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7 23:58

렛츠 그루브, 삶을 즐기기 위한 어느 그녀들의 노래


여기는 필리핀입니다. 필리핀 회선 사정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접속해서 살펴보니 생각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인지라 우선 컴퓨터를 통해 글만 올립니다. 내일 UP에 가면 어떻게든 처리해 볼게요 ㅇㅁㅇ


 처음에는 꽤 놀라고 있었다. 박신영씨가 새로운 글을 썼다고? 게다가 이번에는 제일기획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이미 디자인로그에서 <삽질정신>을 받아 읽었었던 나로서는 <삽질정신>이 가지고 있었던 메시지의 영향력이나 를 생각해 보고 나서는 그녀가 올린 새로운 글이 어떠한 것이었을지를 가다잡을 수 없었다.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처음 받아본 책은 생각보다 컸다. 물론 신국판, 46판에 익숙해진 일반 남자에게는 부담스러울 것 같기는 하지만, 오히려 책을 읽게 되면서 사실 애초부터 이 책이 여자들에게 초점을 두고 씌여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삽질정신>이야 공모전을 원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지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다지만, 이 책은 그녀들이 뉴질랜드 여행을 통해서 느낀 감상들을 이야기하는 책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상기한대로 <삽질정신>으로 대학 4년 내 23개의 공모전을 수상하고 곧바로 제일기획의 AP로 들어간 박신영씨와, 그와 비슷한데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더 높은 능력을 쌓아 올려, 입사는 똑같은데 직급은 한단계 높은(AE) 이신아씨가 어느 날 갑자기 같이 휴가를 내고 뉴질랜드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애초에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처음에는 오해를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은 왜 어떻게 단짝친구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회사 일을 하다가 사라진 콜라를 채우기 위해(?) 단숨에 떠난 뉴질랜드에서 있었던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헤치고 있다.

 책은 G, R, OO, V, E의 다섯 챕터와 그 아래에 있는 30여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각 챕터는 <~사람에게> 보내는 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한 가지 생각에 마주치게 된다. "이게 여행기야?'라는 무시무시한 질문 말이다. 물론 기존에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고 또 어떻게 다른 장소를 가면서 어떤 것을 느꼈다>는 식의 관성을 넘어서려고 했던 시도는 좋다. 이미 여행기나 여행에 가득찬 spot 중심의 스토리텔링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인식과 시도는 좋다. 하지만 그 시도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무엇을 전해주고 싶었는지가 독자들에게 닿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트 1번부터가 그렇다. 솔직히 어느 날 들었던 아파트에 들어가보려고 하니 집의 문이 열리지 않아 무엇인가 했더니, 임대 집주인이 자신의 돈을 떼먹고 나가버려서 친구의 집으로 이사할 수 밖에 없었다는 슬픈 사연이 왜 뉴질랜드 여행기의 초입에 적혀져야 했는지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또는 회사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던 회사 이야기가 중간 중간 뉴질랜드 여행기라기에는 너무나 아웃포커싱되어 있다. 집중되어 있는 스토리텔링을 맛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을 넘겨서,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경험과 삶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의 진실성이 책 곳곳에 우러나 있다는 사실을 들고 싶다. 여행기의 이야기를 받침하기 위해서, 책에는 많은 책들과 이야기들이 인용되어 있다. 세어보니 46개나 된다. 그런데 이 46개 중에 (많은 책을 읽어보았다는)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이나, '이런 이야기는 어디에 있었지?' 싶은 이야기들이 대다수다. 이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본다면, 그녀들이 가지고 있었던 진실과,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남김없이 보내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내기 위해 '그녀'라는 단어 만을 저자들을 나타내는 단어로 사용한다든가 (그래도 대충 <삽질정신>과 대조하면 누구의 이야기일지 확실하게 알수 있을 듯한 이야기도 보이지만, 분명히 익명성은 확보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뻐기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수많은 사진을 통해서 노력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책에 싣는 등의 다양한 시도는 이 책을 기존의 책과는 돋보이는 책으로 보이게 만든다.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사실 책의 이야기가 모두 공감되지만은 않는다[각주:1]. 하지만 결론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그것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 반, 그리고 하지만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 반을 가지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른다는 것, 익숙하지는 않지만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도전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지금이나 이전이나 항상 모두에게 제약으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지르고, 당당하게 도전하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 우리들에게는 어떠한 도전을 주고 있을까?



  1. 특히 <감정노동>을 읽어본 사람으로서, 책에 나온 한 챕터는 감정을 어떻게 조정하는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반면에, 이 책은 그 해결 방법으로서 단순히 감정을 삭히고 대입해서 내부에서 해결해보려는 모습을 보인 것 만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듯 해서 왠지 씁쓸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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