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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책들

〈불편할 준비〉로 자유할 준비!

 

시사iN 586호(p. 71.) 전면광고

 

시사iN이 도서 출판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들어가면서 회사의 스타일과 맞는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신〉이 시사iN이 추구하는 새로운 저널리즘 시도에 대한 정리를 했다면, 이번 책은 페미니즘과 관련된 일들을 해온 작가나 연구자들의 삶을 통해 여성이 얻지 못했던 것,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기록하고자 노력하고 있는지 등을 보여준다.

 

우선 이은의 변호사의 강연에서는 자신이 그(!) 삼성전자에서 회사와 싸움의 길로 접어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삼성전자에서 나온 이후에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의 모습을 통해 왜 직장에서 남성→여성으로의 성희롱이 자주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해당 사건들을 묻을 수 밖에 없던 과거를 버리고, 피해자들이 사건을 진정하고, 사측과 맞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둘째로 윤정원 의사님(산부인과 전문의)은 남성도 모르고, 여성도 모르고 있던 여성의 몸에 대한 대처법 등에 대해 설명해 준다. 기존의 성교육과는 다른 점이 많이 있으니 남성들도 넘기지만 말고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강연 중에 성폭력과 관련된 대응 방법 등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여성이 당하는 성폭력의 깊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되었다..

 

세번째 강연은 정의당의 4급 보좌관인 박선민 보좌관의 이야기다. 직급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의원실의 세계와 그것을 흔드는 시도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스웨덴과의 비교를 통해 여성의 정치 참여, 출산 및 보육 휴가 등의 정책 속에서 우리나라가 관련 정책을 완전히 뒤엎어야 하는 중요성을 설명해 주고 있다. 국회의원의 꿈을 버리지 않은 상황인 나도 곱씹어 생각할 부분이 많은 내용이었다.

 

네번째 강연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은유님의 강연. '은유법'에서 필명을 가져왔는데 자신을 온유로 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사람들을 쉽게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글쓰기에 대해서 내가 쓰는 방식과는 다른 - 규칙적으로, 강제적으로 쓰고, 다른 생각들을 읽으면서 '엉망인 글을 토해내'며, 글 잘쓰는 사람을 옆에 두면서 글을 비평받는- 글쓰기 방식을 강조하는 것이 낯설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글쓰기와 거리가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좋은 제안이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글쓰기 질문 (ⓐ 글쓴 사람이 보이는가 ⓑ 질문이 들어있는가 ⓒ 이 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 이 글이 누구에게 도움을 줄까 ⓔ 애매하게 입장을 흐리고 있지 않은가)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질문이다. 사실은 이 질문들을 정리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마지막 강연은 드라마에 대한 내용이다. 나처럼 드라마를 별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그동안의 한국 드라마의 변천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여성성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에 대해 쉽게 설명을 해준다는 점에서 쉽게 읽으면서도 배울 수 있는 글이다. 다만 글을 다 읽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설명할 수 있는 한국 대중문화, '서브컬처'에서는 얼마나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 환상소설계와 웹소설계를 이 분이 설명하듯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 웹툰의 계보도를 설명하거나 한두 작품을 헤짚어 볼 연구자/비평가들이 꽤 있겠지만, 그것을 사회변동 등의 과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책을 일독하면서, 이 책이 페미니즘을 설명하고, 그 대화를 설명하는 책들이 늘어나 올 수 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늘어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시사iN다운 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남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광기를 버리지 못하는 반 페미니즘 신념자(시사iN 605호 pp. 16-25). 가 아니라면, 인간으로서 일독을 권한다.

 

불편할 준비 - 8점
이은의/시사IN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