋은 점 하나는 (모든 전문서들이 그렇지만) 책을 구매한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파워포인트 테마가 추가적으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파워포인트 테마를 사기 위해서 책을 사 보지는 않지만, 동시에 파워포인트 테마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가 개인의 파워포인트 표현력과 직결되는 만큼, 책을 통해서 파워포인트에 대한 중요한 팁과 함께 자주 사용할 수 있는 테마들도 얻을 수 있다.

Canon EOS 450D | 1/30sec | F/5.0 | 0.00 EV | 27.0mm | ISO-400 | 2013:09:19 22:50:18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책이 회사에 처음 들어오는 신입사원이나 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쓰여진 만큼, 한국의 회사 생활이라는 작은 틀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용한 툴이라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전부 유용한 툴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특히 학술발표를 많이 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저 프레젠테이션 형태를 그대로 따라갔다면 아마 회사가 참가하는 이과쪽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겠으나, 문과쪽에서는 오히려 호응을 얻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 책을 보고 난 한 형은 "그냥 키노트 쓰지?"라면서 나를 윽박지르기도 하였다.) 또한 책에서는 HY견고딕을 자주 사용하도록 권하나, '회사 영역' 바깥에서는 택도 먹히지 않는 소리임을 기억해 두도록 하자.

   그래서 이 글을 통해서 내가 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냐고? 가지고 있는 파워포인트의 버전과 관계없이, 파워포인트의 숨겨왔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 그러나 이 또한 어디까지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시 잘 해석하고 소화해야 하는 책. 이 것이 이 책을 두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이 책을 봐야만 하는 분들
   - 새로 직장에 들어온 신입사원이나 파워포인트 만드는 방법을 모르는 중견임원 분들
   -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기는 하나 기본적인 활용 방법, 또는 중급 정도 밖에 사용 못하는 분들
   - 윈도우 기반 컴퓨터만 사용하시는 분들

> 이 책을 보지 않아도 되는 분들
   - 맥북과 키노트를 사용하시는 분들
   - 그리고 파워포인트 고수 분들!


파워포인트 2013

저자
전상오 지음
출판사
한빛미디어 | 2013-08-30 출간
카테고리
컴퓨터/IT
책소개
. 책 소개 ⓞ 100만 직장인이 믿고 선택한 회사통! 당장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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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3 01:58

<설국열차>, 담론의 부재에 던진 하나의 외침




이건 제가 이 영화에 대해서 정확하게 던지고 싶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글로 쓰겠습니다.

   1. 한국 사회는 그동안 담론 부재의 공화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까 29만원 부릉부릉 전땅크의 독재가 '소중히 가꿉시다~ 다시 찾은 우리의 젖줄~'이라고 뻥치면서[콘크리트로 강을 죽여놓고 '다시 찾았다'니, 참 할 말이 없다] 한편으로 조장한 국풍81, 3S 정책이라는 사회 문화의 풍기 문란화, 그리고 1990년대 중후반을 통하여 이루어진 사회 담론으로서의 경제의 중심화를 거치면서 사회는 경제, 아니면 살아남기라는 극단적인 하나의 담론에만 빠져들었다. IMF가 터졌을 때는 하물며 대중음악도 <오락실>이나 <아빠 힘내세요>와 같이 IMF로 경제활동 가능성을 손상한 사람들을 다독이기 위해서만 존재했었고, 그 이후에는 '부자 되세요'등의 부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심해졌다. 그리고 <경제 대통령>을 바라는 마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뽑힌 우리의 가카께서 5년 동안 역사를 퇴보시키고 나서야 이제야 그 잘못된 담론의 설정에 일정 부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2. 그런 의미에서 <설국열차>는 한국 영화계에 존재할 수 없었던, 기적에 가깝다. 지난 순간동안 한국 영화의 주류에 있었던 것은 이른바 멜로나 코미디, 액션 등의 일정 선의 재미를 찾기 위한 - 맑스적 관점에서의 문화산업의 전형적인 생산물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김기덕 감독이나 임권택 감독 등은 새로운 '감동의' 영화를 보여주셨지만 - 그 것이 한국 영화에서 예상가능한 영화의 스펙트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한계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설국열차>는 갑자기 관객들에게 나와 외친다. "네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3. <설국열차>는 재미를 위해서 쓰여진 스토리가 아니다. 물론 사회적 좌파 분위기에다가 작가주의 내지 철학적 사고 기반이 짙은 프랑스 만화 원작의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참고로 원작 만화가 그려졌을 당시 아마 작가는 조지오웰의 <1948>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참조했던 것 같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당연하는듯이 이 작품을 자신의 다음 작품으로 선택했다. 엄숙하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작품을 통해서 한국 영화에,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이루어진 결정이었을 것이다.

