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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소리들

A Delight travel - 퍼플 스위트, 그녀에게 무슨 이름을 붙여줘야 할까



퍼플 스위트 (Purple Sweet) - A Delight Travel
8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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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이야기부터 해드리자. 일단 이미지 자체가 귀여우셨고(넵 저는 귀여운 모습을 좋아한답니다), 목소리도 매우 좋으시다(목소리도 제가 좋아하는 기준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내게 있어서는 어쨌든 좋은 음반이다. 아마 리뷰가 끝난 얼마 후에도 퍼플 스위트(앞으로는 '퍼플'님으로 통칭해서 부릅니다)님의 곡을 듣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크게 변하지 않을 듯 하고, 퍼플님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기쁘다.

   또한 전체 곡은 아니지만 세 곡의 가사를 모두 퍼플님이 쓰셨다는 것도 나의 기대를 높여주는데 한 몫을 했다. 저런 분이 만들어 내신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리고 그 소소한 이야기는 어떻게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실현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떤 재미있는 곡이 내 앞을 기다리고 있을까, 혹시나 잘 되면 인터뷰를 해서 이 블로그에 이야기를 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등의 다양한 생각 등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기대감이 오랜만에 위드블로그 리뷰를 신청하게 하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2. 하지만 음반을 다 듣고 나서 느낀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어떻게 이 곡들을 평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 한가지 당혹감이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노래는 듣기 좋았다. 퍼플님의 첫 앨범이 어떤 면에서는 매우 뛰어났다. 다만 그 곡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나에게 있어서 사랑스러운 곡이 아니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러니까 첫 앨범이 가졌으면 했던 수줍은듯한 느낌이 없이 왠지 첫 만남에서부터 섹시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연인 같은 느낌을 받았다.


   3. 전반적인 음반의 느낌을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각 곡마다 개성이 강했고, 전체 곡의 아이덴티티를 맞추기보다는 각 곡마다 각각 다른 아이덴티티를 구현하는데 치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서 첫곡인 <마법처럼>과 <오랫만이야>의 목소리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 다음 곡인 <구해줘>를 듣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의 곡을 만나는듯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어느 날>을 들을 쯔음에는 원래 퍼플님의 목소리가 어땠는지 조차 기억을 못할 정도가 될 것이다. 이 곡들을 들으면서 분명히 한 사람에 의한 퍼플님의 음반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않는다면, 두 목소리의 곡을 대조해서 들었을 때,  "이거 똑같은 사람 맞아?"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오랜만이야>같은 경우는 노래는 괜찮았는데 2절 후렴이 끝나고 보사노바 리듬의 곡으로 갑자기 넘어가 "갑자기 왜 이 반주가 나오는 거지?"싶은 순간도 있었다. 이후에라도 이 부분은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한 이 곡은 가사의 분위기에 비해 곡이 너무 밝게 쓰여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감성적인 멜로디라도 그 노래의 분위기가 가사의 분위를 부정할 것처럼 보일 정도로. 정말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화자가 무슨 감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고 있을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또한 음반의 제목이나 이미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여행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보다는, 왠지 여행을 핑계로 또다시 대중 음악의 파리지옥같은 끊임없는 사랑 이야기로 날 데리고 가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난 그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만약 내가 퍼플님의 가사를 듣고 작곡을 해 드릴 기회가 있었다면, 난 퍼플님에게 전혀 다른 노래를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개인 취향이니까 뭐.

   하지만 모든 곡이 당황스럽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가장 큰 인상을 받았던 곡은 맨 마지막 곡인 <어떤 날>이었다. 뭔가 곡에 비해서 SID-SOUND식으로 내지르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던 <마법처럼>같은 경우와 달리, 음역도 안정적이어서 퍼플님의 목소리를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낼 수 있었던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곡 같은 곡으로 음반이 잘 채워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었을까.




   4. 퍼플님의 음반을 반추하면서 퍼플님의 목소리가 앞으로 어떻게 다듬어질지, 그리고 어떻게 표현되는 것이 가장 좋을까라는 (당돌한) 생각이 들었다. 소속사인 airymusic에 따르면, 이번 첫 음반은 가요와 인디 음악의 교차점에 위치하는 음악을 모토로 삼았다는 언급이 있다[1].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이번 음반은 아직까지는 인디 음악쪽보다도 가요쪽에 보다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브로콜리너마저 같은 밴드나 일반적인 음악을 비교했을 때에는 중앙선에 서 계시고, 그렇도록 노력한 결과가 보인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정말 실험적인 위치에 있는 (예를 들어서 소규모아카시아밴드 등의) 음악들과 비교해 본다면 지금의 퍼플님의 음악은 아직 중앙선에 있다기 보다, 가요쪽 한 차선즈음에 놓여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 왕복 6차선이라면 1-2차선 사이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강춘수의 '꽃'은 나에 의해 이름이 불리우는 순간에, 타자가 자신에 의해 의미를 지닌 어떤 존재가 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의 부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암시하고 있다. 그와 같이, 퍼플님은 지금 어떤 이름으로 불릴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퍼플님을 어떻게 부를지는 모르겠고, 나도 어떤 이름으로 퍼플님을 부를지 솔직히 확신이 안 선다. 하지만 좋은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확신해본다.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는 욥기 말씀처럼 말이지.

   5. 이 음반이 어떤 결과로 퍼플님의 가수 생활에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퍼플님의 추가적 활동을 기대해 본다. 지금 만들어 놓은 음반. 솔직히 기획력의 부재나 만들어진 악곡이 어색해서 그런 것 뿐이지 결코 퍼플님이 목소리가 나빠서라던지 그런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속될 퍼플님의 좋은 활동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Most of all to Jehovah GOD"이라고 써준 거, 매우 좋았어요. Oh Yeah!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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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패드를 쓰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려요! ->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9022A424E93075C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