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pile, Creative workshop #1 (feat. MOR), Seoul, 2013
한빛미디어에서 출간한 책인 <크리에이티브 워크샵>의 블로그 리뷰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오늘 리뷰는 다른 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고자 한다. 책 리뷰를 보러 왔다가 서두부터 종교드립에 빡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만큼은 이 책의 꼭 서두에 언급해야겠다.
<크리에이티브 워크샵>을 읽어 나가면서, 이 책과 비슷하게 생긴 책 한 권이 곧바로 떠올랐다. 의외스럽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 책은 한국 예수전도단 초기 때부터 간사로서 사역하셨고, 지금은 예수전도단 동아시아 책임자로 사역하시는 홍성건 간사님이 쓴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는 사람>(도서출판 예수전도단)이었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내용은 특별하다. 이 책은 하나님의 성품을 알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성품을 공부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경의 내용에서 특정 키워드를 찾아가며 여러번 읽어가면서 하나님의 성품을 공부하는 공부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몇가지 사례를 보여주고는 책을 끝마친다. 이 책을 읽다가 '하나님의 성품'에 대해서 뭔가 배워갈 수 있겠지 싶은 사람들이 책을 덮는 경우가 너무 많다(그리고 나도 책을 덮은 많은 사람 중의 하나에 속한다).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뭔가를 해 봤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분명히 종교와 관계 없이 인생 자체에도 주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책도 정확하게 위에서 소개한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는 사람>과 그 성질이 똑같다. 무슨 소리냐면, 이 책은 그냥 읽으라고 주어진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earpile, Creative workshop #2 (feat. MOR), Seoul, 2013
그렇다. 이 책은 디자이너들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 우선 해보게 하는 책이다. 일반적인 책과 달리 이 책의 텍스트를 단순히 읽는다고 해서 당장 얻어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이 책의 독자는 (자신이 디자이너이던가, 아니던가 간에) 책을 읽음과 동시에 갑자기 80개나 되는 프로젝트를 주어진 시간(그것도 모두가 길어봤자 두 시간 이내다) 내에 해 볼 것을 요청받는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들은 디자인 전문가라던가, (정식적인) 디자인 학술 교육을 받아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다. 웹 사이트도 짜지 못하는 사람에게 갑자기 달라이라마 공식 홈페이지를 운영하라는 프로젝트가 떨어지거나, 한국 사람들은 처음 들어보는 콩으로 만들어진 고급 양초의 브랜드 컨셉을 짜보라던가 등의 프로젝트가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 미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해 보았던 사람이라면 모든 프로젝트들이 할만한 과제가 될 것이다. 심지어 책에는 이 80개의 모든 프로젝트를 100% 수행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일반적인 소양을 갖춘 디자이너라면 그 시간 대 안으로 할만한 프로젝트들이라는 것이 이미 검증된 책이다. 심지어 "이 정도 과제, 쉽지 않나요?"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저자가는 책의 한 면에 직접 멋짓기(디자인) 상황을 어렵게 하는 DESIGNRANDOMIZER(디자인 랜더마이저, 랜덤 만들개)까지 꾸려서 만들어 놓았다. 이런거 하나씩 뽑아 놓고 하면 정말 고난이도의 디자인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특히 뭔가 이 책을 보면서 디자인을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생각 없이 책을 사놓았던 분이라면 아마 이러한 절망 앞에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말아도 될 것 같다. 이 책에 주어진 제한에 절망하라고 가르쳐준 사람도 없고, 그리고 책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해내지 않았다고 책망할 사람도 없다. 자신이 시간 안에, 아니면 하루 안에도 프로젝트를 끝내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물론 주어진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으로 디자인을 하는 사람에게 그러한 제한을 걸어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다. 또한 각 프로젝트마다 Creative think+라는 섹션이 있어서 프로젝트를 완성한 다음에 추가해서 생각하거나 할만한 여유도 있으니, 처음 디자인을 해보는 분이 있다면 책을 환불해야겠다고 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으니까 말이다.
다만 프로젝트 내용이 미국 상황 중심이고 이것을 그대로 가져와 복사해 놓은 것이라는 점은 약간 아쉽다. 하지만 뭔가 이 책을 그대로 버려두고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 것도 아까운 돈을 낭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독자 여러분이 디자인 작업을 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상관 없이, 이 책을 차근차근히 실행해 보기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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