   4.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까지 거의 전부 동의해왔던 고재열 기자의 관점에 처음으로 비동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5. 재미를 위해서 보는 기존 한국 영화들을 깨부시는 봉준호 감독의 행동은, 성전 앞에 있던 상인들의 상을 엎으신 예수님을 기억나게 한다. 영화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에게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영화가 되어서는 안된다 - 오히려 영화를 통해 생각하고 사람들을 대화하게 하는 어떤 매개채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은 기존에는 인디 영화나 다큐멘터리 영화, 또는 실험 영화에서나 존재할 수 있었던 셈법이었다. 이제 그 셈법을 상업영화에서도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또한 영화 공급자들은 그러한 영화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 이 것이 봉준호 감독이 영화 제작에 이르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6. 그런 의미에서 고재열 기자님이 [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 테러 라이브에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 것에 대해서 상당히 문제가 있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고재열 기자님은 이건 <관광열차> 수준이다라고까지 깎아내리시기까지 했는데, 실제로 한국철도공사의 V-Train이나 O-Train에서 객실간의 이동을 차단하지는 않는다. 이건 일본의 JR큐슈나 JR동일본 등의 관광열차도 마찬가지다. 또한 왜 사람들이 '양갱 같은 것을 먹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신듯 한데, 거기에 대해서는 열차에서 몇 칸만 더 가보면 답이 나온다.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평을 하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7. 고재열 기자의 주장이 틀렸음은 또한 현재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의 결과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더 테러 라이브>가 8월 2일 현재 누적 관객수 97만명을 기록했음에 비해 <설국열차>는 동일한 시간 내에 166만명이라는 흥행을 이루어 냈다. 같은 기간 내에 비슷한 노출 결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두 배나 더 많이 설국열차를 선택한 것이다. 고재열 기자의 주장과 달리 <더 테러 라이브>가 설국열차에 대하여 완승하기는 이제 글러먹었다. 신승도? 지금 상태에서는 어렵지 않을까. 당장 [ 개봉 이후 3일간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는 거의 정확하게 2:1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

   8. 물론 사람들이 설국열차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씨 (그리고 박찬경 감독도 여기에 추가하자) 의 이름 값을 보고 선택한 것도 그 '성공'에 있어서 큰 요인이 되었겠지만, 나는 설국열차가 비로소 열어준 새로운 문화담론의 형성에서 그 성공의 요인을 찾아보고 싶다. 물론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오히려 진지해서 영화를 선택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그리고 이번 계기로, 앞으로 상업영화에서 똑같은 영화만 봐야할 필요는 사라졌다 - 그 대가지불을, 당연히 봉준호 감독은 감당했고, 그만큼의 수익도 얻었으니 앞으로 이런 영화들이 상업영화들로 나올 계기는 많아질 것이다. 이제 다음 봉준호 감독의 선택은 오리지널하고, 동시에 심각한 것이 될 것 같다. 최소한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으니-

   9. 이러한 상황을 영화 관계자들이 쉽게 오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뻔한 결과일 것이다. 자신들에게 있어서 영화는 감성을 자극해야 성공한다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감성보다는 이성을 자극하는 영화가 나왔으니, 당연히 혼란에 빠질 수 밖에.

