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10 01:59

시:시 - 이상, 또는 타이포그래피



출처 : 한국디자인문화재단



1. 이상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그가 올해 탄신 백주년을 맞이한다는 것도, 그의 그림이 타이포그래피적 차원에서 재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도 거의 모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상의 시를 텍스트 차원을 넘어선 어떤 것으로 보기를 거부한다) . 그래서 어떤 형제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이 전시가 있었는지도, 참가하게 될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전시를 관람하고 왔으니 이렇게 감상문을 남길수 있는 것이겠지.

2. 갤러리 D+ (아니 한국디자인문화재단 건물) 를 찾아가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우선 지하철 7번 출구는 세종문화회관 쪽을 향하여 열려있었으나 사실은 그쪽이 아닌 새문안교회 쪽 방향이었다. 거기다가 새문안교회와 금호아트홀을 지나 구세군빌딩 (나는 그 곳에 들어가 본 적이 있으나 그 곳이 구세군 빌딩인 줄은 처음 알았다) 을 지나 우회전을 한 후, 이층 가정집 메트로 신문사 (다시 한 번 놀랐다!) 를 끼고 왼쪽으로 돌아 조금 더 올라가야 했다. 이러한 꽤 긴 길을 형제가 디카에 담아온 약도는 긴 길을 작게, 짧은 길을 비교적 크게 표기하고 있었다. 낚일 뻔 했다.

3. 재단 건물 앞쪽부터 8~10개의 시:시 측 깃발이 놓여 있었고, 재단 건물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 우리는 안 쪽에 전시회장이 있을 것을 예상, 입구를 막고 있는 차들과 차들 사이를 넘어 뒷쪽 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왠걸. 안 쪽으로는 아무런 전시회장과 관련된 것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다시 나와 앞쪽 문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고 나서야 카페가 전시회장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재단 차원에서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새로운 배려가 필요할 듯 하다.


간단하게 그려본 D+ 평면도



4. 전시장 안은 카페를 통해 출입하게 되어 있어, 방문자들에게 자신의 카페에서 음료수를 사먹으라는 (의도의 여부는 옆으로 치워두자) 무언의 메시지를 처음부터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그 옆의 문으로 들어가서야 비로소 이상에 대한 44개의 전시를 구경할 수 있었다.

5. 모두가 이상에 대한 전시물품을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이상과 어떻게든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동일한 시를 조명한 작품이 하나, 둘도 아닌 경우가 있어서 (특히 아버지 시랑 4호가 그 경향이 더 셌다) 약간의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나는 생각을 했다. (각각 다른 시를 가지고 작업했다면 평범했지만 더 의미있는 전시가 되었을지도.)

6. 그러나 가장 더 큰 Impact를 받았던 작품은 이상을 담았던 작품보다도 소주병에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담았던 송성재님의 작품, 그리고 풀 수 없는 문제와 답안지 없는 답, 그리고 빨간 줄 세개로 대표되는 박찬신님의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안상수 교수님의 작품이 입구 쪽에 있었던 안상수 교수님의 작품일듯한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이었다는 점이 가장 충격적이다 (난 つばさ 작품인줄 알았다) . 그 것 이외에는 '안상수 (또는 안그라픽스)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모였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을 펴낸 최슬기, 최성민 부부의 작품도 여기에 끼어 있었으니 말이다) . 그리고 오감도 4호를 그대로 촛불로 만들어 100살을 축하한 강유선님의 <ㅊㅋㅊㅋ 100>도 상당히 개념있는 전시이다.

7. 전시장 입구를 마주보는 출입구 왼편에는, \2000, \10000의 이름표를 달고 도록과 주최자인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의 학회지 1호인 [ 글짜씨 1-280 ] 이 놓여있다. 그리고 안쪽 테이블에는 앉으면서 볼 수 있도록 샘플이 두권씩 놓여 있었다. 참고로 도록은 4면 표지에 96페이지로 총 100page인 반면에, 글짜씨는 아마 280page일 것이다. 그래서 도록이 싸다는 점에 감사했다. 하지만 안그라픽스에서 제작한 걸 역력히 보여주는듯 두 책은 두께와 디자인을 빼고 흰색 바탕에 동일한 종이 재질, 그리고 동일한 판형을 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번 학회지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김나 님의 활자의 형태변별요소 조합에 따른 활자추출(로마자의 활자추출에 관한 1차 검증을 중심으로)인듯 하다. 특히 Eco font No.2는 시판될 시 돈만 있다면 곧바로 구매하고 싶은 폰트이다.()

8. 이렇게 글을 쓰니 전시회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전시회 주변의 이야기만을 남긴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 전시회의 작품 보다도 전시회의 작가가 더 중요한 작품들을 흔히 볼 수 있고, 이 전시회는 그런 전시회에 속한다. 이상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타이포그라피가, 이상의 작품보다도 이상을 기초로 한 2차저작물이 중요시 된 이번 전시는 그래서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 전시실에 이상에 대한 관련 물품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 그리고 이상 전시라고 해서 나는 이상에 대한 유품이나 전시를 해석한 전시회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 . 그러나 한국 타이포그래피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전시기간이 비교적 짧아서 ( 이틀 한 란프로젝트보다는 기니까 다행이다 ) 아쉬웠지만, 중요한 전시였다.

9.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전시는 이상에 관한 전시일까, 아니면 타이포그라피에 대한 전시일까.


그리고 학회 홈페이지는 공란으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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