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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책들

이 정도로 자세히 쓰셔도 돼요? <소이캔들 만들기>(한빛)에 놀란 이유



   현대 사회의 비환경친화적인 도시 문화와 주거 환경 발달로 … 등의 상투적이 되어버린 추상적 말들을 굳이 내뱉지 않더라도, 아날로그 감성의 중요함을 굳이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초라는 존재는 이제 전기라는 이기가 없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주요 도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초도 산업화 시대의 영향으로 공장생산시대가 되어, 간편하게 초를 구매해서 사용하거나 놓아두기 십상이다. 하지만 전기도 없는 자급자족적 생활에 직면하게 될 때, 초를 혼자서 만들 수 있다면 그러한 어려움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니 당장 전기도 없는 해외 오지에 간다면 초가 필요할 꺼고, 그렇게 된다면 초를 사는 것보다는 만들어 두는 것이 더 좋다. 또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초의 필요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초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그러한 필요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음을 잊고 있을 뿐이다(물론 여기서 얼마든지 위기 대비 이론을 말할 수 있겠으나 관련이 없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하지만 왠지 초를 만드는 일이 어려운 일일 것만 같다면 잠깐 멈춰서서 <소이 캔들 만들기>(한빛라이프)를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도 저런 책이 있다는 사실만 듣고 그냥 가볍게 읽어볼만한 책일 것 같아서 읽어보았을 뿐인데, 책의 앞부분부터 읽어나가면서 점점 더 책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인 소이 캔들Soy candle이라는 말만 보다보면 '간장으로 만드는 초인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Soy라는 말의 의미에는 콩도 들어가 있다(즉 콩초라고 번역하면 더 적절할 것 같다). 즉 현재 초를 만들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석유에서 나온 파라핀 양초와는 달리, 콩기름으로 초의 재료가 되는 왁스를 만들어서 여기에 향과 색을 첨가해서 초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이캔들의 경우 일반적 장소에서 쉽게 사거나 구매하는 초보다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보다 더 좋은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초의 심지를 나무로도 해서 사용할 수도 있어 일반 초에서는 볼 수 없는 향취 또한 느낄 수 있다.

    이런 '소이 캔들을 만든다고? 어렵지 않을까?'라고 쉽게 생각해 버리기 쉬운 우리들에게 이 책은 소이캔들을 만드는 방법이 어렵지 않음을 알려준다. 이렇게 하면 만들 수 있다고 자세하게 만드는 방법의 노하우, 게다가 만든 소이 캔들을 전달하는 방법까지 매우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내용을 잘 보고 있자면 남성답지 않게 '우아! 꼭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특히 만들기 쉬운 컨테이너 캔들(담긴초)보다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한 기둥초(필러 캔들)을 제작하기 위한 실리콘 제작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주고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높은 관심이 끌리는듯한 느낌이었다. 

   더 놀랐던 점은 소이캔들을 많은 정보를 쉽게, 그리고 자세하게 전해주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보통 책으로 전달되는 지식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가 확실히 나뉘는데, 이 책은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가 쉽게 머리에 들어오는 편이었다. 더군다나 놀랐던 것은,어느 정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던가, 자신이 시도했던 경험, 실수했던 경험까지 전부 솔직하게 나누어 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실용서라면 초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칠 터인데, 초가 잘못 나왔을 때에는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또한 어떻게 유지보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팁을 주어 좋은 듯싶었다.


   이러한 삶에서 나오는 경험을 자세히 나누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작가의 오랜 경험이 한 몫한 것 같다. [ 작가의 블로그 ] 를 방문해보니 꽤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콩초를 만들어서 제작해 왔고, 뛰어난 창의력을 가지고 다양한 콩초를 만들어 오신 것 같다. 또한 책을 위해서 일반 초 제작과 판매를 모두 제껴두시고 상당 기간을 책을 쓰는 데에 전념하셨다고 하니, 콩초를 소개하시기 위해 준비하신 노력이 얼마나 되는지 실감이 된다.

   다만 책의 내용을 보고 있자니 아쉬운 점이 있다. 맨 앞에 준비물들을 소개하는 장에 기둥초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소개해 주셨는데, 이 부분만은 뒤로 넘겨서 기둥초 파트에서 서술하는 것이 책의 흐름을 위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책의 장절 구성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데, 이 부분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안타까움이 있었다. 또한 고유 한국어 단어들을 쓸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이나 DIY 문화의 특성상 영어 단어를 선호하는 탓에 외래어가 남발되는 부분이 (드로잉이라던가 필라캔들, 컨테이너 캔들이라던가) 있어서 약간 안타까움이 있었다.

   어쩄든, 이 책은 소이왁스라는 것에 대해서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쉽지만 깊은 책이다.

| 이 리뷰는 한빛리더스 7기 활동의 일부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