   10. 봉준호 감독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고찰을 통한 상업영화의 성공가능성을 우리에게 제시했다. 이제 그 제시에 호응할 많은 영화 감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만, 그럴 능력이 있는 관객이 얼마나 있을지, 그리고 이제 막 생긴 이 시장에 기꺼이 뛰어들, 다른 감독들은 또 얼마나 있을지, 솔직히 나는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 기분 좋은 새로운 담론의 시작을 초를 치면서까지 방해해야 할 이유는 확실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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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8 23:56

<포토샵 디자인 스타일북>으로 한 발자욱씩 걸어가라!


Canon EOS 450D | 1/60sec | F/4.5 | 0.00 EV | 34.0mm | ISO-400 | 2013:07:02 05:09:57


   포토샵은 그것을 쓸 줄 아는 능력에 따라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물의 차이가 큰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나 같이 사진을 펜 툴 써서 보정하는 정도에서만 그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이 포토샵 기술을 조금만 익히면 금새 일러스트나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들어 내는 차이는? 의외로 생각하기보다 작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포토샵을 어려워 한 채로 물러선다. 그리고 포토샵을 잘 써서 그림을 잘 그리시는 분들은 이 정도 하시니까 나는 이 정도겠지? 하고 물러서는 경우도 매우 많다. 그 이유는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 <포토샵 디자인 스타일북> 은 그 답을 제시해 주겠다고 나선다. 물론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책을 넘겨보고 있으면 도대체 무슨 소리일지 모를 듯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저걸 하면 가능할까 싶은 내용들도 들어가 있다. 하지만 내용은 나름 자세하게 되어 있어서 내용을 보다 보면 '정말 저런 게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특히 책 안에서 그림 이미지의 저작권 확보 부분이나, 실제 포토샵 사용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책을 보다가 저게 뭔 소리일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동영상 강좌까지 볼 수 있도록 링크까지 걸어준다. 와우!

Canon EOS 450D | 1/60sec | F/4.0 | 0.00 EV | 27.0mm | ISO-400 | 2013:07:02 05:04:16

   책에서 제외한 부분도 상당히 깊이가 곁들여져 있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앞에 있는 짧은 디자인, 색상에 대한 강좌나 뒤의 포토샵 단축키 같은 세세한 부분은 생각보다 중요한 요점들을 잘 정리해 두고 있다. 혹시 맨 앞에 해 주겠다는 스타일 이야기는 없이 디자인 배치 구성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분은 그 앞 부분을 세세히 쳐다보시고 지나가시길 바란다.

   다만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아쉬움 - 이건 한빛미디어의 전체 포토샵 책이 그렇지만 - 은 포토샵 메뉴의 모든 기준이 영어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 Adobe 소프트웨어가 온라인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앞으로 한국어 기준 포토샵을 사용할 사용자들이 더욱 더 늘어날 터인데, 단지 영어 사용자가 더 많다는 이유로 영어 프로그램만을 기반으로 책을 진행하는 것에는 조만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기초적인 영어 해석이 되는 분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책은 아니므로, 일단은 책을 구매하셨다면 책을 썩혀두지 마시고 작업을 시도해 보시는 게 답이 아닐까? 책이 대상으로 하는 수준도 뭔가 새로 생기고 사라지는 CS6이나 CC 기준이 아니라 CS4~5 기준으로 서술되어 있으니 말이다.



포토샵 디자인 스타일북

저자
김혜경 지음
출판사
한빛미디어 | 2013-05-30 출간
카테고리
컴퓨터/IT
책소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은 한빛리더스 6기 활동의 산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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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1 01:23

<HTML5 게임 프로그래밍>, 이것은 하나의 스토리텔링


Canon EOS 450D | 1/60sec | F/5.0 | 0.00 EV | 42.0mm | ISO-400 | 2013:06:20 12:29:25



   일단 난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을 받아보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이게 HTML5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이고, 최근 HTML5가 뜨고 있으니,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 당연히 사서 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책을 받아 보았다. 책을 시킬 때만 해도 그렇게 이 책의 리뷰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에 나름 기대를 했으나...

   처음에 이 책을 보고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거 리뷰 제대로 못 쓰는 거 아냐?"

   그만큼 책의 두께가 장난이 아니었다. 700페이지나 되는 글은 일단 일반서라면 읽기에 후달릴 수 밖에 없는 꽤 긴 분량의 글임과 동시에, 순순히 글을 읽기가 두려워지는 정도의 글이다. 더군다나 첫 페이지부터 이런 글이 있어서 깜짝하고 놀랐다.

HTML5의 기본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면, <모던 웹 디자인을 위한 HTML5+CSS3 입문>(한빛미디어, 2012)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p.11)


Canon EOS 450D | 1/60sec | F/4.0 | 0.00 EV | 20.0mm | ISO-400 | 2013:06:20 12:30:33

책의 가장 큰 강점 : 스토리텔링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생각이 달라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아무런 설명이 없을 줄 알았는데 페이지들을 펼치고 넘어가자,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없을것 같았던 재미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대충 객체형 프로그래밍 언어가 어떻게 생긴줄을 알고 있으면 (대충 루비나 Python만 알고 있으면 된다) 대충 지금 뭐하자는 건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JavaScript를 한 번도 본적이 없어 걱정만 했던 나에게는 참으로 놀라운 점이었다. 재미에 들려 하루 만(그것도 전체 읽는데 든 시간이 다섯 시간도 안 됐다)에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다 읽었으니, 필자가 얼마나 재미를 느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책을 읽어 나가면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JavaScript를 어떻게 쓰면 되는 건지, 그리고 프로그램 실행을 할 때 어떤 부분부터 어떤 부분까지 세밀하게 필요한 것인지까지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대충 프로그래밍 문외한이더라도 이 책의 가르침을 보면서 자세히 연습을 하면 JavaScript로 프로그래밍을 짤 수 있을 정도이다. 솔직히 세세하게 내용을 설명해 주는 것을 보고 이 책은 츤데레다! 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의 하나는 바로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하나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이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이 책의 내용도 사용자들이 자동적으로 책에 들어가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구축해 보도록 도움을 준다. 물론 프로그래밍은 모방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지만, 모방은 또 다시 새로운 창조를 위한 도구가 된다. 당신이 아무 것도 모른 채 프로그래밍 회사에 왔다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앱테나라는 프로그램을 깔아 최초의 게임을 만들어보고, 그 게임을 개량해 보고,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보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프로그래밍 게임을 창조해서 페이스북, iOS, 안드로이드 등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올리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당신은 자신 안의 스토리텔링 과정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창작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Canon EOS 450D | 1/60sec | F/4.0 | 0.00 EV | 28.0mm | ISO-400 | 2013:06:20 12:33:24

나가며

   모든 프로그래밍 책은 어렵다, 그리고 어려워 보이기 마련인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책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를 조합하고 구성해 나갈 때, 당신은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미래에 도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HTML5를 처음으로 만나 보는 분들은 [ 사전처럼 바로 찾아 쓰는 HTML5 + CSS3 디자인 패턴 ] 을 꼭 보시기 바란다.

" 이 포스팅은 한빛리더스 6기 참여 중의 결과물입니다. "


HTML5 게임 프로그래밍

저자
황동윤 지음
출판사
한빛미디어 | 2013-06-03 출간
카테고리
컴퓨터/IT
책소개
만들면서 배우는『HTML5 게임 프로그래밍』. 이 책은 HTML...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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